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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유럽 기차 환승이 이 정도로 체력을 갉아먹을 줄 몰랐습니다. 마르세유에서 피렌체까지 단순히 이동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기차 4대에 환승 3번, 총 12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습니다. 새벽부터 짐 들고 뛰어다니다 보니 도착하자마자 쓰러지고 싶었던 그날의 기록을 남겨봅니다.

환승 3번이 가르쳐준 것들
새벽 5시 57분, 첫 열차에 올라탔을 때만 해도 별거 아니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로 탄 TER(Train Express Régional) 열차부터 현실을 직면했습니다. TER이란 프랑스 내 지역 간 단거리 노선을 운행하는 일반 열차로, 우리나라로 치면 무궁화호 수준에 가깝습니다. 좌석 등받이도 뒤로 젖혀지지 않는 구조였고, 지정석도 없어 그냥 아무 데나 앉아야 했습니다. 파리 지하철이랑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앙티브에서 환승하고, 이탈리아 국경 도시인 벤티미글리아(Ventimiglia)에서 두 번째로 갈아탔습니다. 제가 예약한 기차가 8시 52분 출발이었는데, 앞선 열차가 정시 도착해서 8시 21분 기차도 탈 수 있었지만 여유 있게 예약된 편을 기다렸습니다. 환승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 순간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이탈리아로 넘어오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었는데, 국경을 기준으로 창밖 건물 색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겁니다. 프랑스 쪽이 좀 더 회색빛이라면, 이탈리아 쪽은 따뜻한 황토색과 테라코타 계열 톤이 이어졌습니다. 기차 안에서 국경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벤티미글리아에서 50분 대기 후 세 번째 기차인 IC(InterCity) 열차에 탑승했습니다. IC 열차란 주요 도시 간 중거리를 연결하는 열차로,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등급입니다. 이 시점부터 지정석이 배정되었고, 무엇보다 기차 내부에 화장실이 있어서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환승을 반복하다 보니 가장 힘든 건 체력이 아니라 긴장감이었습니다. 짐을 들고 내리고, 플랫폼을 찾고,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이걸 세 번 반복하는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피로가 쌓이더라고요. 환승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 긴장감도 체력 소모로 계산해 두시길 권합니다.
이탈리아 기차 화장실과 프레치아로사의 격차
유럽 기차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바로 화장실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프랑스 기차역 화장실은 유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역에 따라 다르지만 동전 없이 지나가다 급하게 들어가려 하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TER 열차 안에는 화장실이 있었지만 운영을 하지 않아서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반면 이탈리아 IC 열차에서는 정상 운영되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구간은 이 여정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밀라노에서 피렌체로 향하는 프레치아로사(Frecciarossa)에 탑승했는데, 기차 길이가 어마어마했습니다. 프레치아로사란 이탈리아 국영철도 Trenitalia가 운영하는 고속열차(Alta Velocità)로, 최고 시속 300km에 달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빠른 열차입니다. 쉽게 말해 이탈리아판 KTX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탑승한 좌석은 1등석(Prima Classe)이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초콜릿, 쿠키, 콜라, 생수, 종이컵, 레몬향 물티슈가 세팅되어 있었습니다. 12시간 내내 지하철급 좌석에 앉아 오다가 갑자기 이런 대접을 받으니 피로가 반쯤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전기 코드와 좌석 조절 버튼까지 갖춰져 있어서 나머지 2시간은 꽤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밀라노 환승 때는 45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그제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밥을 먹었으니, 그날 처음 먹는 제대로 된 식사였습니다. 환승역에서의 식사 시간 확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때 새삼 깨달았습니다.
유럽 철도 운영기관인 Trenitalia에 따르면 고속열차 네트워크는 이탈리아 주요 도시를 2시간대로 연결하며 밀라노 피렌체 구간은 2시간이 소요됩니다. (출처: Trenitalia). 기차 4개를 타는 여정과 비교하면 이 구간만큼은 확실히 빠른 편입니다.
피렌체 도착 후 숙소와 교통권, 이것만 알면 됩니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 역에 내렸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12시간을 달려온 끝에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먼저였고, 그 직후엔 '이제부터 또 시작이구나'라는 긴장감이 뒤따랐습니다. 이탈리아어 공부를 제대로 안 한 채 와버렸다는 것도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피렌체 시내 이동에는 버스와 트램을 이용하게 되는데, 교통권 시스템이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ATAF(Azienda Trasporti Area Fiorentina)는 피렌체 시내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이 기관에서 발행하는 교통권 한 장으로 버스와 트램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환승 제도인데, 첫 펀칭(개시) 후 90분 이내라면 동일한 교통권으로 계속 환승이 가능합니다. 쉽게 말해 한 장 사두면 90분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피렌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챙겨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교통권은 탑승 전 담배 가게(Tabaccheria)나 자동판매기에서 미리 구매해야 합니다. 차 안에서 구매하면 더 비쌉니다.
- 탑승 후 반드시 기계에 펀칭해야 유효합니다. 펀칭하지 않으면 무임승차로 간주됩니다.
- 90분 환승 제도를 활용하면 짧은 거리를 여러 번 이동할 때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 숙소에서 교통권 구매 가능한 가장 가까운 지점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에어비앤비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실제가 훨씬 깨끗했습니다. 방은 아담했지만 테라스가 딸려 있었고, 화장실에는 비데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보통은 사진이 실물보다 좋기 마련인데, 이 숙소는 반대였습니다. 호스트인 프란체스코도 친절하게 맞아주었고, 공용 주방과 세탁기 사용도 자유로웠습니다.
안타깝게도 피렌체 체류 기간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기상청 ARPA에 따르면 토스카나 지역 특성상 10월 이후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ARPA Toscana). 비가 온다고 여행이 망하는 건 아니지만, 우산 하나는 꼭 챙겨두시길 권합니다.
12시간 기차 여행을 돌아보면서 든 생각은, 환승을 많이 하는 여정보다는 차라리 한 번에 길게 타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이동 자체에 에너지를 너무 쏟으면 정작 목적지에서 즐길 힘이 남지 않습니다. 피렌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밀라노에서 프레치아로사를 타는 구간은 꼭 1등석으로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긴 여정의 마지막을 그렇게 마무리하면 도착했을 때 기분이 확실히 다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ERf1cx2jq8&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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