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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사진을 보면서 "여기는 꼭 가봐야 해"라고 마음속으로 찜해둔 장소가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키웨스트(Key West)는 오래전부터 제 로드트립 버킷리스트의 맨 위에 있던 곳이었습니다. 마이애미에서 차를 몰아 당일치기로 다녀온 그날, 기대했던 것과 실제 눈으로 마주한 것 사이의 간격이 생각보다 꽤 넓었습니다.

오버시즈 하이웨이: 바다 위 도로의 현실과 낭만
일반적으로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ighway)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1번 국도(US Route 1)의 최남단 구간으로, 42개의 다리가 플로리다 본토와 키웨스트를 잇는 약 200km 길이의 도로입니다. 여기서 오버시즈 하이웨이란 플로리다 키스(Florida Keys) 제도를 통과하는 해상 고속도로로, 생선 가시처럼 뻗어 나간 크고 작은 섬들 사이를 실제로 바다 위에서 달리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운전해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좌우로 바다가 펼쳐지는 구간에서는 확실히 심장이 뻥 뚫리는 개방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세븐 마일 브릿지(Seven Mile Bridge)를 지날 때는 수평선 위를 부유하는 것 같은 독특한 감각이 있었죠. 세븐 마일 브릿지란 말 그대로 약 7마일, 약 11km에 달하는 단일 교량으로, 1982년에 완공된 이 다리는 미국 토목 공학의 대표적인 성과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출처: Florida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드라이브 내내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 이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제 경험상 절반 이상의 구간은 평범한 왕복 2차선 도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이사이 소도시를 통과할 때는 신호등에 걸리기도 하고, 편의점과 주유소가 줄지어 있는 구간도 많습니다.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까지 편도 약 4시간, 당일치기라면 왕복 8시간을 운전해야 한다는 것도 미리 각오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도 이 길을 달려본 것 자체가 후회는 아닙니다. 그 경험은 분명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다만 인스타그램 사진과 여행 블로그가 만들어낸 완벽한 환상을 그대로 기대하고 가시면 실망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드라이브 중 주의해야 할 실용적인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왕복 1차선 구간이 많아 추월이 어렵고, 제한 속도 준수가 매우 엄격합니다
- 주유소 간격이 길기 때문에 출발 전 반드시 만차로 채워야 합니다
- 미국 최남단 인증 포인트인 서던모스트 포인트(Southernmost Point) 주변은 주차난이 심각합니다
- 스트리트 파킹 시 파크모바일(ParkMobile) 앱을 미리 설치해두면 주차 단속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헤밍웨이의 집: 문학의 성지인가, 관광 비즈니스인가
키웨스트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헤밍웨이의 집(The Hemingway Home & Museum)이었습니다. 《노인과 바다》와 《무기여 잘 있거라》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1931년부터 1939년까지 실제로 거주하며 집필했던 공간입니다. 미국 국가 역사 랜드마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국가 역사 랜드마크란 미국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가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공식 지정한 장소나 건물을 의미합니다(출처: National Park Service).
제가 직접 방문해봤는데, 이건 좀 다릅니다. 입장료가 약 20달러에 달하는데, 현장에서 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되지 않고 현금만 받는 구조입니다. 주변에 ATM이 있긴 하지만 수수료가 꽤 나오기 때문에 방문 전에 달러 현금을 반드시 준비해두어야 합니다. 이 '현금 결제 전용' 방식은 관광지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춘 곳이 여행자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 전형적인 방식처럼 느껴졌습니다.
헤밍웨이가 실제로 사용했던 타자기와 집필실이 있는 별채 서재는 분명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가 저 낡은 타자기 앞에 앉아 노인과 바다를 썼을 거라는 상상은 짧게나마 감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관람객 대부분의 관심은 문학이 아니라 발가락이 6개인 다지증 고양이(Polydactyl Cat)들에게 쏠려 있었습니다. 다지증이란 고양이가 정상보다 발가락 수가 많은 유전적 특성으로, 헤밍웨이가 생전에 선장에게 선물받아 키웠던 고양이의 후손 약 60여 마리가 지금도 집 안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고양이들 자체는 귀엽고 특별했습니다. 하지만 문학사적 유산이 담긴 공간이 '고양이 구경하러 가는 곳'으로 소비되는 현실은 솔직히 씁쓸했습니다. 헤밍웨이의 문학적 혼이 어린 서재와 낡은 타자기가 카메라 셔터 소리에 묻혀버리는 장면은, 여행 콘텐츠가 대중화되면서 역사적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 같았습니다. 소설을 한 권이라도 읽고 방문했더라면 훨씬 다른 감상이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이번 키웨스트 여행을 통해 배운 것은, 미디어가 낭만적으로 포장한 관광지와 실제 현장 사이의 거리를 직접 두 발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버시즈 하이웨이의 드라이브는 분명 특별한 경험이었고, 헤밍웨이의 집도 가볼 만한 곳임은 맞습니다. 다만 그 경험 앞뒤로 쌓인 피로감과 상업화된 관광 인프라의 얄팍함을 함께 들여다볼 때, 여행이 조금 더 정직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키웨스트를 다시 간다면, 당일치기가 아닌 1박 이상으로 일몰을 보며 듀발 스트리트(Duval Street)에서 느긋하게 맥주 한 잔 하는 일정으로 짜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0JEd1Jxcus&list=PLD7Ss_NVlYEl1dsTOV67vvF4oEwMwAjGF&index=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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