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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마르세유 기차 (환승 전략, 연착유럽 기차 환승 구간에서 열차 지연(리타드) 안내가 전광판에 뜨는 순간, 처음 보는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마르세유로 이동하던 날, 중간 환승역에서 30분 연착 공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다행히 여유 시간이 충분했기에 심장이 크게 뛰지 않았습니다. 그 여유를 만들어준 건 사실 우연이 아니라 일부러 환승 버퍼를 1시간 이상 확보해둔 덕분이었습니다.

바로셀로나-마르세유 기차

출발 전 알아야 할 환승 전략

유럽 철도망에서 국경을 넘는 구간은 인터오퍼러빌리티(Interoperability)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여기서 인터오퍼러빌리티란, 서로 다른 국가의 철도 시스템이 전압 방식·신호 체계·운영 규정 차이로 인해 완벽하게 연동되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선로 궤간(Rail Gauge)까지 달라서 국경 통과 시 열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운행 조건이 바뀌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연착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궤간이란 양쪽 레일 사이의 폭을 뜻하는데, 스페인은 광궤(1,668mm)를 사용하고 프랑스는 표준궤(1,435mm)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경 부근에서 대차 교환이나 별도 환승이 필요합니다.

이걸 미리 알고 있었다면 환승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게 왜 중요한지 한 번에 납득이 갈 것입니다. 저는 바르셀로나 산츠 역을 출발해 중간 환승역에서 약 1시간 10분을 확보해뒀는데, 실제로 30분 연착이 발생했어도 여유롭게 점심까지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환승 시간이 10~20분뿐인 일정이었다면 그 라면 한 그릇은커녕 플랫폼을 뛰어다녔을 겁니다.

유럽철도청(ERA, European Union Agency for Railways)에 따르면, 국경 간 철도 서비스의 지연율은 국내 구간 대비 평균 1.5~2배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EU Agency for Railways). 이 수치 하나만으로도 국경 통과 환승 구간에서는 버퍼 타임을 무조건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환승 시 실제로 확인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광판의 '리타드(Retard)' 표기 확인: 프랑스어로 지연을 의미하며, 숫자(분)와 함께 표시됩니다.
  • 플랫폼 번호는 출발 20~30분 전에 확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너무 일찍 대기 위치를 확정하지 말 것
  • 호차 위치(S, A, B 등)를 승강장 바닥 표시와 미리 맞춰둘 것. 저는 이걸 놓쳐서 캐리어를 들고 반대쪽으로 뛴 경험이 있습니다.

TGV vs IC 열차, 무엇이 다른가

마르세유까지의 마지막 구간은 TGV(Train à Grande Vitesse)가 아닌 IC(Intercité) 열차를 이용했습니다. TGV란 프랑스가 운영하는 고속열차로, 영업 최고속도 320km/h를 자랑하는 유럽 대표 고속철도 시스템입니다. IC 열차는 이보다 한 단계 아래인 일반 급행열차로, 최고속도는 약 200km/h 수준이며 구형 차량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엔 "한 단계 아래"라고 해서 좀 낡고 불편하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타보니 쿠션감이 TGV보다 오히려 더 낫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TGV 퇴역 차량을 IC 노선에 재배치한 구성인 것 같았습니다. 좌석이 넓고 창문도 크고, 속도가 느린 만큼 바깥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기에도 좋았습니다. 프랑스 남부 해안선이 창밖으로 펼쳐지는 구간은 굳이 TGV를 타지 않아도 됐다 싶을 만큼 풍경이 훌륭했습니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이라면 좌석 정보가 디지털 화면이 아닌 종이 안내지로만 표시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호차 위치를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승강장에서 당황할 수 있으니, IC 열차 이용 시에는 티켓의 호차 번호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프랑스 국영철도 SNCF(Société Nationale des Chemins de fer Français)의 공식 앱에서 열차 편성 정보를 미리 조회할 수 있으니 출발 전에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출처: SNCF).

마르세유 구항구, '부산 느낌'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마르세유에 처음 내린 순간 든 생각은 "파리에서 고급스러움을 걷어낸 도시"였습니다. 어떤 분들은 마르세유를 단순히 "거친 항구 도시"로 묘사하는데, 저는 그 표현이 절반만 맞다고 봅니다. 거칠긴 하지만 그 거침 속에 생활 밀착형 도시 특유의 인간미가 있습니다. 부산을 생각해보면 딱 맞습니다. 세련미보다는 활기, 정돈보다는 생동감.

구항구, 즉 비외포르(Vieux-Port)는 마르세유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비외포르란 약 2,600년의 역사를 가진 마르세유 원도심 항구로, 현재도 어선과 요트가 정박하는 실제 생활 항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광용으로만 꾸며진 인공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매력입니다.

저는 짐을 숙소에 풀자마자 항구 쪽으로 나갔는데, 해가 기울어지는 시간대에 도착한 게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정박해 있는 배들이 저녁빛을 받으며 물에 반사되는 장면은 '아름답다'는 표현보다 '멋있다'는 말이 더 어울렸습니다. 석양 무렵의 구항구는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자리를 잡고 한참 서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마르세유는 하루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구항구와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Notre-Dame de la Garde) 성당만 보는 것이라면 하루가 맞습니다. 그런데 마르세유 근교의 칼랑크 국립공원(Parc National des Calanques)까지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칼랑크란 석회암 절벽이 바다와 맞닿아 형성된 피오르드(fjord) 형태의 해안 협곡으로, 마르세유에서만 접근 가능한 남프랑스 최고의 자연 자원입니다. 이걸 빼고 마르세유를 떠난다면 절반만 본 셈입니다. 저도 이번엔 일정상 다녀오지 못했는데, 그게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마르세유는 저에게 "기차 환승 경유지"로 들어갔다가 "다음에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바뀐 곳입니다. 3박을 예약했고 숙소도 이번 유럽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었지만, 솔직히 그것보다 도시 자체의 힘이 더 컸습니다. 다음에 마르세유를 다시 찾는다면 칼랑크 투어와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최우선으로 챙길 생각입니다. 부야베스는 마르세유 전통 해물탕으로, 관광객용 메뉴가 아닌 현지 어부들이 먹던 실용적인 음식에서 출발한 요리입니다. 도시의 성격과 딱 닮아 있습니다. 마르세유를 경유지로만 계획하고 있다면, 한 번쯤 그 일정을 다시 생각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jDFksZAv3I&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24대응, 구항구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