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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에 처음 도착하던 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판다와 마라탕으로만 요약되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골목을 걷다 보니 기획된 여유와 날것의 에너지가 뒤섞인 훨씬 복잡한 도시였습니다. 관착항자의 찻집에서 느낀 위화감, 진리거리의 홍등 아래에서 든 묘한 불편함, 춘시루의 버스킹 광장에서 혼자 멍하니 섰던 기억을 이 글에 담았습니다.

관착항자에서 '로컬 감성'을 찾다가 마주한 것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관착항자(宽窄巷子)에서 대나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그냥 동네 주민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순간 뭔가 이상했습니다. 가격 구조가 완전히 관광지형이었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프랜차이즈 간판이 더 많아졌습니다.

관착항자는 청나라 시대 병영 구역이었던 곳을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로 복원한 거리입니다. 여기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개념이 정확히 맞아 떨어집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 지역이 개발되면서 원래 살던 저소득층 주민이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관착항자의 경우, 2008년 전후로 대규모 상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원래 거주민들이 대거 이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출처: 청두시 문화유산보호연구원).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전통 문화가 살아있는 거리"라는 수식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제가 그날 본 것은 청두 서민의 일상이 아니라, 그 일상의 형태를 빌려 만든 소비 공간이었습니다. 대나무 처마 아래에서 파는 수공예 지도와 변검(变脸) 기념품들이 매력적이지 않은 건 아닙니다. 변검이란 사천성 전통 공연 예술로, 배우가 순간적으로 얼굴 가면을 바꾸는 기술을 말합니다. 다만 그것이 "진짜 청두의 여유"인 것처럼 포장될 때, 그 뒤에 무언가를 지워버리고 있다는 불편함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관착항자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 점은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 메인 골목(관항자, 착항자)보다 뒷골목 쪽에서 현지 노점 가격대를 비교해볼 것
  • 귀파기 장인, 30초 실루엣 커팅 등 전통 퍼포먼스는 관광객 대상 상품으로 가격이 6위안10위안(약 1,1001,800원) 수준
  • 변검 공연은 관착항자보다 진리거리 쪽이 더 자주 열림

진리거리 야경, 아름다운 건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해 질 무렵 진리거리(锦里)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처마마다 붉은 홍등이 켜지고, 돌바닥 골목을 따라 삼국지 시대 복장의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솔직히, 처음 몇 분은 진짜 예뻤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밤의 진리거리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10분쯤 지나면 다른 게 눈에 들어옵니다. 삼국지의 인물들이 배경이 된 공간에서 실제로 팔리는 것들은 대부분 위챗페이(WeChat Pay) QR 코드가 붙은 스낵 노점과 판다 굿즈입니다. 위챗페이란 중국 최대 메신저 앱인 위챗에 탑재된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중국 전역 오프라인 거래의 상당수가 이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제갈량의 사당인 무후사(武侯祠) 바로 옆에 이런 상업 거리가 붙어 있다는 사실은, 역사 유적지의 상업화(commercialization of heritage)라는 전 세계적 흐름의 청두판 버전이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유네스코(UNESCO)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 중 하나로 진정성(authenticity)을 제시하는데, 이는 유산의 원형과 역사적 맥락이 얼마나 보존되어 있는지를 평가하는 개념입니다. 진리거리는 유산 그 자체보다 유산의 이미지를 상품화한 공간에 가깝습니다(출처: UNESCO 세계유산센터). 이 점을 알고 가면, 야경이 덜 아름다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하게 아름다워집니다.

제 경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자물쇠 걸어놓는 난간 앞에서 발견한 한국어 메모였습니다. "결국 행복하면 돼."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그 문장이 이 거리 전체를 요약하는 것 같았습니다. 상업화됐든 아니든, 사람들은 거기서 자기 감정을 두고 갑니다.

춘시루의 버스킹 광장에서 깨달은 것: 에너지는 진짜였습니다

진리거리에서 도보 30분 거리인 춘시루(春熙路)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IFS 몰 외벽에 매달린 자이언트 판다 조형물, 대형 명품 매장들, 그리고 광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며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아이돌 그룹까지. 이곳에서 저는 앞서 관착항자와 진리거리에서 느꼈던 비판적 시선을 잠깐 내려놓게 됐습니다.

왜냐면 여기 에너지는 기획된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광장 한쪽에서는 댄스 팀이 공연하고, 다른 쪽에서는 남성 그룹이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라이브 커머스란 실시간 방송과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판매 방식으로, 중국에서는 이미 오프라인 상업 공간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4조 9,000억 위안(약 9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출처: 중국 국가통계국).

제가 직접 수박 주스 한 잔을 손에 들고 그 광장 한가운데 서 있었는데, 솔직히 이 순간만큼은 청두가 왜 중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1, 2위를 다투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관착항자의 차분함이나 진리거리의 역사적 무게 없이도, 춘시루는 그냥 사람들이 있고 싶어서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춘시루의 판다 조형물과 가까이 찍으려면 IFS 몰 7층 루프탑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이건 기왕 온 거 놓치면 아까운 포인트인 건 맞습니다. 다만 평일 오전이 아니면 줄이 꽤 깁니다.

청두는 저에게 쉽게 정리되지 않는 도시로 남았습니다. 관착항자의 상업화된 전통을 비판하면서도 그 골목이 예뻤다는 건 사실이고, 진리거리의 홍등 야경이 기획된 산물임을 알면서도 그 앞에서 한참 서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여행지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너무 무거운 질문만 들고 다니면 정작 그 도시의 온도를 놓칩니다. 다만 그 질문을 아예 내려놓으면 더 많은 걸 놓칩니다. 청두를 계획 중이라면 관착항자, 진리거리, 춘시루 세 곳 모두 가되, 각각의 결이 다르다는 걸 알고 걷는 것을 권합니다. 그게 제가 이 여정에서 얻은 가장 실용적인 결론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qbp7tlTj1I&list=PL-XfG1IjZlqxB7jVe3iaMWnf8KrTtqr8s&index=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