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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를 보러 루브르에 갔다가, 정작 모나리자보다 건물 천장이 더 감동적이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파리의 생트 샤펠과 루브르를 하루에 다 돌았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감동 포인트와 실제로 제가 느낀 것이 꽤 달랐습니다. 그 솔직한 비교를 지금 꺼내보겠습니다.

생트 샤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직접 검증하다
생트 샤펠(Sainte-Chapelle)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곳"이라고들 합니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습니다. 여행지 홍보 문구가 과장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계단을 올라 2층 예배당에 들어서는 순간, 저도 모르게 "작살이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생트 샤펠은 1248년 루이 9세가 예수의 가시관 등 성유물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왕실 예배당입니다. 건물 외관은 다소 아담해서 처음엔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1층은 너무 평범해서 "여기가 맞나?" 싶었을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나옵니다. 고딕 양식(Gothic Architecture)이란 12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건축 양식으로, 벽의 두께를 줄이고 그 자리에 거대한 창문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건물 벽 자체가 스테인드글라스 프레임이 되는 구조입니다. 생트 샤펠은 이 고딕 양식의 정수로 평가받는데, 실제로 2층 예배당의 벽면 중 약 75%가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출처: 파리 기념물 관리청).
빛이 쏟아지는 각도에 따라 색이 계속 바뀌는 걸 눈으로 보니, 과연 "10분이면 다 본다"는 말이 맞는지 싶었습니다. 저는 한참을 그냥 서서 올려다봤습니다. 예약은 9시로 했는데 실제 입장은 9시 반쯤이었고, 예약자 줄과 일반 줄이 따로 나뉘어 있어서 예약 없이 갔다면 훨씬 오래 기다렸을 것 같습니다.
생트 샤펠 방문 전 꼭 알아두면 좋을 실전 포인트입니다.
- 사전 예약 필수: 예약자 전용 줄이 별도로 운영되어 대기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 맑은 날 오전 방문 추천: 스테인드글라스는 햇빛이 강할수록 빛의 투과가 극대화되어 색채가 훨씬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 1층에서 실망하지 말 것: 진짜 공간은 계단을 오른 2층에 있습니다.
생트 샤펠을 나온 뒤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de Paris) 외부를 잠깐 돌아봤습니다. 2019년 화재 이후 지금도 대규모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라 내부 입장은 불가했지만, 건물 외벽에 촘촘히 새겨진 조각상들만 봐도 충분히 볼 만했습니다. 퐁네프(Pont Neuf) 다리를 건너며 센강 바람을 맞는 것도 빼놓기 아까운 경험이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보다 건물이 더 감동인 이유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은 1시 예약이었는데 12시 10분에 미리 도착해 줄을 섰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약 없이 가면 1시간은 기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저는 39분 만에 들어갔습니다. 이 정도면 많이 기다린 편도 아니었습니다.
입장하자마자 처음 든 생각은 "건물 자체가 예술이다"였습니다. 루브르는 원래 13세기에 요새로 지어졌다가 16세기부터 왕궁으로 사용된 건물입니다. 큐레이션(Curation)이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작품을 선별하고 전시 맥락을 구성하는 전문적인 과정을 말하는데, 루브르는 그 큐레이션의 배경 자체가 왕궁이라는 점에서 다른 박물관과 차원이 다릅니다. 천장마다 프레스코화(Fresco)가 가득한데, 프레스코화란 축축한 회벽 위에 수용성 안료로 그려 벽과 함께 굳히는 기법으로 수백 년이 지나도 색이 유지됩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는 데 시간을 너무 써서 목이 뻐근할 지경이었습니다.
이집트 유물 전시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가봤는데, 일반적으로 이집트관이라고 하면 어둡고 창고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루브르 이집트 전시는 조명과 공간 배치가 잘 되어 있어서 오히려 관람하기 편했습니다. 약탈로 가져온 역사적 맥락을 생각하면 복잡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요.
루브르의 컬렉션 구성을 보면 회화(Peinture), 조각(Sculpture), 고대 유물 세 축으로 나뉘는데, 총 소장 작품이 약 38만 점에 달합니다(출처: 루브르 박물관 공식 사이트). 하루에 다 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저는 처음부터 모나리자와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La Baigneuse de Valpinçon), 그리고 흘러가다 눈에 걸리는 것들만 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게 체력적으로도 맞는 전략이었습니다.
모나리자 앞에서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대보다 감동이 덜했습니다. 안전 가드레일과 관람객의 거리 때문에 실제로 꽤 멀리서 봐야 합니다. 스마트 렌즈로 확대해서 보니 그때서야 좀 제대로 보이더군요. 반면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은 예상보다 그림이 커서 물감의 질감까지 느껴지는 듯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루브르에서는 유명한 그림 하나보다 오히려 이름 없이 걸린 작품들에 뜬금없이 걸리는 경험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미로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구조라 어디쯤 있는지 파악이 안 될 때도 많았는데, 그 와중에 15세기 왕관 전시실에서 멈춰서 한참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무료로 대여 가능했고 닌텐도 3DS 기기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오디오 가이드(Audio Guide)란 전시물에 대한 해설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안내 장치로, 루브르 것은 실내 지도와 길 찾기 기능이 함께 탑재되어 있습니다. 미로 같은 루브르에서 길 잃는 시간을 줄여주는 효과가 확실히 있었습니다. 3시간 조금 넘게 돌았는데 보고 싶었던 건 다 봤습니다.
파리에서 예술을 제대로 보려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냥 멍하니 올려다보는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생트 샤펠의 스테인드글라스 앞에서 그냥 서 있던 그 몇 분, 루브르 천장 프레스코화를 넋 놓고 보던 그 순간이 모나리자보다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파리를 처음 가신다면 유명 작품 리스트보다 그냥 시간 여유를 두고 두 눈으로 충분히 흡수하는 여정을 추천드립니다. 예약만 꼼꼼히 해두면 나머지는 몸이 알아서 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eSZu0rjfwY&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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