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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개의 거울이 73미터 길이로 늘어선 공간,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입니다. 처음 그 앞에 섰을 때 저는 말 그대로 멈춰 섰습니다. 이미 파리 시내에서 루브르와 오르세를 봤는데도, 이곳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거울의 방, 눈이 멀 것 같은 화려함

베르사유 궁전의 핵심은 단연 거울의 방(Galerie des Glaces)입니다. 여기서 갈르리 데 글라스란 17세기 루이 14세의 명으로 완성된 궁전 내 핵심 홀로, 정원 쪽 창문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맞은편 거울에 반사되며 공간 전체를 밝히도록 설계된 건축적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전기가 없던 시대에 채광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구조인데, 지금 봐도 그 효과가 압도적입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어느 방향을 봐도 금박 장식과 프레스코화가 빼곡했습니다. 프레스코화(fresco)란 회벽이 마르기 전 수용성 안료로 그림을 그려 넣는 기법으로, 완성된 뒤에는 벽과 일체화되어 수백 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천장에 가득 그려진 장면 하나하나가 바로 그 기법으로 제작된 것들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스케일은 비교가 안 됩니다. 고개를 계속 들고 다니다 목이 뻐근해질 정도였습니다.

당시 촛불로 이 공간을 밝혔다고 하는데, 지금은 전등으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속으로 계속 생각했습니다. 저 수천 개의 촛불이 켜졌을 때 이 거울들이 빛을 어떻게 튕겨냈을지. 지금보다 훨씬 더 환상적인 장면이었을 것 같습니다.

정원에서 반드시 찾아야 할 뷰포인트

베르사유 정원은 단순히 넓은 게 아닙니다. 프랑스식 정형 정원(French Formal Garden)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여기서 정형 정원이란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허용하지 않고, 나무와 화단을 기하학적 도형으로 엄격하게 가공하여 배치하는 조경 양식을 말합니다. 베르사유에서는 거대한 나무들이 사각형, 원통형으로 반듯하게 다듬어진 모습을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 정원에 내려섰을 때는 솔직히 그냥 넓구나 싶었습니다. 분수도 작동하지 않는 날이었고, 공사 구역도 곳곳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나오다가 입구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 제가 그때 느낀 건 이게 베르사유 정원의 진짜 얼굴이구나 싶었습니다.

입구에서 대운하까지 이어진 중앙 시각 축(Visual Axis), 즉 궁전의 중심선을 따라 지평선 끝까지 뻗어 있는 라인이 가장 아름다운 뷰입니다. 좌우 대칭으로 배열된 화단과 조각군이 이 축을 따라 펼쳐지는 장면은, 들어올 때보다 나올 때 뒤돌아보는 순간에 훨씬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는 것보다 나오면서 궁전 쪽을 등지고 뒤돌아보는 그 순간이 정원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연간 방문객이 약 8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다 방문 유산 중 하나입니다(출처: 유네스코).

별궁,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 아깝습니다

베르사유 정원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 그랑 트리아농(Grand Trianon)과 프티 트리아농(Petit Trianon)이라는 두 개의 별궁이 나옵니다. 그랑 트리아농은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본궁의 격식에서 벗어나 조용히 쉬기 위해 지은 별장형 궁전이고, 프티 트리아농은 루이 15세가 건립해 이후 마리 앙투아네트가 즐겨 사용한 공간입니다.

제가 직접 가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본궁을 본 직후라면 감흥이 크게 떨어집니다. 12유로를 내고 들어갔는데, 내부에 공사 중인 구역이 있었고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전원적인 분위기 자체는 본궁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 매력이 이동 시간과 입장료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베르사유 방문 효율을 고려한다면 관람 우선순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본궁 내부(거울의 방, 왕비의 방 포함): 강력 추천. 시간이 부족해도 이것만큼은 반드시
  • 정원 중앙 축 산책: 추천. 입구에서 운하 방향으로 걷고, 반드시 돌아서서 뒤를 봐야 함
  • 별궁(그랑 트리아농, 프티 트리아농): 시간과 체력이 충분할 때만 선택적으로

예약과 이동, 놓치면 후회하는 실전 정보

베르사유 궁전은 뮤지엄 패스(Museum Pass) 소지자라도 입장 시간대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뮤지엄 패스란 파리 및 일드프랑스 지역의 주요 박물관과 유적지를 별도 입장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패스로, 2일권부터 6일권까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 패스가 있어도 베르사유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간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3주 전에 미리 예약해 오전 9시 첫 타임을 잡았는데, 이게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9시 정각에 입장하니 사람이 적어 거울의 방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파리 시내에서 베르사유까지는 RER C선을 타고 베르사유-리브 고쉬(Versailles-Rive Gauche) 역에서 하차하거나, RER C가 불편한 경우 트랑질리앙(Transilien) L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트랑질리앙이란 파리 근교 지역을 연결하는 근교 철도망으로, 나비고 5존 정기권이 있으면 추가 비용 없이 이용 가능합니다. 이동 시간은 약 40~50분 정도입니다(출처: SNCF 공식 사이트).

정원은 예상보다 훨씬 넓어서 도보만으로 전부 돌기에는 체력 소모가 큽니다. 저는 별궁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면서 꽤 지쳤는데, 정원 내를 순환하는 꼬마 기차나 카트 대여를 미리 계획해 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리보다 후회가 더 아팠습니다.

베르사유를 다 돌고 나서 파리 시내로 돌아온 뒤, 저는 한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하루 종일 화려한 것만 보다가 한국 음식 앞에 앉으니 그게 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한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일종의 리셋 같은 것입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파리 일정에서 빼면 안 되는 곳입니다. 다만 한정된 시간이라면 본궁과 정원 중앙 축에 집중하고, 별궁은 체력과 시간이 허락할 때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직접 걸어보고 나서야 이 조언이 왜 필요한지 이해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YVyJ8O8NUA&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