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남부 갈레에서 삼겹살을 먹으며 "역시 한국이 기회를 줬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만난 수다스는 경기도 공장에서 10년을 보낸 뒤 콜롬보에 빌딩을 세운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묘한 불편함이 뒤를 따라왔습니다. 제가 느낀 '감동'이 과연 순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고통 위에 지어진 것이었는지.코리안 드림의 구조: 기회인가, 착취인가수다스는 고용허가제(EPS)를 통해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EPS란 Employment Permit System의 약자로, 한국 정부가 인력 부족 업종에 외국인 근로자를 공식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2004년부터 운영 중인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국가가 관리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입 시스템입니다.이 제도를 통..
콜롬보에서 갈레행 기차표를 손에 쥐는 순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현지인 옆에서 같은 매표소에서 표를 샀는데 제가 낸 금액이 두 배였습니다. 열차 안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의 충격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낭만과 현실이 교차하는 스리랑카 해안 열차, 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있는 그대로 풀어봅니다.이중 가격 정책, 피해자인 척하기 전에 숫자부터 보자제가 직접 매표소에서 겪었습니다. 현지인은 240루피를 냈고, 저는 500루피를 냈습니다. 처음엔 사기인 줄 알고 항의했는데, 역무원은 담담하게 "새로운 가격"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스리랑카는 2022년 국가 디폴트(default), 즉 외채 상환 불능 상태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수입 ..
솔직히 처음 콜롬보 야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 저는 그냥 배가 고팠습니다. 거창한 탐방 계획 같은 건 없었고, 숙소 근처 골목을 걷다가 철판 두드리는 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문하고 나서, 손에 들린 음식을 먹으면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빗속에서 저는 꽤 복잡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 기분을 정리하는 데 며칠이 걸렸고, 이 글은 그 정리의 결과입니다.코투로티와 이소와디, 실제로 먹어보니야시장의 대표 메뉴는 코투로티(Kottu Roti)입니다. 밀가루로 얇게 구운 로티(Roti)를 달걀, 채소, 고기와 함께 철판 위에서 잘게 썰고 볶아내는 음식입니다. 여기서 로티란 남아시아와 인도양 연안에서 흔히 먹는 무발효 밀가루 전병으로, 한국의 전이나 부침개와 비슷한 위치의 주식용 빵..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콜롬보에서 람보르기니를 보며 "와, 이 나라 빈부격차 진짜 심하다"고 적으면서 정작 제 지갑 속 달러 카드가 그 문장을 얼마나 위선적으로 만드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국가 부도 상황 속의 양극화를 기록한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 기록 자체가 또 하나의 계급적 행위였습니다.콜롬보의 극단적 양극화, 그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콜롬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제가 예상한 스리랑카는 없었습니다. 포트시티(Port City) 일대에는 최신 수입차들이 줄을 서고, 월세 180만 원짜리 고급 아파트가 버젓이 분양 중이었습니다. 여기서 포트시티란 중국 투자로 조성된 콜롬보 앞바다 매립 신도시로, 스리랑카 기존 법체계와 분리된 특별경제구역(SEZ, Special Economic Zone)입니다..
2022년 3월 기준 1달러에 200루피였던 스리랑카 루피화가 불과 몇 달 만에 370루피까지 치솟았습니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환율 붕괴입니다. 콜롬보 마트 매대 앞에서 계란 한 판 가격표를 들여다보다가 저는 문득 불편한 질문을 하나 마주했습니다. 이 나라의 비극 앞에서 지금 저는 여행자입니까, 아니면 수혜자입니까.루피 폭락이 만들어 낸 수입품 공백과 물가 역전스리랑카의 외환 보유고(Foreign Exchange Reserve)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습니다. 외환 보유고란 국가가 수입 결제나 외채 상환에 쓸 수 있는 달러 등 외화 자산 총량을 의미합니다. 당시 스리랑카의 외환 보유고는 약 2조 원 수준에 불과했는데, 연내 상환해야 할 외채는 9조 원, 향후 6개월 내 갚아야 할 금액은 35조 원..
솔직히 저는 페타 시장에서 흥정에 성공했을 때 꽤 뿌듯했습니다. 2,400루피짜리를 2,000루피에 샀고, 그게 영리한 여행자의 덕목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숙소로 돌아와 땀을 씻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깎아낸 400루피, 그게 한국 돈으로 1,500원 남짓인데, 그 상인에게는 하루치 교통비였을 수도 있겠다고.실론티 한 잔에 녹아든 플랜테이션 경제의 역사페타 시장 안쪽 차 골목에서 BOP 등급 찻잎을 고르고 있을 때, 상인이 자랑스럽게 "세계 최고 실론티"라고 말했습니다. BOP란 Broken Orange Pekoe의 약자로, 찻잎을 잘게 부숴 만든 등급을 뜻하며 강한 맛과 빠른 우러남이 특징입니다. 저도 그 향에 취해 감탄했는데, 사실 그 순간 제가 놓친 게 있었습니다.스리랑카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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