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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숙소를 고를 때 가장 많이 보는 게 뭘까요? 가격과 위치, 그리고 후기와 사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발리에서 7곳의 숙소를 직접 경험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저렴하다'는 기준만으로는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요. 1박에 5만 원짜리 숙소부터 20만 원대 리조트까지 묵어본 결과, 가성비 숙소 선택에는 분명한 체크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특히 욕실 컨디션과 항구 거리 같은 요소는 예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필수 항목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 가성비 숙소

가성비 숙소의 치명적 약점, 욕실 컨디션

발리 숙소를 검색하다 보면 "이 가격에 이 정도 뷰라니!" 하며 홀려서 바로 예약 버튼을 누르고 싶은 곳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 역시 울루와뚜의 라켓 리프를 예약할 때 그랬습니다.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인도양 전망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객실 사진은 대충 넘기고 결제했죠.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화장실에 문이 없었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문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반개방형 욕실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변기 공간에 칸막이나 커튼조차 없이 완전히 오픈된 구조였습니다. 발리 특유의 자연 친화적 설계라고 하지만, 2인 이상 투숙 시에는 솔직히 불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앉아서 볼일을 보면 바다가 보이는데, 이게 낭만인지 불편인지 판단이 서지 않더라고요.

더 심각한 문제는 수질입니다. 발리는 경수(hard water) 지역이 많아서 미네랄 함량이 높고, 노후 배관 시설 때문에 녹물이나 석회질이 섞여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기서 경수란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물로,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거나 머리카락을 뻣뻣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피부과학회). 실제로 누사페니다의 사카 구티크 호텔에서는 필터 샤워기를 설치했는데, 단 하루 사용했을 뿐인데 필터가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필터를 교체하지 않았다면 그 물로 머리를 감았을 거라는 생각에 아찔했죠.

렘봉안의 온바크베이도 비슷했습니다. 뷰 하나는 정말 끝내줬지만, 욕실은 지붕이 없는 반야외 구조였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욕실이라니 듣기에는 근사하지만, 실제로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샤워를 해야 했고, 비라도 오면 빗물이 그대로 들이쳤습니다. 도마뱀(현지에서는 '치착'이라 부릅니다)이 벽을 타고 돌아다니는 건 덤이었고요. 저는 그나마 이런 구조에 적응했지만, 위생에 민감하거나 벌레를 무서워하는 분들께는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반면 꾸따의 암나야 리조트는 예외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욕실이 샤워부스, 세면대, 변기 공간으로 각각 분리되어 있어 쾌적했고, 배수도 잘 되는 편이었습니다. 객실 면적이 45제곱미터로 넓어서 드레스룸과 침실이 자연스럽게 구분되는 구조도 마음에 들었죠. 1박에 7만 원대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정말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가성비 숙소를 고를 때는 반드시 실제 투숙객이 찍은 욕실 사진을 확인하세요. 호텔 공식 홈페이지 사진은 각도와 조명 보정으로 실제보다 훨씬 좋아 보입니다. 구글 맵 리뷰나 예약 사이트의 최신 후기 사진에서 다음 항목을 체크하시길 권장합니다.

  • 샤워 부스와 변기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가
  • 배수가 원활한가 (바닥에 물이 고이는 구조는 아닌가)
  • 필터 샤워기 교체가 가능한 구조인가
  • 곰팡이나 석회질 얼룩이 보이지 않는가

섬 지역 숙소는 항구 거리가 생명이다

발리 본섬만 다니신다면 이 부분은 건너뛰셔도 됩니다. 하지만 렘봉안, 누사페니다, 길리 트라왕안 같은 섬 지역을 계획 중이시라면 이 내용은 필독입니다. 저는 누사페니다에서 항구와 숙소 간 거리를 무시했다가 크게 고생했거든요.

누사페니다 섬은 생각보다 큽니다. 주요 항구가 두 곳인데, 반자름유 항구(Banjar Nyuh Harbor)와 또이왕 항구(Toya Pakeh Harbor)가 있습니다. 여기서 항구는 단순히 배가 닿는 곳이 아니라, 렌터카 업체, 투어 픽업 장소, 식당가가 모여 있는 거점입니다. 쉽게 말해 섬 내 모든 이동의 시작점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제가 예약한 숙소는 또이왕 항구에서 차로 20분 거리였고, 픽업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짐을 끌고 택시를 잡으려니 바가지 요금을 부르는 기사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죠.

반면 사카 구티크 호텔은 반자름유 항구에서 도보 10분 이내였습니다. 배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그냥 걸어갔습니다. 항구 근처에 편의점, ATM, 로컬 식당이 다 있어서 필요한 건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었고요. 이 정도 위치 차이가 여행의 피로도를 확 바꿔놓습니다. 특히 스쿠버 다이빙이나 스노클링 투어를 예약하면 픽업 장소가 대부분 항구 근처라서, 숙소가 항구 근처에 있으면 아침 일찍 이동할 때도 편합니다.

길리 트라왕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묵었던 카마 빌라는 항구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였는데, 이게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길리 섬은 자동차가 없어서 이동 수단이 자전거나 말이 끄는 마차(cidomo)뿐입니다. 여기서 cidomo란 길리 섬 전통 교통수단으로, 말이 수레를 끌고 다니는 방식입니다(출처: 인도네시아 관광청).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모래길을 한참 걸어야 한다면 여행 시작부터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짱구의 이스틴 아쉬타 리조트는 위치 면에서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판타이 바투 볼롱 비치까지 도보 5분, 라 브리사 같은 유명 레스토랑까지도 걸어서 7분이면 닿았거든요. 짱구는 요즘 힙한 카페와 맛집이 밀집한 곳이라 숙소 위치만 잘 잡으면 렌터카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오토바이를 렌트했지만, 실제로는 걸어 다니는 게 더 편했을 정도였습니다.

섬 지역이나 번화가에서 숙소를 예약할 때는 다음 항목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1. 항구 또는 주요 거점까지 도보 가능 거리인가
  2. 숙소에서 픽업/드롭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유료/무료 여부)
  3. 구글 맵 스트리트 뷰로 주변 환경을 확인했는가 (외진 곳은 혼자 여행 시 위험할 수 있음)

솔직히 저는 발리 본섬보다 섬 지역에서 위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뷰가 좋다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작정 예약하면 이동 시간과 교통비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항구 근처 숙소가 1박에 1만 원 더 비싸더라도, 택시비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가성비입니다.

발리 가성비 숙소를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어떤 분들은 "화장실이 좀 불편해도 뷰가 좋으면 괜찮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또 어떤 분들은 "위치가 조금 불편해도 조용한 곳이 좋다"고 하실 수도 있죠. 저 역시 라켓 리프의 문 없는 화장실을 경험하고도 "그래도 저 일몰 하나는 값어치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다만 분명한 건, 예약 전에 욕실 컨디션과 위치만큼은 꼼꼼히 확인해야 후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리뷰 사진을 최소 20장 이상 보시고, 구글 맵으로 주변 환경을 미리 체크하세요. 그게 진짜 가성비 숙소를 찾는 지름길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fXPmLwxk3c&list=PLZFrmIhUHXj9ZDhtovZ_g5vF5_cRds655&index=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