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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삿포로 시내에서도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기대했습니다. 홋카이도라는 이름만 들어도 끝없는 눈밭이 떠오르니까요. 그런데 막상 삿포로역에 내리고 보니 눈앞에 펼쳐진 건 반듯하게 뻗은 도로와 고층 빌딩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삿포로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삿포로, 도시로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삿포로는 홋카이도 전체 면적으로 치면 작은 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구 약 197만 명이 사는 일본 5위 규모의 광역시입니다. 홋카이도 전체 거주민의 절반 이상이 이 도시에 몰려 있을 정도입니다(출처: 삿포로시 공식 통계). 도시 면적 자체도 서울의 약 2배에 달하는데, 이렇게 큰 도시임에도 시가지 중심부는 놀랍도록 깔끔하게 격자형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격자형 도시 계획(Grid Plan)이란, 도로를 바둑판처럼 수직·수평으로 교차하도록 설계한 도시 구조를 말합니다. 삿포로는 메이지 시대 개척 당시부터 이 방식으로 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에, JR 타워 T38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어긋나는 도로 하나 없이 사방이 칼같이 뻗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제가 직접 올라가서 봤을 때 처음 나온 말이 "이게 실제 도시 맞아?"였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JR 타워 T38은 삿포로역 바로 옆에 위치한 삿포로에서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전망대 입장 방법을 모르면 한참 헤맬 수 있는데, 38층에 바로 가는 게 아니라 6층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야 합니다. 저도 처음엔 38층 버튼을 찾아 두리번거렸습니다.
삿포로에는 전망대가 세 곳 있는데, 각기 다른 경험을 줍니다.
- JR 타워 T38: 삿포로역과 직접 연결, 360도 도심 뷰. 격자형 시가지를 한눈에 감상하기에 최적. 화장실에서 내려다보는 특이한 뷰로도 유명합니다. 동행한 남편이 "이 화장실 뷰는 꼭 와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을 정도입니다.
- 삿포로 TV 타워: 오도리 공원 동쪽 끝에 위치한 삿포로의 랜드마크. 높이가 낮아 시내를 가까이서 생생하게 보는 느낌이 있고 입장료도 저렴합니다.
- 모이와야마 전망대: 로프웨이(산악 케이블카의 일종으로 공중에 매달린 곤돌라를 이용해 이동하는 방식)를 타고 올라가는 전망대. 오고 가는 시간이 걸리지만, 일본 신 3대 야경으로 꼽히는 뷰를 볼 수 있습니다.
모이와야마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일본 야경검정협회(夜景観光コンベンション・ビューロー)가 선정한 신 3대 야경 중 하나로, 도시 전체가 반짝이는 규모의 야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출처: 일본 야경관광 공식사이트). 시간 여유가 있다면 저녁 해 질 무렵에 맞춰 올라가는 것을 권합니다. 겨울 삿포로는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이미 해가 지기 때문에 타이밍 체크가 중요합니다.
교통 선택이 여행의 질을 바꾼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방법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신치토세 공항(新千歳空港)은 삿포로 도심에서 약 40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이동 수단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JR 쾌속 에어포트(快速エアポート)는 약 35~40분이면 삿포로역에 도착하는 열차입니다. 여기서 쾌속이란, 주요 역에만 정차하고 완행보다 빠르게 운행하는 열차를 의미합니다. 빠른 건 좋은데, 숙소가 스스키노나 오도리 쪽이라면 삿포로역에서 다시 짐을 끌고 이동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꽤 피곤한 일이었습니다. 겨울 삿포로 도로는 군데군데 빙판이라 캐리어를 끌다가 몇 번이나 아찔했거든요. 숙소가 스스키노 근처라면 공항 리무진 버스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은 20~30분 더 걸리지만 주요 호텔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기 때문에 짐이 많은 여행자에게는 훨씬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시내 이동은 지하철, 버스, 노면전차 시덴(市電) 세 가지입니다. 시덴이란 도로 위를 달리는 전차로,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과 달리 지상에서 일반 차량과 함께 운행하는 교통수단을 말합니다. 삿포로 남서쪽 지역을 순환하며 모이와야마 방향으로 이동할 때 특히 유용합니다. 차창 밖으로 눈 내리는 시내 풍경을 보며 달리는 시덴은 그 자체로 삿포로 여행의 한 장면이 됩니다.
삿포로역, 오도리, 스스키노는 지하도로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지하 보행공간을 '치카호(チ・カ・ホ)'라고 부르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에는 지상으로 나가지 않고 치카호만으로 주요 목적지 대부분을 이동할 수 있어서 실용적입니다. 교통카드는 홋카이도 전용 IC카드인 키타카(Kitaca)나 삿포로 지하철 전용 사피카(Sapica)를 이용하면 되고, 도쿄에서 쓰던 스이카(Suica)도 그대로 사용 가능합니다. IC카드란 비접촉 방식으로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요금이 자동 차감되는 교통 카드입니다.
버스와 노면전차를 처음 타는 분들은 탑승 방식이 우리나라와 반대라는 점을 미리 알고 가시면 좋습니다.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리고, 탈 때 번호표인 정리권(整理券)을 뽑은 뒤 내릴 때 탄 번호 기준으로 요금을 냅니다. 저도 처음엔 앞문으로 타려다 기사님한테 제지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삿포로 시내 스팟과 숙소, 실제로 써보니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음 마감 시간이 5시라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4시에 마감이었고, 대기줄도 길어서 결국 시음을 못 했습니다. 1876년 설립된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벽돌 건물 안에서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맥주를 기대하고 갔다면 저처럼 허탈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투어는 500엔에 시음 두 잔이 포함되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500엔을 추가하면 대여 가능합니다. 맥주 박물관은 시내를 순환하는 88번 버스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나카지마 공원은 기대 이하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가장 마음에 남은 곳이 되었습니다. 전망대 일정이 날씨 때문에 어긋나거나 시간이 애매하게 빌 때 가기에 딱 좋습니다. 삿포로역에서 지하철 세 정거장이면 닿고, 눈이 소복이 쌓인 공원을 푹푹 밟으며 걷다가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오후가 됩니다.
숙소는 두 곳을 이용했습니다. 삿포로역 쪽에서는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삿포로를 선택했는데, 신축 호텔이라 인테리어가 깔끔했고 무엇보다 대욕장이 있어서 저녁마다 피로를 풀기에 좋았습니다. 스스키노 쪽에서는 더 삿포로를 이용했는데, 코너룸 특성상 공간이 넓고 창이 커서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조식은 솔직히 맛으로는 별로였지만 비주얼은 꽤 예뻐서 사진은 잘 나왔습니다.
이 두 숙소 위치 선택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습니다. 홋카이도 근교 도시로 이동이 잦다면 JR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있는 삿포로역 쪽이 유리하고, 시내 맛집 탐방이 주목적이라면 식당가와 야경이 집중된 스스키노 쪽이 훨씬 편합니다.
삿포로 시내만으로도 2박 3일은 충분히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다만 홋카이도 특유의 대자연을 보고 싶다면 반드시 하루는 비에이나 오타루 같은 근교로 나가야 합니다. 삿포로는 어디까지나 대도시라는 전제 아래 즐기는 게 맞습니다. 그 기대치를 제대로 설정하고 가면, 삿포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도시입니다. 특히 겨울에는 아이젠(빙판길용 미끄럼 방지 부착물)을 편의점에서 미리 구입해 신발 밑창에 붙이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걸 몰라서 첫날 빙판에서 한 번 넘어졌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jphnNk-zEc&list=PLZFrmIhUHXj-OqcXav0iGntoUtJIsu5cx&inde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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