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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보다 작은 나라에 5성급 호텔이 60개가 넘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도 잠깐 멈칫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과 중계 무역의 중심지답게 비즈니스와 여행 수요가 동시에 몰리는 곳이라, 세계 최고 호텔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무대가 된 겁니다. 세 곳을 직접 투숙해보니 "어디가 제일 좋냐"는 질문엔 쉽게 답하기 어렵더군요. 여행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정답이 완전히 달라지는 곳들이었습니다.

인피니티 풀 전쟁: 마리나 베이 샌즈 vs 만다린 오리엔탈
마리나 베이 샌즈(MBS)의 57층 루프탑 인피니티 풀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인피니티 풀이란 수면이 수평선이나 하늘과 경계 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수영장을 뜻합니다. 시각적 착시를 극대화한 설계 덕분에 싱가포르 스카이라인 위에 떠 있는 듯한 감각을 줍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봤는데, 낮에 들어가서 어느새 해가 지도록 나오질 못했습니다. 그 뷰 하나만큼은 세상 어느 수영장과도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런데 MBS 인피니티 풀이 최고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뷰 외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우선 선베드(sun bed)를 잡는 것부터가 전쟁입니다. 선베드란 수영장 주변에 놓인 누울 수 있는 야외 침대형 의자로, 수영장 이용의 핵심 편의 시설입니다. 2인이 나란히 붙은 선베드를 확보하기란 솔직히 운이 따라줘야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아이 물놀이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더더욱 비추합니다.
반면 만다린 오리엔탈의 수영장은 MBS보다 낫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MBS에서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정작 마리나 베이 샌즈 건물 자체를 볼 수 없다는 것인데, 만다린 오리엔탈에서는 MBS를 포함한 마리나 베이 전경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수영할 수 있습니다. 횡단보도 하나 거리라 뷰가 엄청나게 가깝고 크게 느껴지는 것도 장점입니다. 카바나(cabana)도 무료로 제공됩니다. 카바나란 수영장 주변에 설치된 개인 그늘막 공간으로, 프라이빗하게 햇볕을 피하며 쉴 수 있는 시설입니다. 인구 밀도도 MBS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여유로웠고, 제가 직접 두 곳을 비교해보니 수영장 만족도는 만다린 오리엔탈이 확실히 앞섰습니다.
두 호텔의 포지셔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마리나 베이 샌즈: 인피니티 풀 상징성, 가든스 바이 더 베이·쇼핑몰 직결 동선, 스펙트라 쇼 접근성
- 만다린 오리엔탈: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 5성급 인증, MBS 조망 수영장, 로컬 푸드 조식
- 참고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란 호텔·레스토랑의 서비스 품질을 전문 평가단이 익명으로 심사해 별점을 부여하는 국제 기준으로, 싱가포르에서 단 세 곳만이 5성급을 획득했습니다.
만다린 오리엔탈은 오션 뷰와 마리나 베이 뷰 두 가지 전망을 갖추고 있는데, 통창으로 설계된 오션 뷰 객실에서 바라보는 싱가포르 플라이어와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풍경은 마치 액자 같았습니다. 제 경험상 뷰, 수영장, 조식, 서비스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항목이 없었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완성도였습니다.
포브스 5성급을 넘어선 휴양: 카펠라 싱가포르의 호캉스
카펠라 싱가포르는 도심 호텔들과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센토사 섬 안쪽 숲속에 자리한 이 리조트는 3단으로 구성된 아웃도어 풀이 대표 이미지인데, 마리나 베이의 빌딩 숲 뷰와 달리 열대 수목원 안에서 물에 몸을 담그는 경험을 줍니다. 제가 선베드에 앉아 있는데 직원분이 자연스럽게 물과 수건을 챙겨다 주시더군요. MBS 수영장에서 선베드 한 자리 잡으려고 눈치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카펠라의 객실은 리조트형 레이아웃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리조트형 레이아웃이란 고층 타워 구조가 아닌 저층 독립 빌딩 형태로 객실을 분산 배치하여 프라이빗한 공간감을 극대화한 설계 방식입니다. 가든 뷰 기본 객실에서도 정글처럼 우거진 나무가 창 밖을 가득 채웁니다. 드레스룸과 연결된 욕실은 길고 넓어서 진짜 쉬러 왔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카펠라 조식으로 제공되는 얌차(Yam Cha)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얌차란 광둥어로 '차를 마신다'는 뜻에서 유래한 홍콩·광동식 브런치 문화로, 딤섬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량 요리를 함께 즐기는 식사 방식입니다. 광동식 레스토랑 카시아(Cassia)에서 딤섬과 면 요리, 볶음밥을 취향껏 주문해 먹을 수 있는데, 아침부터 과식하게 된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습니다.
다만 카펠라를 모든 여행자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센토사 섬 안쪽에 위치하다 보니 마리나 베이나 시티 홀 지역까지 이동하려면 그랩(Grab)을 이용해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랩이란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사용되는 차량 공유 앱으로, 싱가포르에서 택시 대용으로 가장 많이 쓰입니다. 주변 식당 선택지도 제한적이라 관광 중심의 일정이라면 동선이 많이 불편합니다. 싱가포르 여행이 처음이거나 짧은 일정이라면 카펠라보다는 도심 호텔이 현실적입니다. 반대로 N번째 싱가포르 방문이거나 5박 이상 체류하며 진짜 휴식을 원한다면, 카펠라는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관광청(STB)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관광 만족도를 기록한 도시 중 하나로, 럭셔리 호텔 투숙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싱가포르 관광청). 또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의 호텔 평가 기준은 서비스 품질, 시설, 식음료, 스파 등 500여 개 항목을 익명 심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출처: Forbes Travel Guide).
세 곳을 모두 경험하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MBS는 상징성과 편의성, 만다린 오리엔탈은 서비스와 미식의 균형, 카펠라는 완전한 휴식을 원할 때 선택하는 것이 가장 만족도가 높습니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만다린 오리엔탈 2박과 카펠라 1박을 조합하는 것이 싱가포르의 두 가지 얼굴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호텔을 선택하든, 싱가포르의 5성급 경험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mFEXqkDV2s&list=PLZFrmIhUHXj8bKsM_wcUiZhyrs1p4ebwZ&inde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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