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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온천지(온센치)가 3,000곳이 넘습니다. 그 많은 곳 중에서 어디를 골라야 하느냐, 이게 사실 일본 온천 여행의 진짜 숙제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유명한 데 가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온천지마다 성격이 완전히 달라서 "맞는 곳을 골랐느냐"가 여행 만족도를 결정하더라고요.

벳푸 온천유후인 온천

유후인과 벳푸, 같은 오이타인데 왜 느낌이 다를까

유후인과 벳푸는 같은 오이타 현에 있고, 차로 30~40분 거리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그냥 어디든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하시는데, 제가 직접 두 곳 다 다녀와보니 이 두 동네는 성격이 거의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유후인은 료칸(旅館) 중심의 온천 마을입니다. 료칸이란 일본식 전통 숙박 시설로,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라는 일본 고유의 극진한 환대 문화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여기서 오모테나시란 손님의 필요를 미리 파악하고 말 없이도 완벽하게 채워주는 서비스 철학으로, 그냥 친절하다는 표현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유후인에만 료칸이 100개가 넘을 정도니, 일본 료칸 문화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은 분께는 선택지가 가장 풍부한 곳입니다.

마을 어디서나 보이는 유후다케(由布岳)를 바라보며 노천탕에 몸을 담그는 기분은 정말 대체 불가입니다. 긴린코(金鱗湖) 호수의 새벽 물안개 속을 걷다가 료칸으로 돌아와 조용히 온천에 들어가는 그 루틴, 제가 경험한 일본 온천 여행 중 가장 '힐링'이라는 단어에 가까웠던 순간이었습니다. 단, 유후인은 솔직히 볼거리 자체가 많은 동네는 아닙니다. 시내 규모도 작고, 화려한 관광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 시골스러운 잔잔함이 오히려 매력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분께 맞는 여행지입니다.

벳푸는 다릅니다. 벳푸는 도시 자체가 온천 테마파크에 가깝습니다. 온천 증기가 도시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풍경부터 시작해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프리칸 사파리, 돌고래와 바다코끼리 공연을 볼 수 있는 우미타마고(うみたまご) 수족관, 그리고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지옥 온천 순례까지 즐길 거리가 넘칩니다. 일반적으로 온천 여행은 조용한 휴양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벳푸에서는 그 이미지가 제대로 깨집니다.

숙소 형태도 유후인과 대조적입니다. 벳푸는 대형 온천 호텔 리조트 위주로, 스기노이(杉乃井ホテル) 같은 곳은 554개 객실에 워터파크, 대규모 대욕장, 뷔페 석식까지 갖춘 일본판 대명 리조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루프탑 온천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몸을 담갔던 그 경험은, 료칸의 고요함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만족감이었습니다.

여행 스타일에 따른 선택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조용한 힐링, 료칸 문화 체험 → 유후인
  • 가족 동반, 엔터테인먼트 + 온천 → 벳푸
  • 두 곳을 모두 원한다면 → 벳푸 숙박 후 유후인 당일치기 또는 반대로

하코네와 노보리베츠, 온천수 자체가 다르다는 게 무슨 뜻일까

일반적으로 온천수는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하코네와 노보리베츠를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하코네(箱根)는 도쿄에서 로망스카(ロマンスカー)라는 특급 열차를 타고 약 1시간 30분이면 닿는 곳입니다. 로망스카란 오다큐 전철에서 운행하는 지정석 특급 열차로, 일반 쾌속 열차보다 쾌적하고 전망도 좋아 하코네 여행의 시작부터 분위기를 잡아줍니다. 도쿄 일정이 메인인 분이라면 굳이 규슈까지 가지 않아도 하코네만으로 충분히 훌륭한 온천 경험이 가능합니다.

하코네의 지형은 현재도 화산 활동이 진행 중인 곳입니다. 약 3천 년 전 화산 폭발로 생긴 칼데라호 아시노코(芦ノ湖)는 석촌호수의 35배 크기로, 해적선을 타고 건너며 후지산 방향으로 펼쳐지는 경관이 압도적입니다. 여기서 칼데라호란 화산이 폭발하며 꺼진 분화구에 물이 고여 형성된 호수를 의미합니다. 오와쿠다니(大涌谷)에서 유황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풍경을 가로질러 가는 로프웨이, 산속을 지그재그로 오르는 등산 열차까지 탈 것만으로도 반나절이 사라집니다.

저는 이번에 호시노 그룹의 료칸 브랜드 카이 센고쿠아라(界 仙石原)를 다녀왔는데, 가이세키(懐石) 요리의 완성도가 정말 예상 이상이었습니다. 여기서 가이세키란 일본 전통 코스 요리로, 제철 식재료를 소량씩 정갈하게 담아 순서대로 제공하는 고급 식사 형식입니다. 객실 안 노천탕에서 하코네의 산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던 그 밤은, 하코네를 두 번째로 오고 싶게 만든 이유가 됐습니다.

노보리베츠(登別)는 홋카이도에 있습니다. 삿포로에서 기차로 약 1시간 20분 거리로, 홋카이도 일정에 온천을 끼워 넣고 싶은 분들이 찾는 곳입니다. 이곳을 단순히 "온천 하나 더"로 생각했다가 실제 들어가 보고 놀랐습니다. 탕에 발을 담그는 순간 확 올라오는 유황 냄새와 피부에서 느껴지는 묘한 미끌미끌함, 이게 일반적인 온천과는 촉감 자체가 달랐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온천수의 종류와 수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해 '온천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고쿠다니(地獄谷), 즉 지옥 계곡의 풍경은 하코네 오와쿠다니보다 유황 냄새가 훨씬 강렬하고 규모도 커서,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비주얼입니다.

일본 온천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온천 여행객이 선호하는 지역 1위는 교토·오사카 권역이지만, 온천지 전문 만족도 조사에서는 규슈권과 홋카이도가 상위를 차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일본정부관광국(JNTO)). 또한 일본 환경성이 지정한 국민보양온천지(国民保養温泉地) 제도가 있는데, 이는 온천수의 질과 환경 조건을 엄격히 심사해 지정하는 제도로 노보리베츠 온천도 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출처: 일본 환경성).

네 곳 모두 다녀온 지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료칸의 정취와 조용한 휴양을 원한다면 유후인, 가족과 함께 볼거리와 온천을 동시에 잡고 싶다면 벳푸, 도쿄 일정에 온천을 한 박 얹고 싶다면 하코네, 설국 홋카이도에서 진짜 온천수 차이를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노보리베츠입니다. "다 좋다"는 말이 정보가 아닌 것처럼, 내 여행 스타일을 먼저 정하고 나서 온천지를 고르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의 순서입니다. 인기 료칸은 3~4개월 전에도 예약이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니, 항공권을 잡는 순간 숙소부터 확인하는 것을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rPRv60T2BQ&list=PLZFrmIhUHXj8Op0_gN4xAcVXpbVE0jsll&index=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