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에 처음 도착하던 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판다와 마라탕으로만 요약되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골목을 걷다 보니 기획된 여유와 날것의 에너지가 뒤섞인 훨씬 복잡한 도시였습니다. 관착항자의 찻집에서 느낀 위화감, 진리거리의 홍등 아래에서 든 묘한 불편함, 춘시루의 버스킹 광장에서 혼자 멍하니 섰던 기억을 이 글에 담았습니다.관착항자에서 '로컬 감성'을 찾다가 마주한 것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관착항자(宽窄巷子)에서 대나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그냥 동네 주민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순간 뭔가 이상했습니다. 가격 구조가 완전히 관광지형이었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프랜차이즈 간판이 더 많아졌습니다.관착항자는 청나라 시대 병영 구역이었던 곳을 도시..
여행지에서 현지인 친구를 따라 대학교 캠퍼스에 들어간 적이 있으시다면, 그 묘한 긴장감을 아실 겁니다. 관광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일상도 아닌 그 경계 어딘가. 저도 중국에서 딱 그 상황을 겪었습니다. 중국인 친구 덕분에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서 학생식당 음식을 먹고, 도서관까지 둘러봤는데요.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이 좀 복잡했습니다.신장 폴로, 맛있다고 써도 되는 걸까학생식당에서 신장(新疆) 지역 전통 음식인 폴로(抓饭, 주아판)를 먹었습니다. 당근과 양파, 양고기를 기름에 볶아 쌀과 함께 뜸을 들인 요리인데, 제가 중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입에 맞았습니다. 고소하고 묵직한데 자극적이지 않아서, 향신료에 예민한 분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그런데 먹고 나서 한참 뒤에 이 생..
충칭 지우지에(九街)의 클럽 밀집 건물 구본(九本)에는 평일 밤에도 수백 명의 청년이 몰린다. 저도 그 네온사인 아래 서 있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대륙의 홍대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한 편집샵에서 타오바오 카메라로 슬쩍 가격을 비교하던 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그 감탄이 얼마나 편의적인 것이었는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스트릿 패션과 궈차오 브랜드: 모방인가, 독자적 문화인가지우지에 거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패션이었습니다. 오버사이즈 데님 팬츠, 체인 장신구, 고딕 스타일(Gothic Style)의 짙은 컬러 아이템들. 여기서 고딕 스타일이란 검정과 짙은 보라를 주조색으로 삼고, 체인·크로스·해골 등의 장식 요소를 강조하는 서브컬처 패션 장르를 말합니다. 처음에는 서울 홍..
삼일절 당일, 중국 충칭 한복판에서 여권을 내밀고 검문소를 통과했습니다. 쾌적하게 복원된 청사 내부를 둘러보며 저는 "목이 메어온다"고 혼자 생각했는데, 잠시 후 그 감동이 얼마나 안락하게 설계된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글은 그 감동과 자각 사이에서 건진 이야기입니다.독립운동의 마지막 청사,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는 1940년부터 1945년 일본 항복까지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끝까지 광복 활동을 이어간 곳입니다. 임시정부는 원래 1919년 상하이에서 출범했지만, 일제의 추적과 탄압이 거세질수록 항저우, 창사, 광저우를 거쳐 충칭까지 무려 여덟 번의 이동 끝에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한 공간에 정착하지 못하고 쫓기듯 대륙을 횡단하면서도 독립운동의 불씨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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