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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행을 앞두고 호텔을 고를 때, 화려한 도심 한가운데 머무는 게 맞는지 아니면 한 발짝 벗어난 곳에서 쉬는 게 나은지 고민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결국 선택한 곳은 센토사섬에 자리한 카펠라 싱가포르. 머무는 내내 "잘 왔다"는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포브스 5스타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 카펠라의 공인된 품격
카펠라 싱가포르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 5스타 호텔로 선정된 곳입니다. 여기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란 전 세계 호텔을 익명 평가단이 직접 투숙하며 500여 가지 기준으로 점검하는 평가 체계로, 업계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호텔 등급 심사 중 하나로 통합니다. 싱가포르 내에서도 이 등급을 받은 호텔은 풀러튼 베이, 만다린 오리엔탈을 포함해 단 세 곳뿐입니다(출처: Forbes Travel Guide).
일반적으로 5스타 호텔이라고 하면 화려한 로비와 크고 번쩍이는 인테리어를 떠올리기 쉬운데, 제가 직접 들어서면서 느낀 첫인상은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조용하고 울창했습니다. 로비부터 객실로 이어지는 동선 전체가 열대 수목으로 감싸여 있어서, 체크인하는 순간부터 이미 리조트 모드가 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이 이곳에서 열린 것도 단순한 인지도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숲으로 둘러싸인 환경이 경호와 보안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조용한 폐쇄성이 일반 투숙객에게는 오히려 완전한 휴식의 조건이 됩니다. 호텔 밖 세상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차단되는 느낌, 실제로 경험해보면 압니다. 카펠라에는 일반적인 컨시어지 대신 '컬처리스트'가 있습니다. 투숙 전부터 여러분의 취향을 파악해 일정을 제안해주는데, 이들과 소통할수록 포브스 5스타의 서비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3단 계단식 수영장: 기대치를 넘어선 유일한 이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수영장 하나만 보고 카펠라를 예약했습니다. 울창한 숲 사이로 3단으로 내려오는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 구조가 사진 한 장으로 저를 설득했습니다. 여기서 인피니티 풀이란 수영장 가장자리를 시각적으로 없애 물이 수평선이나 주변 경관과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한 수영장을 말합니다. 카펠라의 경우 그 배경이 바다가 아니라 열대 정글이라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수영장에서 들리는 건 새 소리와 물 소리뿐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조합입니다. 3단 구조의 최상단은 성인 전용 공간으로 운영되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과 공간이 자연스럽게 구분됩니다. 덕분에 눈치 볼 것 없이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중간중간 직원이 차가운 물수건과 생수를 가져다줬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풀사이드에서 주문할 수 있는 음료와 스낵 메뉴가 가격대에 비해 다소 빈약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정도 클래스의 리조트라면 풀사이드 F&B(식음료) 서비스도 충실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 부분만큼은 일반적인 기대와 실제 경험 사이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카펠라 수영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오전 일찍 나가면 거의 전용 수영장 수준으로 한산합니다
- 최상단 성인 전용 풀 선베드는 그늘 자리가 빨리 찹니다.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 음료는 Bob's Bar에서 미리 주문해 들고 나오는 편이 선택지가 넓습니다
Bob's Bar 하이볼과 얌차 조식: 예상 밖의 만족
카펠라 호텔의 올데이 바인 Bob's Bar는 솔직히 처음엔 그냥 부대시설 중 하나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앉아서 하이볼 한 잔을 받아 드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곳의 하이볼은 일반 위스키 하이볼이 아니라 오크통 숙성(Barrel Aging) 방식으로 자체 제조한 위스키를 베이스로 사용합니다. 오크통 숙성이란 증류주를 나무통 안에서 일정 기간 보관하면서 목재 성분이 술에 스며들어 향미가 깊어지는 제조 방식입니다. 실제로 한 모금 마셨을 때 일반 하이볼과는 확연히 다른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조식은 더 예상 밖이었습니다. 카펠라의 조식은 서양식 외에 얌차(Yum Cha)라는 광동식 브런치 옵션이 있습니다. 얌차란 광동어로 '차를 마신다'는 뜻으로, 딤섬과 차를 중심으로 구성된 전통 브런치 문화를 가리킵니다. 중식당 카시아(Cassia)에서 진행되며, 메뉴판에서 원하는 딤섬과 면 요리를 자유롭게 주문하는 방식입니다. 메뉴 하나만 시키는 것인 줄 알고 얌전하게 앉아 있다가, 얼마든지 추가 주문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나서 트러플 차슈바오를 두 번 시켜 먹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진짜 예상 밖의 만족이었습니다. 트러플 차슈바오는 꼭 드셔여 합니다. 달콤한 돼지고기 속과 입안 가득 퍼지는 트러플의 진한 향이 어우러져, 배가 불러도 계속 손이 가는 마성의 맛입니다. 카시아와 Bob's Bar는 럭셔리한 분위기를 지향합니다. 너무 가벼운 슬러퍼나 수영복 복장보다는 단정한 스마트 캐주얼 차림으로 방문했을 때 휠씬 더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객실 뷰와 공간 설계: 기본 룸에서 느낀 세심함
프리미어 가든 킹 룸은 카펠라의 가장 기본 객실 타입입니다. 하지만 '기본'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창문부터 남달랐습니다. 가로로 길게 난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가든이라기보다는 거의 정글에 가까운 수목 밀도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누운 채로 그 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욕실 구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호텔에서는 드레스룸과 욕실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세면 공간, 욕조, 샤워 부스, 옷장이 하나의 동선 안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샤워 후 이동 없이 바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구조는 생각보다 편리했습니다.
객실 안에서 세심함을 느낀 포인트들도 있었습니다. 방 안에 마련된 수납용 트레이 볼이 그중 하나인데, 방 키와 선글라스, 지갑을 한 곳에 모아두는 것만으로 매번 "방 키 어디 갔지"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돌아오면 항상 턴다운 서비스(Turn-down Service)가 완료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턴다운 서비스란 저녁 시간대에 객실을 정돈하고 침대를 수면에 맞게 준비해두는 하우스키핑 서비스로, 고급 호텔의 기본 중 하나입니다. 침대 양쪽에 생수와 안대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은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날 하루의 마무리를 의식처럼 만들어줬습니다.
럭셔리 호텔의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호텔 업계에서는 스태프 대 객실 비율(Staff-to-Room Ratio)을 중요하게 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투숙객 한 명 한 명에게 더 집중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뜻인데, 카펠라처럼 객실 수가 많지 않고 직원 응대가 일관되게 세심한 곳은 이 비율이 높은 경우에 해당합니다(출처: Capella Hotel Group).
1박에 1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분명히 부담스럽습니다. 이 가격에 모든 것이 완벽하길 기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카펠라는 '럭셔리'를 화려함으로 표현하는 호텔이 아니라, 조용함과 세심함으로 표현하는 호텔이었습니다. 싱가포르 여행 중 하루 정도 도시의 속도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다면, 이 선택은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시내 관광을 몰아서 마치고 마지막 1박을 카펠라에서 보내는 동선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E4C1vOgEyg&list=PLZFrmIhUHXj8bKsM_wcUiZhyrs1p4ebwZ&inde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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