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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비가 최소 80만 원인 호텔에 굳이 묵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예약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참 고민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마리나 베이 샌즈(MBS)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싱가포르 여행 전체의 무게중심이 이 건물 하나로 쏠려버리는 경험이었습니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발코니 없으면 뷰도 없다: 객실 선택의 진짜 기준

MBS는 세 개의 타워가 1층에서 길게 연결된 복합 리조트(Integrated Resort) 구조입니다. 통합형 복합 리조트란 호텔, 쇼핑몰, 카지노, 레스토랑, 공연장 등이 한 건물 안에 결합된 형태를 말합니다. 타워 1, 2, 3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약 5분이 걸릴 정도니, 규모에 대한 감이 오시나요?

체크인은 타워 1이 24시간 운영되고 얼리 체크인(Early Check-in)도 이곳에서 가능합니다. 얼리 체크인이란 공식 입실 시간인 오후 3시 이전에 객실에 입실하거나 부대시설을 먼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방이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짐을 객실로 먼저 올려주고 인피니티 풀이나 피트니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어서, 저는 이걸 적극 활용했습니다. 오전 일찍 도착해서 반나절을 더 쓸 수 있었으니까요.

객실은 크게 디럭스룸과 프리미어룸으로 나뉘고, 뷰는 마리나 베이 도심 방향의 시티 뷰(City View),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쪽의 가든 뷰(Garden View), 하버 뷰(Harbour View)로 구분됩니다. 저는 가든 뷰를 선택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슈퍼트리 쇼를 객실에서 내려다보는 앵글은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 구도였고, 낮에는 바다와 초록빛 정원이 함께 펼쳐지는 전망이 어느 호텔에서도 본 적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단, 여기서 절대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발코니 없는 가든 뷰 객실로 배정받았는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건 고작 기둥과 외벽뿐이었습니다. 가든 뷰와 하버 뷰는 반드시 발코니 유무를 체크인 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뷰 좋은 방을 골랐다가 막힌 벽만 보고 나오면 억울하지 않겠어요?

체크인 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든 뷰, 하버 뷰는 반드시 발코니 포함 여부 확인
  • 얼리 체크인 가능 여부 사전 요청 (당일 방 상황에 따라 다름)
  • 신혼여행이나 기념일이라면 예약 시 호텔 측에 미리 전달

디럭스룸은 35제곱미터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이며, 인테리어는 순차적으로 리노베이션 중입니다. 욕실은 세면대, 샤워 부스, 화장실이 각각 유리로 구분된 구조로 넉넉한 편이었고, 어메니티는 이탈리아 브랜드 로베르토 카발리 제품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샤워 헤드가 고정식이라 아이와 함께 투숙하는 분들은 조금 불편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세계 최대 인피니티 풀, 그래서 더 전쟁 같았습니다

MBS의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은 지상 57층, 높이 약 200m에 위치한 루프탑 수영장입니다. 인피니티 풀이란 수영장 끝부분의 경계벽을 시야에서 제거해 마치 물이 하늘이나 지평선으로 이어지는 듯한 착시 효과를 내는 설계 방식입니다. 길이만 에펠탑 높이보다 긴 340m에 달하며, 이는 기네스 세계 기록(출처: Guinness World Records)에도 등재된 세계 최대 규모의 루프탑 인피니티 풀입니다.

수영장 끝에 서서 바라보는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해 질 무렵에 올라갔는데, 어두워질 때까지 두 시간 넘게 그냥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홍콩 야경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물 위에 누워서 내려다보는 싱가포르 도심의 밤은 또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영장의 가장 큰 단점을 꼭 말씀드려야 합니다.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오후 2시쯤 올라가서 선베드 두 자리를 나란히 잡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음료를 주문해도 서버가 광활한 수영장에서 제 위치를 찾아오기까지 '설마 날 잊은 건 아니겠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이 걸렸고요. 실제로 MBS 측도 성수기 혼잡 관리를 위해 투숙객의 이용 시간대를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Marina Bay Sands 공식 사이트).

수영장만큼이나 위치적인 이점도 이 호텔을 선택한 큰 이유였습니다. MBS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와 호텔 내부 구름다리로 바로 연결되어 있고, 매일 저녁 열리는 스펙트라 쇼(Spectra Show), 즉 마리나 베이 앞에서 펼쳐지는 레이저 분수쇼도 바로 앞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슬리퍼 신고 샤워 후 쓱 내려가서 볼 수 있다는 것, 투숙객에게는 꽤 큰 특권입니다. 헬릭스 브리지를 건너면 머라이언 파크와 야외 호커 센터인 마칸수트라 글루턴스 베이도 도보 2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쇼핑과 식사 측면에서도 더 샵스(The Shoppes)와 연결되어 있어 TWG, 바샤 커피, 찰스앤키스, 고든 램지 레스토랑, 점보 레스토랑 시그니처 매장 등 17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습니다. 단, 호텔 내 레스토랑은 가격대가 상당하므로, 쇼핑몰 지하의 라사푸라 마스터즈(Rasapura Masters) 푸드코트를 활용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로컬 푸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1박에 80만 원 이상을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는 결국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정통 럭셔리 서비스를 원하신다면 솔직히 다른 선택지가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라는 도시를 가장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저는 MBS 1박을 권합니다. 발코니 있는 가든 뷰, 얼리 체크인, 이 두 가지만 챙기셔도 만족도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_YuvnLmmF2g&list=PLZFrmIhUHXj8bKsM_wcUiZhyrs1p4ebwZ&index=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