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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할 때, 신칸센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작년 가을, 자정이 넘은 오사카 역 승강장에서 은은한 불빛을 내뿜으며 미끄러져 들어오는 침대 특급 열차를 처음 마주했습니다. 신칸센으로는 결코 느낄 수 없었을 그 설렘이, 반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선라이즈 세토 이즈모 열차

달리는 호텔에서 눈을 뜬다는 것

혹시 이동 자체가 여행이 된다는 말, 와닿으신 적 있으신가요? 선라이즈 세토·이즈모는 일본 내 유일하게 운행 중인 정규 침대 특급 열차입니다. 여기서 침대 특급이란, 지정석 좌석이 아닌 침대 설비가 갖춰진 개인 객실을 갖춘 야간 장거리 특급 열차를 뜻합니다. 도쿄와 시코쿠 다카마쓰, 산인 지역 이즈모시를 잇는 노선으로, 총 14량이 오카야마 역에서 세토 7량과 이즈모 7량으로 분리·합체되는 구조입니다.

저는 오사카에서 0시 33분에 승차해 다음 날 아침 7시 8분 도쿄역에 도착하는 선라이즈 세토·이즈모의 싱글 룸을 이용했습니다. 싱글 룸이란 70cm 폭의 침대와 간이 책상, 넓은 곡선 창이 구비된 1인 독립 객실을 말합니다. 아담하다면 아담한 공간이지만, 침대 옆으로 캐리어를 둘 수 있는 여유 공간도 있고 콘센트와 거울, 조명 컨트롤러까지 갖춰져 있어 '잠깐 자고 가는 칸'이라고 보기엔 오히려 알차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사카 출발 시간이 자정을 넘긴 탓에 처음엔 창밖이 캄캄해서 그 넓은 곡선 유리창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야 그 매력을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반쯤 누운 채로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그 순간, 이게 여행이구나 싶더라고요. 기차가 역을 통과할 때 승강장에 서 있던 사람들이 창 안쪽을 힐끗 바라보는 장면도 꽤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조금 이색적이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릴께요.

예약 전쟁, 저도 5일을 싸웠습니다

선라이즈 열차를 타고 싶다면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게 있습니다. 티켓팅 준비가 되어 있냐고요. 이 열차는 출발일 1개월 전, 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역의 출발일 기준으로 당일 오전 10시에 JR 서일본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오픈됩니다. 주말이나 성수기라면 오픈과 동시에 싱글 디럭스나 선라이즈 트윈처럼 객실 수가 적은 타입은 수 분 안에 마감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저도 실제로 5일 연속 오전 10시에 접속해 상황을 살폈는데, 2인실 타입들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결국 제가 잡은 건 싱글 룸이었는데, 객실 수 자체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예약 시 꼭 알아두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카야마, 오사카 같은 중간 승차역에서 탑승하고 출발 시간이 0시 이후라면, 티켓 조회 시 탑승 날짜를 하루 전날로 선택해야 해당 열차가 조회됩니다.
  • 월말 출발(예: 5월 31일)처럼 전월에 동일 날짜가 없는 경우엔, 출발 월 1일 오전 10시에 티켓이 오픈됩니다.
  • 예약 시 승차권, 특급권, 침대권을 각각 별도로 구매해야 합니다. JR 패스를 소지한 경우 승차권 역할을 대신하므로 별도 구매가 불필요하지만, 특급권과 침대권은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여기서 특급권이란 신칸센·특급 열차 탑승 시 지정 좌석에 따라 추가로 지불하는 요금을 뜻합니다. 일반 승차권과 별도로 부과되므로 처음 예약하시는 분들이 누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침대권이란 야간 침대 열차의 침대 설비 이용에 대한 별도 요금으로, 예약 화면에서는 특급권과 합산된 금액으로 표시됩니다. 처음 보면 요금 체계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JR 서일본 공식 예약 사이트에서 단계별로 안내가 제공되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출처: JR 서일본).

탑승 전, 이것만 챙기면 됩니다

열차에 오르기 전에 꼭 챙겨야 할 것들이 있는데, 혹시 놓치고 후회한 경험 있으신가요? 저는 딱 하나 아쉬웠던 게 샤워였습니다. 선라이즈 세토와 이즈모에 샤워 카드 자판기가 각 1대씩 있는데, 330엔짜리 샤워 카드를 구매해야 이용이 가능합니다. 온수 이용 가능 시간이 6분으로 한정되어 있고 수량도 제한적이라, 탑승하자마자 샤워 카드를 확보하지 않으면 나중엔 구매 자체가 어렵습니다. 저는 오사카 중간 승차라 이미 선탑승한 승객들이 샤워 카드를 가져간 상태여서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야간 열차의 특성상 기차 안에서 음식을 판매하지 않으므로, 탑승 전에 역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간식이나 식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사카 출발의 경우 자정이 넘은 시각이라 역 내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에서 당황하는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아서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 잠을 예민하게 자는 편이라면 귀마개와 안대를 꼭 챙기시길 권합니다. 철도 소음이나 진동이 거슬리는 분들이라면 수면의 질이 다소 낮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선라이즈 열차는 국토교통성 고시 기준에 따라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이행하고 있어 장거리 야간 운행의 안전성은 충분히 검증되어 있습니다(출처: 국토교통성).

반 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 밤 오사카 역 승강장의 공기가 떠오릅니다. 일본 야간 이동을 계획 중이라면, 신칸센 대신 한 번쯤 달리는 침대 객실에서 눈을 감아보시길 권합니다. 예약이 어렵다고 느껴질수록, 막상 잡았을 때의 만족감은 배가 됩니다. 먼저 JR 서일본 예약 사이트에서 원하는 날짜의 빈 객실을 확인해 보시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x8iZTSixzw&list=PLZFrmIhUHXj9SKNc9Uu0eCes-dp-Fwnxd&index=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