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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콜롬보 야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 저는 그냥 배가 고팠습니다. 거창한 탐방 계획 같은 건 없었고, 숙소 근처 골목을 걷다가 철판 두드리는 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문하고 나서, 손에 들린 음식을 먹으면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빗속에서 저는 꽤 복잡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 기분을 정리하는 데 며칠이 걸렸고, 이 글은 그 정리의 결과입니다.

코투로티와 이소와디, 실제로 먹어보니
야시장의 대표 메뉴는 코투로티(Kottu Roti)입니다. 밀가루로 얇게 구운 로티(Roti)를 달걀, 채소, 고기와 함께 철판 위에서 잘게 썰고 볶아내는 음식입니다. 여기서 로티란 남아시아와 인도양 연안에서 흔히 먹는 무발효 밀가루 전병으로, 한국의 전이나 부침개와 비슷한 위치의 주식용 빵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 고추장 소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맵고, 양파의 아삭함이 살아 있으면서 짭짤하고 달착지근한 뒷맛이 납니다. 철판닭갈비 볶음밥과 야끼소바를 섞어놓은 느낌이랄까요. 철판을 두 개의 금속 날로 두드리며 볶는 소리가 워낙 경쾌해서, 소리만 들어도 식욕이 당길 정도입니다.
이소와디(Issu Wade)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소와디란 렌틸콩(lentil) 반죽 위에 생새우를 통째로 얹어 기름에 튀겨낸 스리랑카식 새우튀김입니다. 여기서 렌틸콩이란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콩과 식물로, 남아시아 요리에서 달(dhal) 또는 파파담(papadam) 형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식재료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새우 살이 실하게 꽉 차 있어서, 칠리소스를 찍어 먹으면 한국의 김치전에 새우를 얹어 부친 맛과 묘하게 겹칩니다.
파라타(Paratha) 역시 야시장에서 자주 눈에 띕니다. 파라타란 밀가루 반죽을 여러 겹으로 접어 기름을 두르고 구운 층층이 쌓인 납작빵으로, 비프 커리나 치킨 커리를 찍어 먹는 방식으로 제공됩니다. 여기서 커리(curry)란 강황, 쿠민, 코리앤더 등 복수의 향신료를 혼합한 스리랑카식 소스 베이스를 의미하는데, 스리랑카 커리는 인도 커리보다 코코넛 밀크 비율이 높고 전반적으로 더 진하고 깊은 편입니다.
스리랑카 야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을 때 장염 리스크를 줄이고 싶다면,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 현지인 줄이 긴 노점 우선 선택: 회전율이 높으면 재료가 오래 방치되지 않아 식품 안전성(food safety)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 즉석 조리 여부 확인: 눈앞에서 불로 조리하는 것을 직접 확인한 음식을 먹습니다. 쇼케이스에 이미 만들어져 놓인 튀김류는 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 밀봉 생수 지참: 야시장 내 얼음이나 현지 제공 물은 수인성 감염(waterborne infection)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마트에서 래핑된 생수를 미리 구매해 지참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6억 명이 오염된 음식으로 인한 식인성 질환(foodborne illness)을 앓으며, 그 중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의 발생 비율이 특히 높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축제처럼 보였던 야시장, 그 이면의 온도
제가 야시장에서 목격한 장면 하나가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어느 노점 상인이 저에게 물을 그냥 건네줬습니다. 돈 받는 것도 잊은 듯, 그냥 주는 겁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친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스리랑카는 2022년 사실상 국가 부도(sovereign default) 상태에 진입했습니다. 국가 부도란 정부가 외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 시기 스리랑카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CPI, Consumer Price Index)은 60%를 넘어섰습니다. CPI란 일반 가정이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로, 이 수치가 60%라는 것은 전년 대비 생활비가 절반 이상 더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가스 가격은 네다섯 배로 올랐고, 전력 공급은 하루에 몇 시간씩 끊겼습니다.
그 상황에서 야시장에 나온 상인들이 "여유롭게 주말 밤 문화를 즐기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고 저는 자문했습니다. 집에서 가스로 요리를 해먹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노점으로 나와 생계를 잇고, 끼니를 해결하는 구조가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3년 스리랑카 경제 진단 보고서에서도 연료비와 식료품비 급등이 저소득층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출처: 국제통화기금(IMF)).
제가 받은 물 한 잔, 덤으로 얹어준 로티 한 장. 그게 그분들에게 얼마나 뼈아픈 호의인지를 저는 솔직히 그 자리에서는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빗속에서 팁을 200루피 더 얹어드렸을 때 그분이 그렇게 기뻐하던 모습도, 돌아보면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제가 뭔가 따뜻한 일을 한 것도 맞지만, 동시에 저는 끝내 밀봉 생수와 손소독제를 챙긴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의 생존 반경 안에 발 한 쪽을 담갔다가, 아무 탈 없이 숙소로 돌아간 외국인이었던 거죠.
콜롬보 야시장은 분명 맛있고 활기찹니다. 코투로티의 칠리 커리 향과 이소와디의 바삭한 식감은 진짜입니다. 그런데 그 생생함이 어떤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먹으면, 맛이 달라집니다. 더 복잡해지고, 어떤 면에서는 더 묵직해집니다. 스리랑카 야시장 방문을 계획 중이시라면, 장염 예방 팁도 챙기시되 그 철판 소리 뒤편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도 한 번쯤 생각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관광지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지실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RFv-s8ygk&list=PLMjqfhTwlSL2V-iiPkWdgsN_hyE-Gmh4P&index=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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