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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퍼스 일정을 짤 때 망설였습니다.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30분이면 되는데, 멜버른에서 퍼스까지는 무려 4시간 30분이나 걸리더군요. 이미 한국에서 9시간 넘게 비행기 타고 온 상황에서 호주 국내선으로 또 이렇게 긴 비행을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다녀오니 퍼스는 동부의 대도시들과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퍼스는 정말 외딴 도시인가
호주 대륙(Australian Continent)을 지도로 펼쳐보면 퍼스가 얼마나 동떨어진 곳인지 금방 실감합니다. 여기서 Australian Continent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대륙으로, 국토 면적이 약 769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의미합니다. 동부 해안의 시드니나 멜버른에서 서부 퍼스까지는 무려 4,000km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출처: 호주관광청).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일주일 정도 호주 여행을 계획하는 한국인들은 보통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같은 동부 대도시 위주로 코스를 짭니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죠. 그런데 실제로 퍼스를 다녀온 제 경험으로는, 시간 여유가 있다면 퍼스를 일정에 포함시키는 게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제가 퍼스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공기의 차이였습니다. 건조하면서도 깨끗한 공기가 한국의 가을 날씨를 떠올리게 했어요. 시내 중심가를 걸어도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고, 노숙자가 아예 없진 않았지만 위협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5시만 되면 대부분의 상점이 칼같이 문을 닫아서 저녁 시간에 할 게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킹스파크(Kings Park)는 제가 퍼스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이곳은 도심 속 대규모 식물원이자 전망대로, 면적이 약 400헥타르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여의도 면적의 1.4배 정도 되는 엄청난 크기입니다. 공원 곳곳에는 1929년에 심어진 나무들이 있는데, 각 나무판에 식수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더군요. 거의 100년 된 나무들이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로트네스트섬에서 만난 쿼카
로트네스트섬(Rottnest Island)으로 가려면 먼저 퍼스 CBD에서 프리맨틀(Fremantle)까지 트레인을 타야 합니다. 프리맨틀은 주말에만 여는 마켓으로 유명한 곳인데, 금토일에만 운영됩니다. 저는 주말에 맞춰서 페리 타기 전에 잠깐 들렀었는데, 빈티지 물건들과 로컬 푸드를 파는 분위기 있는 시장이었습니다.
로트네스트섬은 섬 자체가 워낙 넓어서 걸어서 다니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섬 내부 순환버스 티켓을 따로 구매해야 하는데, 이 버스는 아무 정류장에서나 타고 내릴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섬에 도착했을 때 날씨가 조금 흐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구름이 걷히니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쿼카(Quokka)는 로트네스트섬의 상징적인 동물입니다. 쿼카란 소형 유대류 포유동물로, 항상 웃는 듯한 표정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쿼카를 가까이서 보니 정말 입꼬리가 올라간 것처럼 보여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다만 쿼카에게 먹이를 주는 건 금지되어 있는데, 제가 봤을 때 어떤 쿼카가 먹으면 안 되는 풀을 먹고 있더군요.
퍼스 지역은 해산물로 특히 유명합니다. 현지에서 직접 잡은 바다가재(Lobster), 굴(Oyster), 다양한 물고기 등이 대표적인 메뉴입니다. 특히 퍼스 남쪽 만두라(Mandurah)에서 진행되는 Wild Seafood Experience는 직접 랍스터를 잡아보고 셰프가 준비한 랍스터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서호주관광청).
제가 방문했던 미트 앤 와인 앤 코(Meat & Wine Co)는 퍼스에 여러 지점이 있는 체인 레스토랑입니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익스프레스 런치 메뉴였습니다. 가격은 고작 9달러인데 맥주까지 포함되어 있더군요. 저는 포크 립을, 남편은 캥거루 고기를 주문했습니다.
캥거루 고기는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특이한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좀 질긴 편이긴 했지만 계속 씹다 보니 달달한 맛이 계속 났어요. 캥거루 고기(Kangaroo Meat)는 호주 원주민들이 수천 년 동안 먹어온 전통 식재료로,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건강식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녁에는 아시아 음식이 그리워서 우동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 줄을 서야 했는데, 퍼스에서 줄 서서 먹는 식당을 보는 게 신기했습니다. 우동 면이 엄청 쫄깃했고, 양도 푸짐했습니다.
퍼스의 숙소는 노보텔(Novotel)에 묵었습니다. 최근에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해서 전반적으로 깔끔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 샤워기 줄이 너무 짧아서 사용이 불편했습니다
- 창문 밖 뷰가 바로 옆 건물이어서 커튼을 계속 쳐둬야 했습니다
- 주말 밤에 근처 클럽에서 소음이 들렸습니다
다만 호주의 클럽 문화는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클럽 앞에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고 경찰관들이 상주하면서 질서를 유지하더군요.
퍼스는 조용한 도시처럼 보이지만 킹스파크와 고테슬로 비치(Cottesloe Beach) 같은 곳에서 해양도시의 면모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시드니-멜버른-퍼스 순서로 일정을 짜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으로는 여행의 마침표를 퍼스에서 찍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동부 대도시들의 번잡함을 경험한 후 퍼스의 여유로운 자연과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이죠. 다만 도시 간 이동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최소 10일 이상의 여정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퍼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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