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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가 에펠탑 위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파리에서 직접 돌아다녀 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멀리서, 가까이서, 배 위에서 보는 에펠탑은 각각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 세 가지를 모두 경험한 날이 제 파리 여행 중 가장 밀도 높은 하루였습니다.

파리 에펠탑

샤이오궁부터 바토무슈까지, 에펠탑을 세 번 만나다

에펠탑을 처음 제대로 마주한 곳은 트로카데로(Trocadéro) 광장, 바로 샤이오궁(Palais de Chaillot) 앞이었습니다. 트로카데로란 에펠탑 맞은편 센강 북쪽 언덕에 자리한 지역으로, 탑 전체를 가장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뷰포인트로 손꼽힙니다. 제가 직접 서보니 왜 이곳이 에펠탑 사진의 성지인지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탑의 꼭대기부터 발끝까지 군더더기 없이 담기는 앵글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거든요.

멀리서 보면 솔직히 생각보다 작아 보입니다. 처음엔 저도 "이게 다야?" 싶었는데, 바로 아래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크기와 비교하는 순간 착각이 깨졌습니다. 에펠탑의 높이는 지상 안테나 포함 약 330m로, 이는 아파트 100층에 해당하는 수직 구조물입니다(출처: 에펠탑 공식 홈페이지). 사람이 개미처럼 보이는 수준이니, 멀리서 볼 때 배경과 대비가 없으면 뇌가 스케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겁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에펠탑은 또 다른 모습을 드러냅니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인데도 정교한 레이스처럼 보이는 격자 패턴, 리벳(Rivet) 하나하나의 질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리벳이란 두 개의 금속판을 영구적으로 결합하는 못 형태의 체결 부품으로, 에펠탑에는 약 250만 개의 리벳이 사용되었습니다. 1889년에 완공된 건축물이 이 수준의 정밀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는 경이로웠습니다.

다만 에펠탑 내부를 올라가는 것은 이번에 포기했습니다. 보수 공사 문제도 있었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안전 이슈가 머릿속에 계속 걸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에펠탑은 매년 7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 최다 유료 관람 건축물 중 하나로, 이로 인한 과부하로 보수 공사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에 올라가는 대신 마르스 광장(Champ de Mars)의 잔디밭에 앉아 탑을 올려다봤는데, 오히려 그게 더 파리다웠습니다.

저녁에는 바토무슈(Bateaux Mouches)를 탔습니다. 바토무슈란 센강(Seine)을 따라 파리 주요 명소를 순환하는 유람선으로, 1867년부터 운영된 파리의 대표적인 수상 관광 교통수단입니다. 오후 8시 47분에 승선해 9시쯤 출발했는데, 날이 좋아서 석양이 강물 위로 번지는 장면이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런던 템즈강보다 수질이 조금 맑게 느껴졌는데, 실제로 센강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수질 정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배 위에서 바라본 에펠탑은 지상에서와 전혀 다른 각도로 펼쳐지는데, 솔직히 이 장면이 이번 파리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에펠탑 주변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트로카데로 광장 일대는 소매치기 집중 구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풍경에 집중한 틈을 노린다
  • 실팔찌를 채우거나 설문지 서명을 요청하는 접근은 대화를 유도한 후 금품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 핸드폰과 지갑은 앞주머니 또는 손목 스트랩에 고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 잔디밭 피크닉 물품은 주변 편의점이 비싸므로 숙소 근처 슈퍼마르셰(Supermarché, 동네 마트)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낫다

저도 방심하다가 한 번 서명 요청에 넋이 나갔는데, 다행히 현금이 없어서 넘어갔습니다. 경험하고 나니 왜 파리 여행 전 치안 관련 준비가 강조되는지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개선문에서 마주한 파리의 도시 설계

에펠탑이 파리의 감성이라면, 개선문(Arc de Triomphe)은 파리의 질서를 상징하는 구조물이라고 느꼈습니다. 샤를 드골 광장(Place Charles de Gaulle) 한복판에 서 있는 이 건축물은 높이 50m, 너비 45m의 석조 구조물로, 나폴레옹 1세가 아우스터리츠 전투 승리를 기념해 1806년에 착공을 명령한 역사적 건축물입니다(출처: 파리 관광청).

가까이서 보기 전까지는 사진으로만 봐왔기 때문에 그냥 '크고 오래된 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아치 아래 서서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조각의 밀도에 완전히 압도됐습니다. 여기서 돋보이는 것이 바스 릴리프(Bas-relief)인데, 이는 벽면에서 조금만 돌출되도록 조각한 저부조 기법으로 개선문 외벽 전체에 걸쳐 전쟁 장면과 인물 군상이 촘촘히 새겨져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이 안 되는 밀도였습니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개의 도로가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는 오스만 도시계획(Haussmann Renovation)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스만 도시계획이란 19세기 중반 나폴레옹 3세의 지시로 조르주 외젠 오스만이 주도한 파리 대규모 도시 재정비 사업으로, 중세 골목 위에 넓은 대로와 기하학적 도시 구조를 얹어 오늘날 파리의 뼈대를 만든 계획입니다. 직접 광장 주변을 걸어보면서 이 설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실행됐는지 느꼈습니다. 지도가 아니라 발로 걸어봐야 비로소 실감하는 종류의 감동이더라고요.

개선문 전망대는 뮤지엄 패스(Museum Pass)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뮤지엄 패스란 파리 및 일드프랑스 지역 주요 박물관과 명소 50여 곳을 기간 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입장권으로, 2일권부터 6일권까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에펠탑 위에서는 오히려 에펠탑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파리 전경과 에펠탑을 동시에 담고 싶다면 개선문 전망대가 훨씬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진심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에펠탑을 세 번 봤고, 개선문도 봤고, 센강 위에서 저녁을 흘려보냈던 하루였습니다. 처음엔 '관광지 순서대로 돌면 되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보니 보는 위치와 시간대에 따라 같은 건물이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줬습니다. 파리에 처음 가신다면 에펠탑은 꼭 멀리서 한 번, 가까이서 한 번, 그리고 해 질 무렵 바토무슈 위에서 한 번, 이렇게 세 번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그 세 번이 각각 다른 파리를 보여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vX--GdbUG4&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