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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하코다테를 처음 여행 계획에 넣으면서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삿포로에서 기차로 네 시간이나 걸리는데, 그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오히려 하코다테를 마지막에 넣은 걸 후회했습니다. 일정이 더 남아있었다면 하루라도 더 있었을 텐데요.


별 모양 요새와 붉은 벽돌 창고,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동네
고료카쿠 타워에 올랐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게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라고?" 였습니다. 전망대 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고료카쿠(五稜郭)는 말 그대로 다섯 개의 뾰족한 꼭짓점이 완벽한 별 모양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고료카쿠란 에도 막부 말기인 1864년에 완성된 서양식 성곽 요새를 뜻합니다. 당시 일본이 서양의 보방식(Vauban) 축성술을 도입해 설계한 것으로, 각 꼭짓점을 돌출시켜 사각지대 없이 360도 방어가 가능하도록 만든 군사 건축물입니다. 지금은 요새 전체가 국가 특별사적으로 지정된 공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출처: 일본 문화청).
겨울에 방문하면 새하얀 눈 위로 별 모양의 해자가 그대로 드러나는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제가 직접 겨우내 눈이 쌓인 고료카쿠를 내려다봤을 때 그 고요함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타워 외부는 바람이 정말 매서우니, 전망대 실내에서 따뜻하게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고료카쿠에서 경사진 언덕을 따라 내려오면 아카렌가(赤レンガ) 창고 지구가 나옵니다. 아카렌가란 '붉은 벽돌'을 뜻하는 일본어로, 메이지 시대에 지어진 이 창고들은 하코다테가 일본 최초의 개항지 중 하나였을 당시 수입 물자를 보관하던 실제 무역 창고였습니다. 지금은 내부를 리모델링해 유리공예품 숍, 기념품 가게, 음식점 등이 들어선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바다 바로 옆이라 창고 앞 광장에서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하코다테 특유의 항구 정취가 물씬 느껴집니다.
아카렌가 창고에서 언덕을 오르면 모토마치(元町) 지구가 펼쳐집니다. 가파른 돌계단과 가로등, 알록달록한 서양식 건물들이 이어지는 이 동네는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일본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하치만자카(八幡坂)라는 언덕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경사진 돌길 끝으로 항구와 바다가 그대로 열리는데, 이 구도가 워낙 유명해 광고 촬영지로도 자주 쓰입니다. 맑은 날에는 더욱 상쾌한 풍경이 나오지만, 제가 방문했을 때는 흐린 날씨였음에도 그 분위기만으로도 카메라 셔터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눈 맞으며 온천하는 원숭이, 말로 설명이 안 됩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과장된 거 아닐까 싶었습니다. 원숭이가 온천에 들어가 있는 장면이 그렇게까지 대단할까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이건 영상이나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이 안 됩니다.
하코다테 열대식물원(函館市熱帯植物園) 내 원숭이 온천은 겨울철 한정으로 운영됩니다. 이 시설에서는 니혼자루(日本猿), 즉 일본원숭이를 야외 온천에 방류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여기서 니혼자루란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서식하는 영장류로, 혹독한 홋카이도 겨울을 버티기 위해 자연스럽게 온천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습성이 확인된 종입니다. 이 생태적 특성 덕분에 하코다테 식물원에서는 겨울마다 온천을 개방해 원숭이들이 스스로 들어와 즐기도록 환경을 만들어두고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웃겼던 건, 원숭이마다 개성이 너무 달랐다는 겁니다. 어떤 원숭이는 눈이 쌓이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삶의 무게가 잔뜩 실린 표정으로 온천에 반쯤 잠겨 있고, 또 어떤 원숭이는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박수를 치고 몸을 흔들며 뭔가를 어필합니다. 이 원숭이 온천 바로 근처에 유노카와(湯の川) 온천 지구가 있어서, 원숭이 구경 후 바로 온천에 몸을 담그는 코스로 묶으면 오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원숭이 온천 관람을 위한 실속 팁
1. 간식 뽑기 기계를 찾으세요: 천원정도면 원숭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간식을 살 수 있어요.
2. 카메라 렌즈 습기 주의: 온천의 수증기가 강해서 렌즈애 순식간에 김이 서릴 수 있어요. 렌즈클리너를 꼭 챙겨가세요
3. 관람 후엔 족욕 타임: 식물원 한쪽애는 여행자들을 위한 족욕탕도 마련되어 있어요
하코다테산 야경, 왜 세계 3대인지 올라가 보면 압니다
하코다테산(函館山) 전망대는 로프웨이(ropeway)를 이용해 올라갑니다. 로프웨이란 강철 케이블에 매달린 곤돌라를 활용해 급경사 지형을 수직에 가깝게 이동하는 교통수단입니다. 편도 3분이면 해발 334m 정상까지 도달하는데, 강풍이 부는 날이나 정기 점검 기간에는 운행이 중단되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몰 전에 미리 올라가서 낮 풍경부터 보는 것을 권합니다. 하코다테는 좁은 반도 위에 시가지가 형성된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어, 양쪽이 바다로 둘러싸인 형태가 위에서 내려다볼 때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지형을 육계사주(陸繫砂洲)라고 하는데, 육계사주란 본래 섬이었던 지형이 모래나 퇴적물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형성된 지형을 뜻합니다. 하코다테는 이 특이한 지형 덕분에 도시 불빛이 가늘고 길게 뻗어 보이며, 양쪽 바다의 반사광까지 더해져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야경이 완성됩니다.
해가 떨어지고 나면 추운 것도 잊게 만드는 야경이 펼쳐집니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높은 곳에서 보는 야경은 나름의 감동이 있지만, 양옆이 바다로 열린 항구 도시의 야경은 결이 다릅니다. 저는 실내에서 잠깐 몸을 녹이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 그 순간의 풍경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하코다테산 직관을 위한 실전 팁
1. 로프웨이 명당 사수: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갈 때 가급적 진행 방향의 뒤쪽 창가에 서세요. 도시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2. 바람과 까움에서 이기기: 바닷바람이 매우 강합니다. 여름에도 가디건이 필수이며 겨울에는 방한 용품을 꼭 챙겨야 합니다.
3. 내려올 때를 대비한 인내심: 야경이 가장 예쁜 직후에는 내려가는 로프웨이 줄이 굉장히 깁니다. 조금일찍 내려가는 전략과 전망대 카페에서 코코아 한잔 마시며 여유를 부리다가 조금 늦게 내려가는 전략이 있습니다.
럭키삐에로부터 아사이치까지, 하코다테 먹거리 공략
하코다테 먹거리에서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곳은 럭키삐에로(ラッキーピエロ)입니다. 하코다테에만 존재하는 이 로컬 햄버거 체인은 현지인들의 소울 푸드로 통합니다. 대표 메뉴인 차이니스 치킨버거(チャイニーズチキンバーガー)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게 뭐야" 싶었습니다. 비주얼이 기대 이하였거든요. 그런데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달라졌습니다. 간장 양념을 입힌 통 순살 치킨 덩어리가 마요네즈, 양상추와 함께 폭신한 빵 사이에 들어가는 조합인데, 이 균형이 생각보다 훨씬 완성도 높았습니다. 이런 맛의 버거는 하코다테가 아니면 먹을 수 없으니, 여행 중 꼭 한 번은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아사이치(朝市), 즉 아침 시장은 JR 하코다테역 바로 옆에 위치합니다. 오전 5시부터 낮 2시까지만 운영하며, 주로 수산물 판매와 식당을 겸합니다. 카이센동(海鮮丼)이란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밥 위에 올린 덮밥 형태의 요리로, 하코다테 앞바다에서 잡히는 오징어, 성게, 게 등을 듬뿍 올려 먹는 것이 이 지역의 정석 스타일입니다. 규모는 작은 편이라 금방 둘러볼 수 있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전 시간이 맞는다면 들러서 아점 한 끼 해결하기에 딱 좋습니다.
하코다테의 교통 핵심은 시덴(市電), 즉 노면전차입니다. 시덴이란 도로 위를 달리는 전차로, 하코다테 시내 주요 관광지를 대부분 연결합니다. 눈이 쌓인 도심 위를 조용히 달리는 노면전차는 그 자체로도 꽤 감성적인 풍경입니다. 이용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1일권 또는 2일권 패스를 구매하면 횟수 제한 없이 탑승 가능합니다.
- 버스와 시덴을 모두 이용할 예정이라면 버스+시덴 통합 2일권이 더 유리합니다.
-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고 겨울철에는 정시 운행이 어렵기 때문에 시덴 중심으로 동선을 짜는 것이 편합니다.
- 탑승 방법은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리며, 탈 때 정리권(整理券)을 뽑아두어야 합니다.
여기서 정리권이란 탑승 구간의 요금을 내릴 때 정산하기 위해 탈 때 뽑아두는 번호표를 뜻합니다. 처음 타면 당황할 수 있으니 미리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의 이동은 JR 특급 열차로 약 4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코다테 공항을 통한 국내선 이용도 가능하며, 항공으로는 약 1시간 20분이면 도달합니다(출처: 하코다테 공항 공식 사이트).
하코다테는 화려함보다 잔잔함이 있는 도시입니다. 일정이 빡빡하지 않고 걷는 것 자체를 즐기는 분이라면, 이 도시의 매력이 더 깊게 와닿을 겁니다. 최소 1박 2일, 여유가 된다면 2박 3일을 권합니다. 유노카와 온천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 아침 아사이치에서 카이센동 한 그릇으로 시작하는 루틴, 해보시면 왜 하코다테에 머물렀다 가는 분들이 다시 찾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eizbY48nhE&list=PLZFrmIhUHXj-OqcXav0iGntoUtJIsu5cx&inde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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