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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마운틴 여행 (시닉 월드, 세 자매봉, 트레킹산이 정말로 파랗게 보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처음 블루 마운틴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냥 이름이 그렇겠거니 했는데, 직접 전망대에 서는 순간 협곡 전체가 옅은 파란 안개에 잠긴 걸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시드니에서 기차 한 번이면 닿는 이곳이 이렇게 비현실적인 풍경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왜 산이 파랗게 보일까, 시닉 월드 도착 전부터 시작된 궁금증
파라마타 역에서 카툼바 역까지 기차를 탔습니다. 차창 밖으로 도시가 빠르게 사라지고 초록 숲이 펼쳐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공기가 달라진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카툼바 역에 내리면 시닉 월드(Scenic World)까지는 버스로 15분 거리입니다.
블루 마운틴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 때문입니다. 유칼립투스란 주로 호주에 자생하는 수종으로, 잎에서 휘발성 오일 성분을 끊임없이 대기 중으로 방출합니다. 이 미세한 오일 입자가 햇빛의 단파장인 청색 광선을 산란시키는 현상을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이라고 합니다. 레일리 산란이란 빛이 공기 중 미세 입자와 충돌할 때 파장이 짧은 빛일수록 더 강하게 흩어지는 물리 현상으로,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과 동일한 원리입니다. 블루 마운틴 국립공원(Blue Mountains National Park)은 이 유칼립투스 군락이 워낙 광대하게 펼쳐져 있어 멀리서 바라보면 산 전체가 파란 안개로 물든 것처럼 보입니다.
티켓은 미리 시닉 월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1일 무제한 패스로 구입했습니다. 제가 직접 가서 확인해보니 현장 구매보다 온라인이 1달러 저렴했습니다. 1달러가 뭐가 대수냐 싶겠지만, 호주 물가에서 1달러면 꽤 진지하게 아껴야 할 금액입니다.
52도 경사의 레일웨이, 몸으로 체험한 블루 마운틴
시닉 월드에서 탈 수 있는 것들이 꽤 됩니다. 저는 스카이웨이를 먼저 타고 협곡을 가로질러 건너갔다가, 레일웨이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는 순서로 움직였습니다.
시닉 레일웨이(Scenic Railway)는 경사도 52도로 운행되는 궤도 열차입니다. 경사도 52도란 수직에 가까운 38도보다도 더 가파른 각도로, 좌석을 뒤로 젖히면 앞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사실상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세가 됩니다. 탑승 전에 좌석 각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는데, 제가 최대 각도로 맞춰서 앉았더니 출발하는 순간 눈앞에 보이는 게 천장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궤도 열차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확인했습니다.
스카이웨이(Scenic Skyway)는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케이블카 바닥이 강화 유리로 제작되어 발아래 협곡이 그대로 내려다보입니다. 높이 270미터 상공에서 발밑의 숲을 내려다보는 건 짜릿함과 공포가 동시에 밀려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유리 바닥 위에 제대로 서지 못하고 가장자리에 붙어 있었는데, 2분쯤 지나니까 오히려 발 아래 풍경에 눈이 익숙해졌습니다.
블루 마운틴에서 시닉 월드를 효율적으로 즐기는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카이웨이 탑승 후 협곡 건너편 도착
- 레일웨이를 타고 계곡 아래로 하강
- 협곡 바닥에서 트레킹 코스 탐방
- 시닉 케이블웨이(Scenic Cableway)로 다시 위로 복귀
이 순서로 움직이면 불필요하게 겹치는 구간 없이 동선이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등산하러 온 건 아닌데, 협곡 바닥 트레킹의 반전 매력
레일웨이를 타고 내려온 뒤 저는 가장 긴 코스로 걷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다는 설명이 있긴 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야생림 보존 자체에는 크게 흥미가 없던 저도, 협곡 바닥을 걷는 40분 내내 그 공기에 압도됐습니다.
블루 마운틴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으로 등재된 지역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인류 전체를 위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된 자연 또는 문화 유산으로, 국제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선정되고 보호됩니다. 실제로 걸으면서 데크 길이 정비된 구간도 있고 흙길 그대로인 구간도 있어서, 인위적으로 너무 깔끔하게 정리해두지 않은 점이 오히려 좋았습니다(출처: UNESCO).
코스 안내판에 '2분 소요'라고 적힌 구간을 1분 만에 통과하기도 하고, '5분짜리' 갈림길을 3분 만에 주파하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곳 안내판의 소요 시간은 넉넉하게 잡혀 있습니다. 2분이라고 적혀 있으면 실제로는 1분 남짓이니까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서 이상한 성취감이 생기더라고요.
중간에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새소리, 그리고 발밑에 밟히는 나뭇잎 소리 외에 다른 소음이 없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완전한 정적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40분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에코 포인트에서 마주한 세 자매봉, 여기를 빠뜨렸으면 정말 아쉬울 뻔했습니다
시닉 월드를 다 돌고 나서 에코 포인트(Echo Point)를 마지막에 들렀습니다. 원래 일정에 없던 것이었는데, 지나치기에는 아깝다 싶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날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에코 포인트는 세 자매봉(Three Sisters)을 가장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입니다. 세 자매봉이란 블루 마운틴의 자메이슨 밸리(Jamison Valley) 절벽에 솟아 있는 세 개의 사암 기둥으로, 각각의 높이가 922m, 918m, 906m에 달합니다. 수억 년에 걸친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지형으로, 호주 원주민 애버리지니(Aboriginal Australians)의 전설 속 세 자매가 바위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전망대에 도착해서 처음 마주쳤을 때 속으로 "여기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말이 저도 모르게 나왔습니다. 시닉 월드에서 바라본 협곡의 풍경도 충분히 장관이었지만, 에코 포인트에서 세 자매봉을 마주하는 건 완전히 다른 층위의 감동이었습니다.
호주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블루 마운틴 일대는 연간 3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뉴사우스웨일스주 최대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출처: Tourism Australia). 직접 가서 보니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았습니다.
에코 포인트에는 한국인 여행자도 꽤 많았습니다. 저는 조용히 한쪽에 자리를 잡고 20분 정도 그냥 바라만 봤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그 풍경을 눈에 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여행지였습니다.
블루 마운틴은 하루가 짧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몸으로 배우는 곳입니다. 시닉 월드의 레일웨이와 스카이웨이, 협곡 바닥 트레킹, 에코 포인트의 세 자매봉까지 모두 보려면 아침 일찍 도착하는 게 좋습니다. 카툼바 역에 내려서 바로 움직이기 시작해야 여유 있게 동선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시드니 근교에서 하루를 써야 한다면 블루 마운틴은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RbQ-4RJIio&list=PLD7Ss_NVlYEny-0hZyox4domuFigH_EGP&inde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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