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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에서 갈레행 기차표를 손에 쥐는 순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현지인 옆에서 같은 매표소에서 표를 샀는데 제가 낸 금액이 두 배였습니다. 열차 안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의 충격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낭만과 현실이 교차하는 스리랑카 해안 열차, 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있는 그대로 풀어봅니다.

이중 가격 정책, 피해자인 척하기 전에 숫자부터 보자
제가 직접 매표소에서 겪었습니다. 현지인은 240루피를 냈고, 저는 500루피를 냈습니다. 처음엔 사기인 줄 알고 항의했는데, 역무원은 담담하게 "새로운 가격"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스리랑카는 2022년 국가 디폴트(default), 즉 외채 상환 불능 상태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수입 연료와 의약품 조달이 중단되고, 하루 10시간 이상의 순환 정전이 이어졌던 나라입니다. 이 상황에서 스리랑카 정부가 도입한 것이 외국인 관광객 차등 요금제, 즉 이원적 요금 체계(dual pricing system)입니다. 이원적 요금 체계란 동일한 서비스에 대해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정책으로, 주로 외화 획득을 목적으로 관광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들이 채택하는 방식입니다.
한국 여행자의 시점에서 500루피는 약 2,000원입니다. 콜롬보에서 갈레까지 약 120킬로미터 구간을 2,000원에 이동하는 셈이니, 절댓값으로는 저렴합니다. 그런데 스리랑카 1인당 국민소득(GNI per capita)은 2023년 기준 약 3,800달러 수준으로, 이는 한국의 약 9분의 1에 해당합니다(출처: 세계은행). 이 격차를 감안하면, 외국인에게 두 배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약소국이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재분배 정책에 가깝습니다.
여행자로서 씁쓸한 감정은 솔직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그 씁쓸함을 부당함으로 확대하는 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자국민의 이동권을 지키면서 외화도 끌어와야 하는 나라의 고육지책을 여행자의 지갑 논리로 재단하는 것, 저도 그 함정에 잠깐 빠졌다가 빠져나왔습니다.
여행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을 요금 관련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현지인 요금과 외국인 요금은 매표소 창구에서부터 구분 적용되며, 항의해도 변경되지 않습니다.
- 에어컨이 있는 1등석(Observation Class)을 예약하면 이중 가격 차이가 상대적으로 덜 체감됩니다.
- 스리랑카 철도청 공식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통해 최소 2~3주 전 사전 예매가 가능합니다(출처: Sri Lanka Railways).
철로로 내려보내는 배설물, 위생 실태를 냉정하게 분석하면
기차 안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 제가 직접 목격한 것은, 변기 아래로 달리는 철로가 그대로 보이는 구조였습니다. 스리랑카 국영 철도의 구형 객차 대부분은 직배출식 화장실(direct discharge toilet)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직배출식 화장실이란 변기 내용물이 정화조나 집수 탱크 없이 곧바로 선로 위로 떨어지는 방식으로, 영국 식민지 시절 설계된 노후 철도 차량에서 주로 남아있는 구조입니다.
현재 유럽 연합은 철도 차량의 직배출식 화장실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의 규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재정 부담으로 차량 현대화를 진행하지 못하는 국가들, 특히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권 국가의 국영 철도에는 이 구조가 광범위하게 잔존하고 있습니다. 선로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 특히 콜롬보 외곽의 선로변 슬럼 지역 거주자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낡은 인프라가 아니라 일상적인 위생 위협입니다.
제 경험상 이 사실을 두고 "미개하다"거나 "충격적이다"라는 수사를 쓰는 것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화조 시스템을 갖추려면 차량 개조 비용이 필요하고, 그 비용은 국가 재정에서 나옵니다. 디폴트 이후 IMF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나라에, 낡은 화장실 구조는 우선순위 바깥의 문제입니다. 불쾌한 것은 맞지만, 그 불쾌함의 책임을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돌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실용적인 대비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탑승 전 역사 내 화장실이나 숙소에서 미리 볼일을 해결하십시오.
- 물티슈와 소형 손세정제를 반드시 지참하십시오.
- 이동 중 음식 섭취는 최소화하고, 밀봉된 생수를 준비하십시오.
- 냄새와 위생이 걱정된다면 에어컨 밀폐 구조인 1등석 칸을 선택하십시오.
갈레 요새, 아름답다고 말하기 전에 그 돌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보면
갈레(Galle)에 내려서 요새(Fort) 성벽 위에 올라섰을 때, 저는 솔직히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산호초 석재(coral stone)로 쌓은 육중한 성벽, 수백 년 된 유럽식 건물들, 등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인도양의 수평선. 그 장면이 아름답다는 감각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갈레는 포르투갈이 16세기에 진출한 이후 네덜란드, 이후 영국에 의해 차례로 식민 지배를 받은 도시입니다. 갈레 포트(Galle Fort)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받아 국제 사회가 공동으로 보호하는 문화 또는 자연 유산을 의미합니다. 이 등재 기준에는 "역사적 중요성"이 포함되는데, 갈레의 경우 그 역사는 동서 무역로를 장악하려던 제국주의 열강의 군사·경제 거점으로서의 역사입니다.
제가 성벽 위를 걸으며 느꼈던 것은, 아름다움과 불편한 각성이 동시에 밀려오는 감각이었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을 이국적이고 매혹적이라 부를 때, 그 매혹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한 번쯤은 짚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갈레 요새의 성벽은 스리랑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쌓은 것이 아닙니다. 향신료와 홍차를 실어가기 위해 유럽이 설계하고 현지인의 노동으로 세운 수탈 기반 시설입니다.
그럼에도 갈레는 분명히 가볼 가치가 있는 도시입니다. 다만 그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은 더 복잡한 감정을 허락하는 것이 정직한 여행자의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리랑카 해안 열차는 확실히 버킷리스트에 올릴 만한 경험입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 낭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 저는 직접 겪고서야 제대로 알았습니다. 이중 가격표를 받아들고 화장실 구조를 마주하고 갈레 성벽 위에 서는 과정 전체가, 이 나라의 현재와 과거를 통과하는 여정입니다.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실용적인 준비와 함께 그 복잡한 맥락을 조금은 알고 가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pjpXKi0BOE&list=PLMjqfhTwlSL2V-iiPkWdgsN_hyE-Gmh4P&index=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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