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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유럽 기차가 한국 KTX처럼 플랫폼 번호가 미리 안내될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파리 리옹역(Gare de Lyon)에서 완전히 박살 났습니다. 출발 20분 전에 도착했는데, 플랫폼 번호도 모르고 어느 호차가 어디 서는지도 모른 채 캐리어를 끌고 우왕좌왕했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에서 건진 실전 정보입니다.

유럽 기차 탑승, 이 부분이 진짜 함정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유럽 기차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승차 자체보다 호차(Coach) 위치를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한국 KTX는 1호차부터 순서대로 죽 이어져 있는데, TGV를 포함한 유럽 장거리 열차는 편성 순서가 불규칙할 때가 많습니다. 11호차 다음에 갑자기 번호가 튀거나, 심지어 같은 숫자가 반복되는 구간도 있습니다. 저도 플랫폼에서 6번 호차를 찾겠다고 앞으로 걸어가다가 번호가 거꾸로 줄어드는 걸 보고 완전히 방향을 잃었습니다.
유럽 기차의 플랫폼 안내 방식도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합니다. 출발 전광판인 그랑 데파르(Grand Départ) 보드에는 플랫폼 번호가 출발 15~20분 전에야 표시됩니다. 여기서 그랑 데파르란 프랑스 대형 기차역에서 운영하는 출발 안내 전광판을 의미하는데, 이 번호가 뜨는 순간 대기하던 수십 명이 한꺼번에 캐리어를 끌고 달리는 풍경이 연출됩니다. 저는 그날 손가락에 붕대까지 감은 상태라 뛸 수도 없었고, 진짜 출발 직전까지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그래도 탑승에 성공해서 자리에 앉고 나니 TGV 1등석은 생각보다 쾌적했습니다. TGV(Train à Grande Vitesse)란 프랑스 국영철도 SNCF가 운영하는 초고속 열차로, 최고 시속 320km까지 달리는 고속철도입니다. 좌석 폭도 넉넉하고 접이식 테이블이 넓어서 노트북을 펼쳐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좌석마다 충전 포트도 달려 있어서 배터리 걱정 없이 7시간을 버텼습니다. 와이파이가 제공되긴 하지만 속도가 들쭉날쭉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파리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이 노선을 이용할 때 꼭 챙겨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플랫폼 번호는 모바일 앱보다 역내 전광판을 직접 확인할 것
- 탑승 직후 짐칸에 캐리어를 먼저 고정하고 좌석을 찾을 것
- 식당 칸(Bar-Buffet)은 낭만은 있지만 가격이 비싸므로 역 안 마트에서 미리 준비할 것
- 여권은 꺼내기 쉬운 위치에 보관할 것 (국경 통과 시 검문 가능성 있음)
기차 내 식당 칸은 실제로 가봤는데, 유럽 철도 여행 특유의 낭만은 있었습니다. 다만 음료 하나에 꽤 큰 금액을 지불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럽철도청(Eurail)에 따르면 TGV 등 고속 열차의 식당 칸 운영 여부 및 메뉴는 노선과 시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출처: Eurail).
바르셀로나 산츠역에서 첫 30분, 이렇게 하면 됩니다
바르셀로나 산츠(Barcelona Sants)역에 내리자마자 처음 든 생각은 "파리보다 이정표가 더 불친절하다"였습니다. L5 지하철 노선을 찾겠다고 이정표를 따라갔더니 갑자기 표지판이 사라져버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직접 헤매봤는데, 결국 지하로 한 번 내려가서 다시 이정표를 찾는 방식이 통했습니다. 파리에서 구글맵이 불친절한 지하철 노선을 몸으로 익혔던 게 여기서 진짜 도움이 됐습니다.
숙소로 가기 전에 반드시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교통권 구매입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서는 T-Casual 10회권을 사면 됩니다. T-Casual이란 바르셀로나 광역 교통 운영 기관 ATM(Autoritat del Transport Metropolità)이 발행하는 다회권 승차권으로, 10회 탑승이 가능한 권종입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환승 유효 시간인 트랜스퍼 윈도우(Transfer Window)인데, 여기서 트랜스퍼 윈도우란 첫 탑승을 기준으로 75분 이내에 지하철, 버스, 트램 간 환승이 무료로 적용되는 시간 범위를 의미합니다. 즉, 한 번 개찰구를 통과하면 75분 안에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도 추가 차감이 없습니다.
기계에서 영어로 언어를 변경한 뒤 T-Casual 10회권을 선택하면 카드 결제가 됩니다. 비밀번호 입력까지 요구할 수 있으니 핀 번호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전의 T-10과 달리 T-Casual은 1인 전용 권종이라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일행끼리 한 장을 돌려쓰는 방식이 가능했지만, ATM의 2023년 개편 이후 T-Casual은 개인 전용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출처: ATM Barcelona).
바르셀로나 지하철 자체는 파리보다 노선 구조가 단순하고 도심이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익히기는 오히려 편했습니다. L5 라인 하나로 산츠역에서 숙소까지 무리 없이 이동했고, 지하철 문을 열 때 버튼을 직접 눌러야 하는 유럽식 방식도 파리에서 이미 경험한 터라 어색함 없이 적응했습니다.
도착 당일 에어비앤비 숙소는 3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스페인식 구식 계단 건물이라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는 게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숙소 자체는 채광이 좋고 공간도 넉넉해서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파리 7박보다 확실히 더운 공기가 체감으로 느껴졌고, 도착 즉시 스페인에 왔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정리하면 파리-바르셀로나 TGV 이동 자체보다 양쪽 역에서의 첫 10~20분이 여행의 피로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리옹역에서는 플랫폼 전광판만 믿고, 산츠역에서는 T-Casual 10회권을 먼저 구매하고 L5 이정표를 지하까지 따라가면 됩니다. 저처럼 손가락에 붕대 감고 캐리어 끌며 뛰는 상황만 만들지 않는다면, 7시간 기차 여행은 창밖 풍경과 식당 칸의 낭만까지 곁들여진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일찍 도착해서, 플랫폼에서 여유 있게 호차를 확인하는 어른스러운 여행자가 되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i8tRmayw9E&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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