사진 한 장이 도시 전체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론다(Ronda)를 검색하면 온통 완벽한 구도의 다리 사진뿐입니다. 그 사진만 보고 론다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협곡 아래까지 직접 내려가 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말라가에서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2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론다는, 예쁜 사진 한 장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는 무게가 있는 도시였습니다.42년의 공사와 감춰진 이면, 누에보 다리론다의 상징인 누에보 다리(Puente Nuevo)는 약 42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1793년에 완공된 석조 교량입니다. 스페인어로 '새로운 다리'라는 뜻인데, 이름이 무색하게 이미 230년이 넘은 구조물이죠. 길이는 66m, 최대 높이는 120m에 달하며, 절벽 위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타호(Taj..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라나다에서 버스를 탈 때만 해도 '네르하'라는 이름을 제대로 발음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버스 기사 앞에서 "네르하"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여줘서 다행이었죠.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된 안달루시아(Andalucía) 남부 해안 여행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을 남겼습니다.유럽의 발코니, 그리고 그 아래 숨겨진 진짜 풍경네르하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벌어진 일은 숙소 예약 취소 확인이었습니다. 분명히 취소하지 않았는데 아고다(Agoda) 앱을 열어보니 예약이 사라져 있었죠. 짐은 어깨에 달려있고, 배는 고프고, 그 상황에서 다시 예약 화면을 켰을 때의 허탈함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해외 여행 중 예약 플랫폼 오류나 자동 취소는 생각보다 드문 일이 ..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알함브라 궁전 티켓을 한 달 전에 검색해서 바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예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는 매진 화면을 보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취소표 사냥, 대행업체 수소문, 그리고 열흘의 기다림 끝에 겨우 발권에 성공한 그라나다 여행기를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나스르 궁전 예약, 이게 이렇게 전쟁일 줄 몰랐습니다알함브라 궁전의 공식 입장 시스템은 헤리티지 보존 원칙에 따라 하루 총 입장 인원을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특히 핵심인 나스르 궁전(Palacios Nazaríes)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회차당 300명만 입장하도록 통제하여 하루 총 5,400명이 상한선입니다. 여기서 헤리티지 보존 원칙이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솔직히 저는 톨레도를 마드리드 가면 그냥 지나치는 근교 도시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당일치기로 후딱 보고 오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여겼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그 생각이 완전히 박살 났습니다. 세 종교가 수백 년 동안 한 도시 안에서 만들어낸 풍경은 예상보다 훨씬 깊고 묵직했습니다.세 종교가 한 도시에 쌓아 올린 시간톨레도는 1561년 펠리페 2세가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기기 전까지 스페인의 수도였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도시가 아니라,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 세 종교의 문화가 서로 배척하지 않고 같은 공간에 켜켜이 쌓인 곳입니다. 이를 '콘비벤시아(Convivencia)'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콘비벤시아란 중세 이베리아 반도에서 세 종교 공동체가 공존하며 문화를 교류한 역사적 ..
마드리드에서 하루 비워두고 어디 갈지 고민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고비아는 그 하루를 쓰기에 아까울 것 하나 없는 도시였습니다. 2,000년 된 돌다리가 멀쩡히 서 있고, 새끼 돼지를 통째로 구워내는 식당이 줄을 서 있고, 디즈니 성의 실제 모델이 언덕 끝에 있는 곳, 이게 세고비아입니다.버스냐 기차냐, 이것부터 정하고 가세요세고비아 가는 방법을 검색하면 기차가 빠르니까 기차를 타라는 말이 많습니다. 기차를 추천하는 분들 말도 틀리지 않습니다. 아반트(Avant) 고속열차를 타면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까지 30분이면 도착하니까요. 아반트란 스페인 국영철도 렌페(Renfe)가 운행하는 중거리 고속철로, 일반 광역철도보다 빠르고 AVE 고속철보다 저렴한 구간을 담당..
솔직히 저는 마드리드를 과소평가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먼저 다녀온 터라 "스페인은 가우디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굳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마드리드 골목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편견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가우디 없이도, 아니 어쩌면 가우디가 없기 때문에 더 '유럽다운' 도시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마드리드 왕궁 내부, 겉모습보다 속이 훨씬 더 화려합니다처음 마드리드 왕궁(Palacio Real de Madrid)을 멀리서 봤을 때는 솔직히 "돌이 좀 촌스러운데?" 싶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처럼 금빛이 번쩍이거나, 밀라노 두오모처럼 하얗게 빛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제가 틀렸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마드리드 왕궁은 1755년 완공된 건물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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