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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발리를 네 번 방문했지만, 호시노야 발리만큼 묘한 여운을 남긴 곳은 없었습니다. 첫 방문 때 수영장에서 헤엄치다가 옆집 투숙객과 눈이 마주쳤을 때의 그 어색하면서도 신기한 감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프라이빗 빌라인데 수영장은 공유한다니, 이게 대체 무슨 구조인가 싶었거든요. 오늘은 제가 두 번이나 찾았던 호시노야 발리의 독특한 매력과 실제 투숙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70m 수로형 수영장, 프라이빗과 퍼블릭 사이
호시노야 발리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수로형 수영장(Canal Swimming Pool)입니다. 일반적인 리조트처럼 공용 수영장 한 곳에 모이는 게 아니라, 마치 마을 사이를 흐르는 강처럼 총 세 개의 수영장이 각각 70m 길이로 뻗어 있고, 그 양옆으로 30개의 독채 빌라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수로형'이란 좁고 긴 운하 형태의 수영장을 의미합니다. 폭은 좁지만 길이가 길어서 실제로 수영 연습을 하기에 최적이고, 각 빌라의 테라스가 이 수영장과 바로 맞닿아 있어 문을 열고 나가면 곧바로 물속으로 뛰어들 수 � 있습니다.
제가 처음 묵었던 소카(Soka) 빌라는 테라스에서 계단 몇 개만 내려가면 바로 수영장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잠옷 차림으로 물에 풍덩 뛰어드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그런데 한 10m쯤 헤엄쳐 가니까 옆집 테라스가 보이고, 거기서 커피 마시던 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서로 어색하게 웃고 손 흔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두 번째 방문 때 묵었던 불란(Bulan) 빌라는 구조가 조금 달랐습니다. 현관에서 침실을 지나 한 층 아래로 내려가야 수영장이 나오는 구조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소카가 더 편했습니다. 아무래도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더라고요.
이 수영장 구조의 재미있는 점은 완전히 혼자만의 공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용 수영장처럼 북적대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수영하다가 가끔 다른 투숙객을 만나면 가볍게 인사하고, 또 각자 방으로 돌아가고. 이 묘한 경계가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정글 위 공중 가제보, 발리 문화를 품다
호시노야 발리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공간은 카페 가제보(Cafe Gazebo)입니다. 데크 워크를 따라 계곡 쪽으로 5분쯤 걸어 내려가면, 우거진 정글 위로 마치 새장처럼 떠 있는 가제보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가제보'란 정자나 전망대를 뜻하는 서양식 건축물을 말합니다. 발리 전통 건축 양식을 응용해 만든 이곳은 사방이 뚫려 있어 정글의 소리와 바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바닥은 나무 데크로 되어 있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저는 여기서 짜낭 사리(Canang Sari) 만들기 체험을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의미 있었습니다. 짜낭 사리는 발리 힌두교의 전통 공양물로, 야자수 잎으로 작은 바구니를 만들고 그 안에 꽃과 향을 담아 신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일상 의례입니다. 발리에서는 아침마다 집 앞이나 사원, 심지어 상점 앞에도 이 작은 바구니를 놓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출처: 발리관광청).
리조트 직원이 손수 잎을 꺾고 접는 법을 가르쳐 줬는데, 손이 꽤 많이 갔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잎을 일정한 간격으로 접고 고정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서 처음엔 자꾸 풀어졌거든요. 그래도 30분쯤 집중하니 제법 그럴싸한 바구니가 완성됐고, 그 안에 프랑지파니 꽃을 담아 리조트 내 작은 사원에 바쳤습니다.
가제보에서는 시간대별로 다른 음료도 제공하는데, 오전에는 모닝 자무(Jamu)라는 발리 전통 한방 음료를, 오후에는 타페 보이트(Tape Boya)라는 쌀 발효 칵테일을 내줍니다. 타페 보이트는 쌀을 발효시켜 만든 약간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술인데, 도수가 낮아서 낮에 마시기 좋았습니다. 정글 한가운데서 이국적인 술을 홀짝이는 경험은 정말 잊을 수 없었습니다.
아침 요가와 일본식 조찬, 호시노야의 정체성
호시노야 발리는 일본 호시노 리조트 그룹의 첫 해외 진출 브랜드입니다. 호시노 리조트는 일본 전역에서 료칸(Ryokan, 일본 전통 여관)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그중 최고급 라인이 바로 호시노야입니다.
여기서 '료칸'이란 일본 전통 방식의 숙박 시설로, 다다미방과 온천, 정갈한 일본식 식사가 특징입니다. 호시노야 발리는 이 료칸의 철학을 발리 환경에 맞게 재해석한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아침 식사 메뉴를 보면 이 정체성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조식은 인도네시아식, 일본식, 아메리칸식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저는 세 가지를 다 먹어봤습니다.
아침 식사 옵션별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인도네시아식: 부부르 아얌(Bubur Ayam)이라는 닭죽이 메인. 흰 쌀죽에 찐 닭고기, 육수, 쪽파, 튀긴 샬롯, 땅콩을 넣어 먹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속이 편해서 제일 자주 선택했습니다.
- 일본식: 밥, 된장국, 생선구이, 절임류 등 전형적인 일본 가정식 아침상. 정갈하고 깔끔해서 아침부터 무겁지 않습니다.
- 아메리칸식: 샐러드, 계란 요리(스크램블/오믈렛 선택 가능), 빵과 버터. 익숙한 구성이지만 재료가 신선해서 맛있었습니다.
어떤 메뉴를 선택하든 신선한 과일 플래터와 생과일 주스가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특히 망고스틴과 용과가 정말 달고 맛있었습니다.
아침 식사 전에는 정글을 마주한 요가 데크에서 무료 요가 수업이 진행됩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스트레칭하는 경험은 그 어떤 피트니스 센터에서도 느낄 수 없는 호화로움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요가를 전혀 안 하는 사람인데, 여기서는 매일 아침 나갔습니다. 분위기가 주는 힘이 있더라고요.
호시노야 발리의 건축물들은 모두 발리 전통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지붕이 뾰족하고, 벽면에는 장인이 손수 조각한 나무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바닥은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시원합니다. 침실은 낮은 침상과 밖을 향하는 창이 특징인데, 이는 일본 료칸의 미니멀한 분위기와도 닮아 있습니다.
리조트가 위치한 우붓(Ubud) 지역은 발리 섬 중부 산악 지대로, 열대우림과 계단식 논, 사원이 밀집된 문화 중심지입니다. 발리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40분 거리에 있으며, 리조트에서 우붓 시내까지는 약 25분 소요됩니다(출처: 인도네시아 관광부).
리조트는 무료 셔틀을 운행하는데, 시내 왕복 스케줄이 하루 3~4회 정도로 정해져 있어서 미리 확인하고 예약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두 번째 방문 때 우붓 왕궁과 재래시장을 구경하러 셔틀을 이용했는데, 시간만 잘 맞추면 택시비를 아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호시노야 발리는 자연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 그 속에 녹아드는 설계 철학으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리조트 곳곳을 다니다 보면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베지 않았다는 게 느껴집니다. 골목길도 자연스럽게 구불구불하고, 빌라마다 위치한 나무와 바위를 피해 건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두 번째 방문 때는 첫 방문만큼의 감동은 없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인력이 줄면서인지 객실 청소 상태가 조금 아쉬웠고, 수영장 물때도 눈에 띄었습니다. 첫 방문 때는 이런 부분이 전혀 없었거든요. 가격 대비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하드웨어 관리가 조금 아쉬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시노야 발리만의 독특한 수영장 구조, 정글 속 공중 가제보, 발리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짜낭 사리를 만들며 발리 사람들의 일상 신앙을 이해하게 된 경험은 단순한 휴양을 넘어 문화적 깊이를 더해줬습니다.
만약 발리 우붓에서 조용하고 사색적인 휴식을 원하신다면, 그리고 다른 리조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공간 구성을 원하신다면 호시노야 발리는 여전히 훌륭한 선택입니다. 다만 최근 방문하신 분들의 후기를 꼭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다녀온 지 1년이 넘었으니, 지금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네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whV0kIBJ0o&list=PLZFrmIhUHXj9ZDhtovZ_g5vF5_cRds655&index=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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