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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맵에 녹색 깃발을 꽂아두고 몇 달째 들여다보기만 한 장소가 있다면, 그게 바로 '가야 할 곳'이라는 신호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멜버른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지도 위에 꽂아둔 깃발이 딱 하나 있었고, 그게 그레이트 오션 로드였습니다.

12사도 바위

12사도 바위,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압도적입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멜버른 남서쪽 해안을 따라 약 243km 이어지는 해안 드라이브 루트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이 직접 건설에 참여한 도로로,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도로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도로의 끝에 자리한 12사도 바위(Twelve Apostles)는 그 자체로 이 긴 여정의 이유가 됩니다.

12사도 바위는 해식주(sea stack)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해식주란 파도와 바람이 석회암 해안을 수천 년에 걸쳐 깎아내면서 바다 위에 홀로 남겨진 바위 기둥을 말합니다.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지구가 스스로 조각해낸 작품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실제로 전망대에 서서 내려다보면 바위 하나하나가 얼마나 거대한지, 그 규모가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습니다. 저는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에 눌려 입을 제대로 닫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도 이 바위들이 끊임없이 침식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파도의 물리적 마모와 화학적 풍화 작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몇 년 뒤 다시 방문하면 실제로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주 환경·물·토지·기획부(DELWP) 자료에 따르면 현재 12사도 바위는 원래보다 수가 줄었으며, 침식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출처: 빅토리아주 공원관리청).

렌터카로 직접 운전해서 가느냐, 아니면 일일 투어로 가느냐를 두고 많은 분들이 고민하십니다. 편하게 일일 투어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시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는 렌터카가 압도적입니다. 12사도 바위 전망대에 서 있으면 10분으로는 부족합니다. 30분을 서 있어도 아쉬울 정도입니다. 투어 버스라면 그 아쉬움을 안고 떠나야 하지만, 렌터카라면 해가 질 때까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방문 전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방풍 기능이 있는 아우터(윈드브레이커 또는 경량 패딩): 한여름에도 해안 전망대는 체감 온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 선글라스: 바다에 반사된 자외선(UV)이 매우 강합니다. UV 차단 지수 400 이상 렌즈를 권장합니다
  • 유류비와 통행료 예산: 멜버른 기준 왕복 주유 비용이 상당하니 미리 계산해두는 게 좋습니다
  • 휴게소 간식: 주요 관광지 인근 카페는 가격이 높습니다. 중간 휴게소에서 미리 사두는 것이 낫습니다

로크 아드 고지, 12사도 바위보다 더 강렬했습니다

12사도 바위에서 차로 몇 분 거리에 있는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는 솔직히 말해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12사도 바위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곳은 '그냥 근처에 있으니 잠깐 들르는 곳' 정도로 생각하고 갔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수도 있습니다.

로크 아드 고지는 해식 아치(sea arch)와 해식 동굴(sea cave)이 함께 발달한 지형입니다. 해식 아치란 파도의 침식으로 해안 절벽에 구멍이 뚫려 아치 모양이 된 지형을 가리키며, 이 구조가 무너지면 해식주, 즉 12사도 바위 같은 독립 바위 기둥이 만들어집니다. 쉽게 말해 12사도 바위는 로크 아드 고지의 미래 모습인 셈입니다. 두 곳을 비교하며 보면 지형 변화의 흐름이 눈에 들어와서 더 흥미롭습니다.

이곳은 1878년 영국 이민선 로크 아드 호(Loch Ard)가 좌초된 장소이기도 합니다. 54명 중 단 두 명만 생존했다는 기록이 현장 안내판에 적혀 있습니다. 그 비극적인 역사와 달리,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절벽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풍경은 말 그대로 신비롭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음산하고 극적인 분위기가 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관람 포인트가 두 군데로 나뉘어 있으니 첫 번째 전망대에서 멈추지 말고 두 번째 포인트까지 꼭 걸어가야 합니다. 제 경험상 두 번째 포인트가 훨씬 인상적이었는데, 첫 번째만 보고 돌아가는 분들이 꽤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멜버른에서 뉴질랜드로, 공항 이동은 우버가 답입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마지막으로 호주 일정을 정리하고, 저는 뉴질랜드 퀸스타운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구간 이동에서 가장 고민되는 게 공항 접근성인데, 실제로 계산해보니 선택지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멜버른 툴라마린 공항(Melbourne Airport, MEL)까지 이동하는 방법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스카이버스(SkyBus)입니다. 스카이버스란 멜버른 CBD(중심 업무 지구)와 공항을 연결하는 셔틀버스 서비스를 말합니다. 그런데 공항 인근 숙소에서 출발하는 경우라면 시내로 한 번 들어갔다가 다시 공항으로 나와야 하는 비효율이 생깁니다. 이 경우 요금 차이가 10달러 안팎인데, 짐 무게 걱정, 환승 시간 계산까지 더하면 우버 쪽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실제로 제가 경험해보니 공항 근처 숙소 기준 우버 요금이 34달러 정도로 나왔고, 스카이버스는 시내 편도 5달러 더하면 사실상 27달러라 큰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짐이 많고 혼자 이동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우버를 추천합니다.

위탁 수하물 허용 무게도 미리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출국장에서 23kg 제한을 초과한 24.3kg으로 검색됐는데 그냥 통과시켜 주셨습니다. 늘 운이 따른다는 보장은 없으니, 짐 무게는 미리 숙소에서 재보고 조정하는 것이 낫습니다. 항공사마다 초과 수하물 요금 정책이 다르며, 국제선 기준 초과 요금이 편도 50달러 이상 부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출처: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 ACCC).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분명 긴 하루를 요구하는 여정입니다. 운전이 부담스럽다는 분들의 말도 이해합니다. 그래도 저는 직접 핸들을 잡고 꼬불꼬불한 해안 절벽 도로를 달리면서 바다가 펼쳐질 때마다 속도를 줄이던 그 순간들이 여행에서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음에 호주를 다시 가게 된다면, 이번엔 1박 2일 일정으로 일출과 일몰을 모두 담아올 생각입니다. 처음이라면 일일 투어도 나쁘지 않지만, 두 번째 방문이라면 반드시 렌터카를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1ATplv2WpQ&list=PLD7Ss_NVlYEny-0hZyox4domuFigH_EGP&index=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