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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하룻밤을 자면 어떤 기분일까요? 쇠창살이 그대로 남아 있는 감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과연 편히 잠들 수 있을까요? 저는 오타와 중심부에 위치한 세인트로 자일 호스텔(Saintlo Ottawa Jail Hostel)에서 실제로 이 경험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엔 1,800개가 넘는 섬들이 세인트로렌스 강에 흩어진 사우전드 아일랜드(Thousand Islands)를 크루즈로 둘러봤는데요. 온타리오의 이 두 장소는 각각 역사의 무게와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제게 완전히 다른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캐나다 감옥 호스텔과 천 섬 크루즈

오타와 감옥 호스텔, 150년 역사 속에서 잠들다

호스텔(Hostel)이란 여행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침대를 빌려 자는 공용 숙박 시설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도미토리(dormitory) 형태로 운영되며,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죠. 세인트로 자일 호스텔은 1862년부터 1972년까지 약 110년간 칼턴 카운티 감옥(Carleton County Jail)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을 개조한 곳입니다(출처: 캐나다 국립도서관기록보관소).

9층까지 있는 이 건물은 엘레베이터가 없습니다. 짐이 많으신 분들은 고려하셔야 합니다. 감옥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있기에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입니다.

 

주소: 75 Nicholas street, Ottawa, ON K1N 7B9

1박 요금: 약 CAD 70~100(세금 별도), 8인실은 약 CAD 50

체크인/체크아웃: 15:00 / 11:00

주요시설: 24시간 데스크 운영

유료 주차장 (CAD 20/day)

무료 Wi-Fi,조식

공용 주방, 라운지, 공용 샤워실

 

저는 더블룸을 예약했는데, 체크인할 때부터 묘한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복도를 따라 걸어 들어가니 양쪽으로 감방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더군요. 제 방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두꺼운 쇠창살이었습니다. 침대는 하나, 작은 선반 하나가 전부였지만 이 분위기 자체가 묘하게 압도적이었어요.

쇠창살 철문에는 재소자 수칙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 이 방에 실제로 수감됐던 사람의 이름과 죄명, 형량까지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읽으면서 "나는 그동안 살면서 잘못한 일이 없었나?" 하는 생각에 잠시 멈칫했습니다. 밤새 복도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돌벽을 타고 울려서 처음엔 좀 놀랐는데, 귀마개를 끼고 나니 그나마 나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무료 감옥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1시, 주말에는 오전 9시에 감옥 투어가 있습니다. 과거 사형집행장과 독방들을 둘러보며 가이드가 각 층을 안내하고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들려주는데, 특히 8층 사형수 구역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사형수들이 마지막 날들을 보냈던 방을 지나 '출구(Exit)'라고 표시된 문을 열고 나가니,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엔 교수대가 있더군요. 캐나다는 1976년 사형 제도를 폐지했지만(출처: 캐나다 법무부), 이곳엔 그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가나노크에서 시작하는 사우전드 아일랜드(천 섬) 크루즈

사우전드 아일랜드는 온타리오주와 뉴욕주 사이 세인트로렌스 강에 1,800개가 넘는 섬이 흩어져 있는 지역입니다. 토론토에서 몬들리올로 넘어가는 중간 정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섬(Island)의 정의는 명확합니다. 1년 내내 수면 위에 있어야 하고, 나무가 최소 한 그루 이상 자라야 섬으로 인정받습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섬이 정확히 1,864개라고 하더군요.

저는 가나노크(Gananoque)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가나노크 보트 라인(Gananoque Boat Line)의 2.5시간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코스는 섬들을 구경하는 것은 물론, 미국 영토인 볼트 캐슬(Boldt Castle)에 하차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주의할 점은 볼트 캐슬이 미국 땅이라는 겁니다. 반드시 여권을 챙겨야 합니다. 실제로 배 안에서 여권을 안 가져와서 하선하지 못하는 분들을 여럿 봤어요. 실제로 미국에 입국하는 것에 비하면 입국심사는 까다롭지 않지만 받아야 하기에 배에서 가능하다면 일찍 내려 앞쪽에 줄 서는 것을 추천합니다.

배가 출발하자 양쪽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섬엔 선착장까지 갖춘 큰 별장이 있는가 하면, 정말 간신히 작은 오두막 하나만 들어선 섬도 보였습니다. 가이드는 각 섬마다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특히 '나폴레옹 모자(Napoleon's Hat)'라고 불리는 별장은 정말 물에 잠길 것 같아 보일 정도로 낮았습니다.

 

사우전드 아일랜드(천 섬) 크루즈를 예약할 수 있는 곳은 출발지에 따라 3가지가 있습니다.

1. 킹스턴 선착장 (1 Brock st, Kingston)

주요코스 : 1시간 코스 CAD 39.5와 3시간 코스가 있음, 단점으로는 볼트 캐슬(볼트성)을 지나지 않습니다.

주변에 유료 주차장이 있습니다.

요금 : 약 CAD 39.5 ~ CAD 124(with dinner)

 

2. 가나노크 선착장 (280 Main st, Gananoque)

주요코스 : 1시간 코스, 3시간 코스, 5시간 코스가 있으면 유일하게 3시간 코스만 볼트 캐슬(볼트성)을 지나갑니다.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약 CAD 9

요금 : CAD 37 ~ CAD 84

 

3. 아이비 레아 선착장 (95 Ivy Led Road)

주요코스 : 1시간 코스, 2시간 코스. 두 코스 모두 볼트 캐슬(볼트성)을 지나갑니다.

무료 주차 가능합니다.

요금 : CAD 37 ~ CAD 43

볼트 캐슬에 담긴 슬픈 사랑 이야기

볼트 캐슬은 백만장자 조지 볼트(George Boldt)가 사랑하는 아내 루이즈(Louise)를 위해 1900년부터 짓기 시작한 성입니다. 라인란트 양식(Rhineland style)으로 설계된 이 성은 120개의 방을 갖출 예정이었죠. 라인란트 양식이란 독일 라인강 유역의 전통 건축 양식을 말하며, 뾰족한 탑과 석조 외관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1904년 아내 루이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볼트는 모든 공사를 즉시 중단시켰습니다. 그 후 이 성은 73년간 방치되었다가 1977년 사우전드 아일랜드 브리지 관리국(Thousand Islands Bridge Authority)이 인수하여 복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출처: 사우전드 아일랜드 브리지 관리국).

저는 성 안을 둘러보면서 완성되지 못한 방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방은 벽지만 절반 붙어 있고, 어떤 곳은 천장 공사가 멈춰 있었어요. 그런데 그 미완성의 공간들이 오히려 볼트의 슬픔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성 곳곳에 루이즈를 위한 하트 모양 장식이 새겨져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볼트 캐슬은 오디오 투어가 가능합니다. 한국어 오디오 안내도 있으므로 사전에 앱을 다운로드해서 스마트폰으로 오디오가이드를 하면 볼트 캐슬에 대해 더 이해하기 쉽고 좋습니다. 조지 볼트와 뉴욕 맨하탄 5번가에 있는 월리엄 월도프 아스토르 호텔이야기도 한번 쯤 검색해서 찾아보시면 더 재미있게 볼트 캐슬을 관람하실 수 이습니다.

 

볼트캐슬 입장료

성인 USD 10, 아동(5세~12세) USD 7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영토이기에 미국달러 기준입니다.

크루즈에서 만난 사우전드 아일랜드의 진짜 모습

배는 볼트 캐슬을 지나 다시 캐나다 영토로 들어왔습니다. 가이드가 세계에서 가장 짧은 국제 다리를 가리키며 설명했는데, 정말 걸어서 10초면 건널 수 있을 만큼 짧더군요. 이 다리는 자비콘 섬(Zavikon Island)과 그 옆 작은 섬을 연결하는데, 한쪽은 캐나다, 다른 쪽은 미국 영토라고 합니다. 물론 이게 정식 국경은 아니고, 두 섬 모두 캐나다 영토라는 주장도 있지만 관광객들에겐 재미있는 포인트였어요.

크루즈를 타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섬마다 다른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섬엔 헬기 착륙장까지 있는 호화 별장이 있는가 하면, 텐트 하나 칠 공간밖에 없는 작은 섬도 있었죠. 그런데 신기한 건 작은 섬의 주인들도 여유롭게 의자에 앉아 낚시를 하거나 책을 읽고 있더라는 겁니다.

저는 이 풍경을 보면서 "행복의 크기는 재산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인트로렌스 강의 잔잔한 물결 위에서 각자의 속도로 흐르는 시간들을 보면서, 저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곳에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배가 선착장으로 돌아올 때쯤, 해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강물 위로 비치는 황금빛 햇살과 섬들의 실루엣이 만들어낸 풍경은 제 카메라 롤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갈매기 한 마리가 배 난간에 앉아 날아갈 생각을 안 하더군요. 아마 저처럼 이 풍경에 취해서 떠나기 싫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타와 감옥 호스텔에서 느낀 역사의 무게와 사우전드 아일랜드에서 만난 자연의 평온함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뤘습니다. 하루는 과거의 어둠 속에서, 다음 날은 빛나는 현재 속에서 시간을 보낸 셈이죠. 온타리오는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얼굴로 저를 매료시켰고, 저는 이 여행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평범한 호텔 대신 특별한 경험을 원하신다면, 이 코스를 적극 추천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WkYoL5CtOA&list=PLrYSKNtvf1YG7tGZxnyWfm7yha88vgtKT&index=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