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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는 런던 여행 일정을 짜면서 근위병 교대식 운영 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 실수 하나가 하루 일정 전체의 출발점을 바꿔버렸고, 덕분에 예상 밖의 장소들을 훨씬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날 제가 직접 걷고 먹고 느낀 것들을 검증하는 기록입니다.

근위병 교대식, 꼭 보고 싶었지만 시간을 놓쳤습니다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을 향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역에서 내리면서 이미 직감했습니다. 교대식은 끝났겠구나. 일반적으로 근위병 교대식은 매일 열린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계절과 요일에 따라 운영 일정이 크게 달라집니다.
교대식의 공식 명칭은 체인징 오브 더 가드(Changing of the Guard)입니다. 여기서 체인징 오브 더 가드란 버킹엄 궁전을 지키는 근위병이 새 경비대로 교체되는 의식으로, 군악대 연주와 함께 약 45분간 진행됩니다. 단순한 관광 이벤트가 아니라 수백 년 전통의 왕실 의례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4월 기준으로는 월·수·금 오전 11시에만 진행됩니다(출처: 버킹엄 궁전 공식 안내). 저는 이 사실을 그 자리에서야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명당이라고 불리는 궁전 정문 앞은 최소 1시간 전에 도착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도, 그날 이미 자리를 털고 나오는 인파를 보면서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교대식을 놓쳤음에도 버킹엄 궁전 정면에 서 보니 외벽을 가득 채운 금색 장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왕실의 위엄이라는 게 이런 시각적 무게감에서 나오는구나 싶었습니다. 영국 날씨는 변덕스럽기로 유명하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안전과 악기 보호를 위해 예고없이 교대식이 취소되거나 축소될 수 있습니다. 비 소식이 있다면 일정을 과감히 변경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위병들은 세인트 제임스 궁전과 웰링턴 병영에서 출발해 버킹엄 궁전으로 들어옵니다. 궁전 앞 사람이 너무 많다면 그들이 이동하는 통로인 더 몰(The Mall)거리에서 대기해 보세요. 행진하는 근위병들을 휠씬 가까이서 여유롭게 지켜볼 수 있습니다.
피시 앤 칩스, 기대와 실제 사이의 간극
교대식을 놓친 이상 배라도 채우자는 마음으로 들어간 식당이었습니다. 영국 하면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고, 의무감 반 호기심 반으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레귤러 사이즈 기준 13.95파운드에서 라지는 15.5~16.5파운드 선이었습니다. 한화로 환산하면 2만 5천 원에서 2만 7천 원 사이입니다. 생선 튀김 한 접시에 이 가격이 적당하냐고 묻는다면, 런던의 물가를 감안하면 특별히 바가지는 아니지만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테이블에 놓인 소스 중에 몰트 비네거(Malt Vinegar)가 있었습니다. 몰트 비네거란 맥아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로, 피시 앤 칩스에 뿌려 먹는 영국의 전통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피시 앤 칩스는 케첩이나 타르타르 소스로 먹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현지에서는 몰트 비네거를 듬뿍 뿌리는 것이 정석에 가깝습니다. 저는 케첩을 찾았지만 없었고,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생선살은 임연수어와 비슷한 흰 살 생선으로 상당히 부드러웠습니다. 다만 간이 거의 없는 편이라 처음엔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튀김 반죽 자체는 바삭하게 잘 튀겨진 집이었고, 그 부분만큼은 맛집이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걸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한국 음식의 자극적인 간에 익숙한 입맛에는 솔직히 한 번으로 충분한 경험이었습니다.
피시 앤 칩스를 주문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식초 베이스 소스에 익숙하지 않다면 소금 위주로 간을 맞추는 것이 낫습니다.
- 레스토랑 내부(Eat-in)보다 테이크어웨이(Take-away)로 주문하면 서비스 차지가 빠져 가격이 내려갑니다.
- 양이 상당히 많아 소식하는 편이라면 두 명이 한 접시를 나누는 방법도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런던의 진짜 무게감
밥을 먹고 나왔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런던에서 비는 그다지 낯선 풍경이 아니지만, 그 빗속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의 외벽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고딕 양식(Gothic Architecture)으로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고딕 양식이란 12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건축 양식으로, 뾰족한 첨탑과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 외벽을 지지하는 반원형 아치 구조), 그리고 정교한 석조 조각이 특징입니다. 벽 전체를 뒤덮은 조각상들의 디테일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설계도면을 보는 것처럼 정밀한 석조 작업이 수백 년을 버텨온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내부는 단순한 성당이 아니라 영국 역사 전체를 아카이빙한 공간이었습니다. 역대 국왕과 총리들, 아이작 뉴턴을 비롯한 과학자들의 묘비와 석상이 본당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각각의 조각이 저마다 다른 시대 양식을 담고 있어 볼거리가 풍성했습니다. 영국의 수도가 런던이고 런던의 중심이 웨스트민스터라면, 그 안에서도 이 건물이 핵심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1시간 줄을 서서 들어간 보람이 충분했습니다.
현장 구매는 대기 줄이 상당히 길었고, 런던 패스(London Pass)를 소지하면 별도 구매 없이 입장이 가능합니다. 런던 패스란 런던 주요 관광지 30곳 이상을 하나의 카드로 무제한 입장할 수 있는 통합 패스로, 방문 예정지가 많다면 단가를 상당히 낮출 수 있습니다.
빅 벤, 사진으로 보던 것과 실물의 차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나와 고개를 돌리면 빅 벤(Big Ben)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그날 처음으로 실물을 봤습니다.
빅 벤은 정확히는 엘리자베스 타워(Elizabeth Tower) 안에 있는 대형 종의 이름이지만, 통상적으로 시계탑 전체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쓰입니다. 오랜 보수공사(Restoration Works)를 마치고 복원된 외관은 황금빛이 선명했습니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크고, 황금빛 장식이 더 짙었습니다. 유럽 건물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것을 이날 처음으로 온몸으로 실감했습니다.
영국을 방문한 관광객이 빅 벤과 웨스트민스터 일대에서 소매치기 피해를 입는 사례는 꾸준히 보고됩니다. 사진을 찍는 데 집중하다 보면 가방이나 스마트폰이 노출되기 쉬우니, 카메라를 꺼낼 때는 주변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국 왕실 공식 여행 정보 사이트에서도 관광 밀집 지역에서의 주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VisitBritain 공식 여행 안내).
비를 맞으며 걷다 보니 몸이 으슬으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하루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지구는 하루 안에 압축해서 보기엔 아까운 곳입니다. 근위병 교대식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온라인으로 입장 시간을 예약한 뒤 방문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피시 앤 칩스는 현지 경험으로서 한 번은 해볼 만하지만, 기대치를 낮추고 가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빅 벤과 웨스트민스터 사원만큼은, 어떤 상황에서도 실망시키지 않을 장소였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_KgPIDQbDI&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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