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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맛집 (사케바, 라멘, 오반자이, 오차즈케교토에서 밥을 먹기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도시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원보다 밥상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와라마치의 골목 사케바에서 시작해 아라시야마의 도미 오차즈케까지, 교토의 음식은 풍경만큼이나 겹겹이 쌓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사케바 한 잔이 여행을 바꿨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사케 전문 바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술집이겠거니 했는데, 가와라마치에 있는 마스야 사케에 들어선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운영 방식에 있습니다. 취향과 예산을 말하면 직원이 그에 맞는 사케를 직접 추천해 주는 구조인데, 여기서 핵심은 잔술, 즉 이치고 이치에(一期一会) 방식으로 소량씩 시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치고 이치에란 원래 '일생에 한 번의 만남'을 뜻하는 말이지만, 이 바에서는 다양한 니혼슈(일본 청주)를 한 잔씩 맛보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니혼슈란 쌀을 발효시켜 만든 일본 전통 양조주로, 단순히 정종이라 불리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향미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시켜봤는데, 시어드 교토 에프리콧 치킨은 식감이 부드러우면서 감칠맛이 진하게 올라왔고, 오늘의 사시미는 숙성 특유의 풍미가 느껴졌습니다. 숙성 사시미란 갓 잡은 생선이 아니라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아미노산이 충분히 분해된 상태의 회로, 신선한 것과는 다른 깊고 진한 맛이 특징입니다. 재패니스 비프스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호였고, 구운 오니기리는 일본인 테이블마다 하나씩 있던 이유가 있더라고요.
니혼슈에 관심이 있다면, 이 한 곳만으로도 교토에 온 값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슐랭 비브 구르망이 3년을 인정한 라멘
멘야 이노이치 한 아레는 처음 오픈 전부터 줄을 서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최소 오픈 20분 전에는 도착해야 첫 타임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10분 전에 도착했더니 이미 대기가 있었거든요.
이 라멘집이 미슐랭 비브 구르망(Michelin Bib Gourmand)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비브 구르망이란 미슐랭 가이드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에 수여하는 특별 표시로, 별을 받은 파인다이닝과는 달리 일상적인 가격대에서 높은 수준의 맛을 인정받은 곳이라는 의미입니다(출처: 미슐랭 가이드 공식 사이트).
메뉴 구성을 보면, 기본은 쇼유 라멘(간장 라멘)이고 흰 간장과 흑 간장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흰 간장 베이스 돼지고기 차슈 라멘은 육수가 맑고 깔끔하면서도 짜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흑 간장 와규 버전은 불향이 진하고 국물 자체가 훨씬 묵직했는데, 먹다가 유자 껍질이나 말린 다시마를 넣어 먹는 방식이 색달랐습니다. 이 다시마의 역할은 글루타민산을 국물에 녹여 감칠맛, 즉 우마미(うま味)를 끌어올리는 것인데, 우마미란 단맛·짠맛·신맛·쓴맛에 이은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일본 요리의 깊이를 만드는 핵심 요소입니다.
면은 마지막까지 쉽게 불지 않았고, 사이드로 시킨 슈마이도 크기와 속 재료 모두 넉넉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오반자이와 오차즈케, 교토의 밥상 철학
교토의 음식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가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오반자이와 오차즈케입니다.
오반자이(おばんざい)란 제철 채소와 해산물을 조리는·굽는·찌는 방식으로 만드는 교토식 가정 요리를 말합니다. 간이 약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인데, 자극적인 이자카야 음식에 지쳤을 때 아점으로 찾기에 딱 맞는 음식입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대단하게 새로운 맛이라기보다는 밥 한 그릇을 두 번이나 비울 만큼 자꾸 손이 가는 맛이었습니다. 반찬 하나하나에서 손맛이 느껴지는 것도 분명히 있었고요. 교토 기온·히가시야마 쪽을 돌아다닌다면 기요미즈데라 내려오는 길 주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오차즈케(お茶漬け)는 밥 위에 재료를 얹고 따뜻한 차나 국물을 부어 먹는 요리입니다. 아라시야마의 타이쇼 하나나에서 경험한 도미 오차즈케는 그 개념 자체가 생소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순서가 있었습니다.
먹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숙성된 도미 회를 먼저 그대로 한 점 맛본다
- 같이 나온 참깨 소스에 찍어 먹는다
- 참깨 소스에 찍은 회를 밥에 올려 같이 먹는다
- 마지막으로 밥에 따뜻한 녹차 물을 부어 오차즈케로 완성한다
개인적으로는 도미구이 정식이 더 입맛에 맞았습니다. 살이 쫄깃하고 간이 딱 맞아서 그냥 먹어도 좋았고, 남은 녹차 물에 말아 참깨 양념을 살짝 얹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 요리에서 다시(출汁) 문화는 국물 요리 전반의 기초를 이루며, 오차즈케 역시 이 다시 문화의 연장선에 있습니다(출처: 일본 농림수산성).
걷다 지쳤을 때 찾게 되는 공간들
교토 여행에서 음식 못지않게 중요한 게 쉬어가는 타이밍이라는 걸 이번에 새삼 느꼈습니다.
기요미즈데라를 내려오는 길에 있는 로컬 사케 앤 비어 스탠드는 서서 마시는 구조인데,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만 운영합니다. 낮술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분위기이고, 특히 비열처리(生酒) 방식의 교토 로컬 수제 맥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열처리란 살균 과정 없이 효모를 그대로 살려 병입한 맥주 또는 사케를 뜻하는데, 신선하고 살아있는 풍미가 일반 제품과 확연히 다릅니다. 구경 후 갈증이 극에 달하는 그 타이밍에 딱 맞는 곳이었습니다.
아라시야마에서는 타이쇼 하나나 바로 옆 우에시마 커피 하우스를 추천합니다. 교토의 카페 대부분이 좁고 낮은 천장인 것과 달리, 이곳은 2층 구조로 공간이 넉넉하고 의자도 편합니다. 2층 야외 테라스에서 고민가(古民家) 지붕이 이어지는 아라시야마 거리를 내려다보는 뷰는 꽤 색달랐습니다. 고민가란 메이지·다이쇼·쇼와 시대에 지어진 전통 목조 가옥을 뜻하며, 교토에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니시키 시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구운 석화, 따끈하게 찐 대게 다리, 교자, 꼬치류까지 돌아다니며 집는 재미가 있는 곳으로, 든든한 식사보다는 가벼운 간식이나 2차로 들르는 게 맞는 곳입니다.
이번 교토 미식 여정을 돌이켜보면, 가장 오래 남는 건 결국 거창한 식당이 아니라 우연히 들어간 골목집의 온기였습니다. 미슐랭 별보다 중요한 건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느낀 맛의 기억이고, 교토는 그런 기억을 만들기에 충분한 도시입니다. 다음 교토 일정을 짜고 있다면, 지역별로 동선을 묶고 브레이크 타임(보통 오후 2~5시)을 반드시 체크하면서 움직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58uM0i902s&list=PLZFrmIhUHXj9SKNc9Uu0eCes-dp-Fwnxd&inde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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