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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현지인 친구를 따라 대학교 캠퍼스에 들어간 적이 있으시다면, 그 묘한 긴장감을 아실 겁니다. 관광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일상도 아닌 그 경계 어딘가. 저도 중국에서 딱 그 상황을 겪었습니다. 중국인 친구 덕분에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서 학생식당 음식을 먹고, 도서관까지 둘러봤는데요.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이 좀 복잡했습니다.

신장 폴로, 맛있다고 써도 되는 걸까
학생식당에서 신장(新疆) 지역 전통 음식인 폴로(抓饭, 주아판)를 먹었습니다. 당근과 양파, 양고기를 기름에 볶아 쌀과 함께 뜸을 들인 요리인데, 제가 중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입에 맞았습니다. 고소하고 묵직한데 자극적이지 않아서, 향신료에 예민한 분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먹고 나서 한참 뒤에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맛있다고 감탄한 그 음식이, 어떤 맥락 위에 놓여 있는지를 저는 과연 얼마나 알고 먹었을까 하는 겁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첨예한 인권 분쟁 지역 중 하나입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022년 보고서에서 신장에서의 위구르족에 대한 처우가 국제법상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여기서 문화적 동화(Cultural Assimilation)란 소수 민족의 언어, 종교, 관습이 지배적인 문화에 흡수되어 고유성을 잃어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신장의 음식이 중국 본토 대학 식당에서 '이색 별미'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것도 그 동화 과정의 일부로 읽힐 수 있습니다.
폴로가 맛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맛을 즐기면서 배경을 통째로 잘라낸다면, 그건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게 아니라 맥락을 소거한 채 타인의 문화를 소비한 것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맛 평가와 배경 이해가 동시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 순간 제가 둘 중 하나만 했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이 음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아래 정도는 미리 알고 가시길 권합니다.
- 폴로는 신장 위구르족의 대표 전통 음식으로, 중앙아시아 필라프(Pilaf) 문화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 신장 음식점은 현재 중국 전역에 퍼져 있으나, 그 확산 배경에는 복잡한 이주 역사와 정책이 얽혀 있습니다.
- 음식을 즐기는 것과 그 음식이 놓인 역사적 맥락을 함께 인식하는 것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도서관의 침묵을 '우리와 닮았다'고 퉁칠 수 있을까
캠퍼스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 솔직히 첫 반응은 "우리나라 취준생들이랑 비슷하네"였습니다. 책상마다 전공 서적이 쌓여 있고,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공부하는 풍경.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동질감이 정확한 건지를 조금 더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 청년들이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는 배경에는 내권(內卷, 네이쥐안)이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내권이란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개인의 노력이 아무리 많아도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는 상태, 즉 무한 경쟁이 성과 없이 반복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국의 취업난과 표면적으로 닮아 있지만, 중국은 여기에 호구(戶口) 시스템이라는 변수가 더해집니다. 호구란 중국의 주민등록 제도로, 출생지에 따라 도시에서 받을 수 있는 교육·의료·취업 혜택이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지방 출신 학생이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대학에 입학해도, 졸업 후 그 도시에서 정식 호구를 얻지 못하면 누릴 수 있는 기회가 구조적으로 제한됩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6~24세 청년 실업률이 한때 21.3%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중국 국가통계국). 여기서 청년 실업률이란 전체 취업 가능 인구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의 비율을 말하며, 이 수치는 단순한 경기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과잉 문제를 반영합니다.
저는 그 도서관에서 한 시간 남짓 구경하고 나왔습니다. 그들은 거기서 매일을 보내고 있고요. 그 차이를 "우리나라 취준생과 닮았다"는 한 문장으로 묶어버리는 건, 솔직히 좀 게으른 공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풍경이라고 해서 같은 압박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한 자녀 정책(一孩政策)에 대해서도 잠깐 짚고 싶습니다. 한 자녀 정책이란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이 인구 폭발을 막기 위해 시행한 출산 제한 정책으로, 원칙적으로 부부 한 쌍에게 자녀를 한 명만 허용한 제도입니다. 지금 대학을 다니는 세대 상당수가 이 정책 아래 태어났습니다. 그 세대가 이제는 국가로부터 세 자녀를 낳으라는 권고를 받고 있습니다. 정책의 방향이 정반대로 바뀐 건데, 정작 그 세대는 결혼 자체를 미루고 있습니다. 취업도 안 되고 집값도 감당이 안 되는 상황에서 출산 장려를 이야기하는 아이러니는,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장면이긴 합니다.
그 괴리를 도서관 한 귀퉁이에서 잠깐 목격하고, 저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캠퍼스 가로수길을 즐기며 나왔습니다. 그게 제가 그날 한 여행의 전부였습니다.
중국 캠퍼스를 여행지로 방문하는 건 분명히 의미 있는 경험입니다. 그런데 도서관의 치열함에 숙연해하면서 공유 자전거를 타고 '낭만적인 투어'를 즐기는 것, 그 두 행동이 한 날 한 몸에서 일어난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야 제대로 봤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인상적인 풍경을 기록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거기에 '나는 이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이 덧씌워질 때, 여행은 조금 오만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이 중국 캠퍼스 투어를 계획 중인 분들께 그 부분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U1KQwGGvwk&list=PL-XfG1IjZlqxB7jVe3iaMWnf8KrTtqr8s&index=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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