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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료칸 한 번 경험해보고 싶은데, 낡은 다다미 바닥이나 냄새 걱정되셨던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 고민 끝에 찾아간 곳이 하코네의 카이 센고쿠하라였고, 이곳에서 보낸 하룻밤은 제가 료칸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카이 센고쿠하라

숲속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료칸, 첫인상부터 달랐습니다

도쿄에서 신주쿠 출발 기준으로 로망스카(Romancecar)를 타면 약 1시간 20분 만에 하코네유모토역에 닿습니다. 로망스카란 오다큐 전철이 운행하는 관광 특급 열차로, 전면 파노라마석과 넉넉한 좌석이 특징입니다. 이 자리는 워낙 인기가 많아서 제 경험상 최소 한 달 전에는 예약해두셔야 여유 있게 탈 수 있습니다.

고라역에서 택시로 약 15분을 달려 삼나무 숲 사이를 지나면 카이 센고쿠하라에 도착합니다. 처음 내린 순간 코끝에 스며드는 숲향이 꽤 진했습니다. 입구에서 마중 나온 직원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는데, 16개 객실짜리 소규모 료칸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작은 공간에 이런 설비를 들인다는 건 그만큼 투숙객의 편의를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뜻이겠죠.

이 료칸이 속한 호시노 리조트(Hoshino Resort)는 일본의 대표적인 고급 리조트 운영 그룹입니다. 카이 센고쿠하라는 2018년에 문을 열어 신축의 쾌적함을 유지하면서도 전통 료칸의 분위기를 살린 현대식 온천 숙소입니다. 저는 호시노 리조트 계열을 이전에도 두 곳 이상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브랜드 전반에 걸쳐 서비스 수준의 일관성이 높다는 점이 이번 선택에 확신을 줬습니다.

객실 타입은 총 네 가지가 있으며, 저는 트윈베드 구성의 RB2 타입에 묵었습니다. 객실 내부는 가구 배치로 드레스룸, 침실, 거실 영역을 구분한 구조라 물리적으로는 하나의 공간이지만 각 구역이 분리된 느낌을 줍니다. 침대와 소파 모두 창밖 숲을 향해 배치되어 있어서, 누워서도 서 있어서도 자연스럽게 바깥 풍경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테라스로 나가면 객실의 하이라이트인 노천욕조가 있습니다. 성인 두 명이 충분히 들어갈 크기에 오다니 계곡의 온천수가 가득 채워져 있고, 온천욕을 하며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그 순간만큼은 진짜 아무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일본 온천 지역의 숙박 수요에 대해 살펴보면, 하코네는 연간 약 2,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일본 대표 온천 관광지로 손꼽힙니다(출처: 하코네 관광연맹).

가이세키 요리, 먹기 아까울 만큼 예뻤습니다

온천을 마치고 나면 정직하게 배가 고파지는 법입니다. 예약된 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 공간으로 내려갔는데, 레스토랑은 방마다 개인실로 나뉘어 있어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습니다.

카이 센고쿠하라의 저녁은 가이세키(懐石) 형식으로 제공됩니다. 가이세키란 일본 전통 코스 요리 형식으로, 계절 식재료를 활용해 순서에 따라 소량씩 정갈하게 내어오는 방식을 말합니다. 단순히 음식을 나르는 것이 아니라 그릇, 플레이팅, 순서 자체가 하나의 연출로 기획됩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의 코스는 훈연 연어와 새콤한 과일 샬롯에서 시작해, 옥돔과 새우 덤플링을 넣은 맑은 국물 요리, 다진 닭고기 테린, 막걸리에 절인 새우, 숙성 사시미, 관자와 연어를 각각 고구마와 라이스 페이퍼로 감싼 튀김, 연근 볼 찜 요리, 그리고 도미와 잎새버섯이 들어간 솥밥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솥밥은 향이 진하고 맛이 좋아서 두 번이나 더 담아 먹었습니다.

마지막 디저트는 식용 대나무 숯가루가 들어간 페이스트리와 금가루를 얹은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끝까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이곳의 가이세키 메뉴는 계절마다 재료와 구성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즉, 같은 곳을 다시 방문해도 다른 식사 경험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침 식사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참마를 넣어 만든 일본식 부침개에 건새우와 가쓰오부시, 간장 소스를 얹어 먹는 방식이었는데, 전날의 화려한 코스에 비해 소박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로비에서 손수건 아트 체험에도 참여했습니다. 밑그림 위에 직접 채색하는 방식인데, 오랜만의 색칠 공부라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습니다. 완성된 손수건은 여행의 기념품으로 가져올 수 있어서, 여행이 끝난 후에도 그 시간을 떠올리게 해주는 물건이 생겼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현대식 료칸을 처음 고른다면, 실전 체크리스트

처음 료칸을 선택하거나 카이 센고쿠하라를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을 위해, 제가 경험을 통해 정리한 실전 포인트를 드립니다.

  • 로망스카 예약은 출발 한 달 전에 하세요. 전망석은 금방 마감됩니다.
  • 하코네 프리패스(Hakone Freepass) 활용을 권합니다. 하코네 프리패스란 2~3일간 하코네 지역 내 버스, 로프웨이, 해적선, 산악열차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교통권입니다. 오와쿠다니나 아시노호를 들른 뒤 숙소로 이동하는 동선에 잘 맞습니다.
  • 체크인은 오후 3시 이전에 맞추세요. 저녁 아트 체험과 노천욕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일찍 도착하는 편이 낫습니다.
  • 대욕탕은 아침 일찍 이용하세요. 객실 수가 16개로 적어서 마주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욕탕을 전세 낸 것처럼 조용히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 온천욕 전후 수분 보충을 잊지 마세요. 탕 내 온도가 높아 탈수가 올 수 있습니다. 객실 내에는 달달한 간식과 차류가 미리 준비되어 있으니 적극 활용하세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라는 일본 특유의 접객 철학도 이곳에서 제대로 느꼈습니다. 오모테나시란 상대방의 필요를 미리 예측하여 배려하는 일본식 서비스 정신으로, 요청하기 전에 먼저 챙겨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화장대 세면대 크기부터 세안 후 보습까지 커버하는 어메니티 구성, 온천욕 후 아이스크림 제공 같은 디테일에서 이 정신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온천 료칸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 만족도 조사에서 '서비스 품질'과 '식사'가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일본관광청).

카이 센고쿠하라는 전통 료칸 특유의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이나 오래된 냄새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현대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쾌적한 침구, 잘 정비된 냉난방 시스템, 벌레 걱정 없는 관리 상태를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료칸의 감성과 현대적 편의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곳은 혼자 가도, 둘이 가도, 부모님과 함께 가도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하코네를 다시 간다면 같은 브랜드의 다른 계열 숙소도 경험해보고 싶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곳이 자꾸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XvAz710DeY&list=PLZFrmIhUHXj8Op0_gN4xAcVXpbVE0jsll&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