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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바다 밑을 지나 나라를 건넌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한 채로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역에 섰습니다. 유로스타를 탄다는 건 알았는데, 막상 영국에서 프랑스까지 기차로 2시간 남짓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여정을 직접 겪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레일패스와 좌석 등급, 예약에서 놓치면 후회하는 것들
이번 유럽 여행의 큰 틀은 유레일패스(Eurail Pass)를 기반으로 짰습니다. 유레일패스란 유럽 내 33개국 철도를 일정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철도 이용권으로, 각 나라마다 기차표를 따로 끊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것이 핵심 장점입니다. 저는 두 달 동안 15일권을 선택했는데, 전체 동선을 짜보니 큰 이동이 14번쯤 되더라고요. 딱 맞게 떨어져서 다행이었습니다. 3월에 미리 구입하면서 10% 조기 할인도 챙길 수 있었습니다.
유로스타는 유레일패스로 탑승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패스가 있다고 해서 그냥 탈 수 있는 게 아니라 별도의 좌석 예약(Seat Reservation)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좌석 예약이란 패스 소지자가 특정 열차의 지정 좌석을 확보하는 절차로, 유로스타처럼 국제선 인기 노선은 예약이 빠르게 마감됩니다.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출발 한 달 전쯤 알아봤을 때 이미 스탠다드 프리미어(Standard Premier) 좌석이 빠져 있어서 스탠다드로 예약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유로스타 홈페이지에서 수수료 23유로를 내고 변경했습니다.
유로스타 좌석은 세 등급으로 구분됩니다.
- 스탠다드(Standard): 일반 좌석, 기본 이동에 충실
- 스탠다드 프리미어(Standard Premier): 중간 등급, 유레일패스로 예약 가능한 최상위 등급, 기내식 제공
- 비즈니스 프리미어(Business Premier): 최고 등급, 패스 예약 불가, 별도 구매 필요
저는 스탠다드 프리미어가 밥을 준다는 정보를 뒤늦게 접하고 수수료까지 얹어 변경한 건데, 결론적으로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15만 원 정도를 더 내고 1등석으로 올린 것도 단순히 넓은 좌석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짐 도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도 있었거든요. 유럽 기차 여행에서 도난은 생각보다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실제로 이번 여행에서 배낭 대신 캐리어를 선택한 이유도 지퍼가 많은 백팩보다 캐리어가 절도 범죄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해저터널을 통과하고, 파리 북역에서 긴장을 되찾기까지
기차는 세인트 판크라스역을 출발한 뒤 영국 남동부를 달리다가 어느 순간 창밖이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채널 터널(Channel Tunnel), 즉 해저터널에 진입한 것입니다. 채널 터널이란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 해저 약 38km 구간을 뚫어 만든 해저 철도 터널로, 1994년 개통 이후 유럽 대륙과 영국을 연결하는 핵심 교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출처: Eurostar). 제가 직접 통과해보니 터널 구간은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습니다. 체감상 20분도 안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빛이 들어오는 순간, 스마트폰에 "Welcome to France"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재밌었던 건 구글맵이 한동안 영국으로 표시했다는 겁니다. 알고 보니 셀룰러 데이터 로밍 설정을 바꿔줘야 GPS가 제대로 잡히는 구조였습니다. 로밍 설정을 전환하자마자 지도에 프랑스 국기가 뜨더라고요. 이처럼 국경을 넘는 순간에는 단말기의 네트워크 전환이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출발 전에 미리 eSIM(이심, 물리적 SIM 카드 없이 소프트웨어로 개통하는 통신 방식) 설정이나 로밍 요금제를 점검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현지 도착 직후 구글맵 없이 파리 북역(Gare du Nord) 주변을 헤매는 건 꽤 고역이거든요.
스탠다드 프리미어 좌석에서 제공된 기내식은 솔직히 양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빵과 버터, 메인 요리가 나왔는데 먹고 나서 "먹은 것 같지 않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기대가 컸던 탓도 있지만, 양보다는 서비스의 분위기 자체가 여행에 리듬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와이파이는 연결은 됐지만 속도가 3G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요. 충전 걱정은 없었습니다. 팔걸이 아래에 USB 단자와 콘센트가 있어서 2시간 16분 내내 충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파리 북역에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유럽에서 하루 이용객이 가장 많은 역 중 하나로, 소매치기 활동이 빈번하게 보고되는 구역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파리 관광청). 제가 직접 내려서 걸어보니 런던과는 다른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플랫폼에서 개찰구로 이동하는 사이에도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고, 무의식적으로 가방 앞쪽으로 돌렸습니다. 이번 숙소를 잡은 난테르(Nanterre) 지역이 치안 면에서 다소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미리 접했던 터라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파리 북역 도착 후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참고하면 좋은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출구 방향을 미리 파악해두기: 북역은 규모가 크고 출구가 여러 개라 방향 감각이 없으면 헤맵니다
- 스마트폰 꺼내는 시간 최소화: 역 내부에서 지도 확인은 구석진 곳에서 짧게
- 캐리어 자물쇠 상태 확인: 이동 중 열쇠나 번호 자물쇠가 열려 있지 않은지 체크
- 남은 파운드 환전 또는 소진: 프랑스부터는 유로(EUR)를 써야 하므로 영국 파운드는 역 내 면세점에서 처리하는 것이 경제적
유로스타를 두고 "그냥 기차 아닌가"라는 인식을 가진 분도 있는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런던을 뒤로하고 해저 38km를 통과해 프랑스로 진입하는 그 경험 자체가 여행의 한 챕터였습니다. 승차감도 흔들림이 거의 없었고, 정시 도착은 기본이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보다는 유럽 여행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장치에 가까웠습니다.
유레일패스로 유럽을 종단할 계획이라면, 유로스타 예약은 출발 최소 6주 전에 마무리해두시길 권합니다. 스탠다드 프리미어 자리는 생각보다 빨리 소진되고, 수수료를 내고 변경하는 수고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여행 준비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파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체력을 아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파리 북역에서 진짜 여행이 시작되거든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R4Gn4oP7qc&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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