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솔직히 말하면 저는 마르세유를 그냥 '경유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파리나 니스에 비해 크게 기대를 안 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도시는 기대를 배신하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붙잡더군요. 구항구(Vieux-Port)의 아침 풍경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게 마르세유에 대한 제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프섬: 소설 속 감옥이 현실이 되는 곳
마르세유 시티패스(City Pass)는 전날 미리 구입해 뒀습니다. 시티패스란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과 주요 관광지 입장권을 하나로 묶은 통합 패스로, 24시간·48시간·72시간 권종이 있습니다. 일일이 티켓을 끊고 환율 계산을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저처럼 계획형 여행자에게 특히 유용했습니다.
아침 8시 45분 배를 타야 했기 때문에 구항구 선착장에는 8시 20분쯤 도착했습니다. 출발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항구 주변을 어슬렁거렸는데, 청년 몇 명이 낚시를 하다가 고등어를 끌어올리는 장면을 봤습니다. 그 무심한 아침 풍경이 왜 그렇게 마음에 남았는지 모르겠어요. 따뜻한 버터 크루아상에 복숭아잼을 곁들인 모닝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바다를 바라보던 그 시간이, 여행 전체를 통틀어 제일 좋았던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배를 타고 20분쯤 지나자 샤토 디프(Château d'If)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샤토 디프란 프랑스어로 '이프 성채'를 뜻하며, 1529년 프랑수아 1세의 명령으로 왕실 요새(Fortification royale)로 건축된 후 17세기부터 국사범을 수용하는 감옥으로 전용된 섬입니다(출처: 프랑스 문화부 유산 데이터베이스). 물이 어찌나 맑던지, 배 아래로 바닥이 비칠 정도였습니다.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생각보다 마르세유 도심이 굉장히 가까워 보였습니다. 제가 직접 서서 보니 수영으로 건너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막상 죄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게 더 잔인한 구조입니다. 도시가 손에 닿을 듯 보이는데 절대로 갈 수 없다는 것, 헛된 희망을 계속 눈앞에 두고 살아야 한다는 것.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가 이 배경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감옥 내부에는 에드몽 당테스(Edmond Dantès), 즉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갇혔던 방이 재현되어 있었습니다. 돌벽에 뚫린 작은 구멍 같은 공간에서 수년을 버텼다는 설정인데, 그 앞에 서니 소설이 갑자기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안내 책자를 보니 한국어 버전은 없고 일본어까지는 있더군요.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설명 영상과 전시물만으로도 충분히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프섬 방문 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르세유 시티패스로 이프섬 입장료가 포함되므로 별도 결제 불필요
- 배 운항 시간은 날씨·파도에 따라 취소될 수 있으니 선착장에서 당일 아침 재확인
- 맞은편으로 보이는 프리울 섬(Îles du Frioul)과 헷갈리지 말 것 — 선착장에서 행선지 확인 필수
- 섬 안에 식음료 시설이 거의 없으므로 간식은 미리 준비
지중해 전망: 노트르담에서 마르세유를 품다
이프섬에서 돌아온 후 점심을 고민하다가 구항구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식당들을 봤습니다. 우리나라 횟집 거리처럼 해산물 레스토랑이 쭉 늘어서 있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생선 시장에서 킬로그램당 25유로짜리 생선을 보면서 '비싸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중해산 신선 어류가 그 정도 가격대를 형성하는 건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합니다.
오후에는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Notre-Dame de la Garde)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쁘띠 트랭(Petit Train)을 이용했는데, 쁘띠 트랭이란 마르세유 구시가지와 주요 언덕 명소를 연결하는 관광용 미니열차로 시티패스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걸어서 올라가기엔 경사가 제법 가파르니 이걸 적극 활용하는 게 낫습니다.
성당에 오르기 전, 중간 경유지로 마르세유 대성당(Cathédrale de la Major)을 들렀습니다. 19세기에 지어진 네오비잔틴(Neo-Byzantine) 양식의 건물인데, 네오비잔틴이란 중세 동로마 제국의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둥근 돔과 화려한 모자이크를 특징으로 하는 19세기 부흥 양식을 말합니다. 거대한 스케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규모에 비해 시각적 감동이 크지 않았어요. 솔직히 비슷한 규모의 유럽 성당들과 비교했을 때 아름다움보다는 압도감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는 달랐습니다. 마르세유 대성당과 같은 시기에 지어진 로마네스크-비잔틴(Romanesque-Byzantine) 혼합 양식으로, 언덕 정상에서 360도 파노라마 전망을 제공합니다. 내려다보이는 구항구의 모습은 제 입에서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올 만큼이었습니다. 붉은 지붕들이 촘촘하게 박힌 도시와 그 너머로 반짝이는 지중해, 그리고 아까 다녀온 이프섬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그 광경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마르세유에 올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르세유는 파리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지중해 연안 최대 항구 도시(Port méditerranéen)로서 연간 약 5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합니다(출처: 마르세유 관광청 Marseille Tourisme). 그 도시의 전체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언덕 위라는 게, 여행자로서는 꽤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마르세유를 떠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이 도시가 '보여주기'에 능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관광지보다는 아침 항구의 낚시꾼, 모퉁이 카페의 버터 냄새, 감옥 섬에서 보이는 가까운 듯 먼 도시 풍경 같은 것들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마르세유 시티패스는 이프섬 왕복 배편과 쁘띠 트랭만 따져도 충분히 본전이 나옵니다. 첫 방문이라면 무셈(MuCEM, 유럽·지중해 문명 박물관)까지 묶어서 하루를 꽉 채우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E5H_6yqIKU&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25
- Total
- Today
- Yesterday
- 오키나와여행
- 호캉스
- 발리여행
- 발리가족여행
- 런던여행
- 호시노 리조트
- 남섬 여행
- 런던패스
- 뉴질랜드여행
- 발리 여행
- 호커센터
- 뉴질랜드 여행
- 호주여행
- 일본여행
- 렌터카여행
- 뉴질랜드남섬
- 홋카이도 료칸
- 료칸
- 가든스바이더베이
- 퀸스타운
- 남섬여행
- 동남아여행
- 우붓여행
- 싱가포르여행
- 가이세키
- 렌터카 여행
- 우붓 리조트
- 인피니티풀
- 뉴질랜드 남섬
- 파리여행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
| 3 | 4 | 5 | 6 | 7 | 8 | 9 |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