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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여행에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브리즈번 시내만큼은 얘기가 달랐습니다. 시내 핵심 스팟을 하루 종일 돌면서 쓴 교통비가 거의 0원이었거든요. 무료 페리에 무료 해변, 무료 박물관까지. 제가 직접 다녀보고 나서야 "브리즈번은 구조 자체가 여행자 친화적으로 설계돼 있구나" 싶었습니다.

시티캣 한 번에 정리하는 브리즈번 강변 루트
브리즈번 여행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교통수단은 시티캣(CityCat)입니다. 시티캣이란 브리즈번 강(Brisbane River)을 따라 운행하는 쾌속 페리 서비스로, 브리즈번 대중교통 네트워크인 트랜스링크(Translink)에 통합되어 운영됩니다. 일반 버스나 트레인과 같은 요금 체계를 쓰기 때문에 고 카드(Go Card)로 탑승하면 별도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금은 안 되고 카드만 됩니다. 제가 밀턴(Milton) 선착장에서 처음 탔을 때, 안내 직원이 카드만 된다고 알려줬는데 그 순간 여행 경비를 아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티캣 외에도 시티호퍼(CityHopper)라는 페리가 따로 운행됩니다. 시티호퍼란 브리즈번 강 주요 정류장을 순환하는 무료 페리로, 탑승 시 어떤 카드도 태그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타면 됩니다. 엄청 조용하고 빠르고, 생각보다 훨씬 매끄럽게 움직입니다. 강 위에서 바라보는 브리즈번 스카이라인은 육지에서 보는 것과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무료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사우스뱅크(South Bank)까지 페리로 이동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강변 산책로로 연결됩니다. 저는 밀턴에서 출발해서 3.6km 거리를 약 50분 동안 걸어서 시내로 들어갔는데, 브리즈번 기온이 22도 정도여서 산책하기에 딱 맞았습니다.

스트리트비치, 진짜 모래해변이 도심에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사우스뱅크에 스트리트비치(Streets Beach)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에 해변이라니.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모래 질감이 정말 해변 수준이었습니다. 골드코스트(Gold Coast)에서 직접 공수해온 모래를 깔았다고 하는데,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그냥 인공 모래랑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스트리트비치는 사우스뱅크 파크랜드(South Bank Parklands) 내에 위치한 도심형 인공 해변입니다. 파크랜드란 도심 내 복합 여가 공간을 의미하며, 수영 가능한 석호(라군, Lagoon), 산책로, 레스토랑, 공원을 하나로 묶어놓은 구조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샤워 시설과 락커룸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는 날이었는데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호주 물가에 놀란 직후여서 그런지 "무료"라는 글자가 더 크게 보였습니다.
파도가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실제 바다를 기대하고 간다면 조금 심심할 수 있습니다. 저도 온도가 조금 낮아서 발을 담그기엔 애매한 날이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빌딩을 배경으로 파란 수영장과 하얀 모래가 펼쳐지는 풍경 자체가 꽤 이국적이었습니다. 애들이 있는 가족 여행객이라면 특히 좋아할 것 같습니다. 브리즈번 관광청(Brisbane Tourism)도 사우스뱅크를 브리즈번의 대표 무료 여가 공간으로 공식 소개하고 있습니다(출처: Visit Brisbane).

무료 시계탑 투어와 베트남 쌀국수, 브리즈번 음식 문화의 뿌리
브리즈번 시청(Brisbane City Hall)의 시계탑 투어는 제가 브리즈번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입니다. 무료 투어인데, 1930년에 설치된 원래 엘리베이터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투어 가이드가 "이 엘리베이터는 건물이 처음 문을 열었던 1930년부터 사용해온 것"이라고 설명해줬는데, 93년 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는 게 묘하게 설레는 경험이었습니다. 예약 없이 바로 현장에서 합류할 수 있었고,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브리즈번 전망은 이쪽이 확실히 제일 낫습니다.
시청 3층에는 박물관도 운영 중입니다. 현대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걸리는 작품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취향 탓이겠지만, 박물관 자체 시설은 쾌적하고 시원해서 더운 날 들어가기 좋습니다.
점심은 퀸 스트리트 몰(Queen Street Mall) 근처에서 포(PHO)를 먹었습니다. 포란 베트남 전통 쌀국수로, 소뼈와 각종 향신료를 장시간 우려낸 국물이 핵심입니다. 국물이 향신료 맛이 꽤 셌는데, 저는 이런 스타일이 좋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호주에서 베트남 쌀국수 문화가 이렇게 뿌리 깊은 이유가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남부 베트남 피난민, 이른바 보트 피플(Boat People)이 호주로 대거 정착하면서 그들의 음식 문화가 함께 이식됐습니다. 보트 피플이란 베트남 전쟁 종전 이후 소형 선박을 이용해 국외로 탈출한 난민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그 흐름이 수십 년에 걸쳐 호주 식문화에 녹아들어 지금의 호주식 베트남 쌀국수가 탄생했습니다. 국물 스타일이 베트남 현지와 다소 다른 것도 이 역사적 맥락을 알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퀸 스트리트 몰에서 ATM도 사용했는데, 해외 카드 수수료가 2달러 발생했습니다. 전날 7.6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아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편의점 음료 가격도 상당했습니다. 콜라 600ml가 4.99달러, 생수도 3~4달러 수준이었으니까요. 무료 관광으로 아낀 돈을 슬그머니 갉아먹는 게 호주 물가입니다.
호주·뉴질랜드 동선, 욕심보다 효율이 맞습니다
처음에는 호주 전국 일주를 계획했습니다. 퍼스(Perth)도, 다윈(Darwin)도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지도를 놓고 동선을 짜보니까, 호주는 정말 지도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대륙 간 이동에 해당하는 거리를 국내 여행처럼 생각했던 거 자체가 실수였습니다.
호주는 국토 면적이 약 769만 km²로, 한반도의 약 35배에 달합니다(출처: 호주 지리원(Geoscience Australia)). 도시 간 비행 시간만 3~5시간이 기본인 나라에서 전국 일주는 시간 여유가 충분하지 않으면 이동 자체가 여행이 돼버립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동남쪽 주요 도시 중심으로 루트를 잡았습니다. 효율적인 동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브리즈번 입성 → 골드코스트 당일치기
- 새벽 기차로 시드니(Sydney) 이동
- 시드니 관광 후 멜버른(Melbourne) 이동
- 멜버른에서 뉴질랜드 남섬(South Island)으로 항공 이동
뉴질랜드를 연계하자는 의견에 처음엔 망설였습니다. 호주만 해도 할 게 많은데, 굳이 나라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강하게 권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호주의 광활한 대륙감과 뉴질랜드의 압축된 자연은 결이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를 함께 묶어야 여행의 완성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브리즈번은 여행자에게 꽤 공평한 도시입니다. 돈을 많이 쓰는 사람과 아끼는 사람 모두에게 즐길 거리를 줍니다. 무료 시설의 퀄리티가 생각보다 높기 때문에, 유료 옵션을 굳이 넣지 않아도 하루가 빠듯하게 찹니다. 브리즈번을 첫 도시로 잡아두고 인근 골드코스트와 연결하는 루트가 초보 여행자에게 가장 실패 확률이 낮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밤에 강변에서 바라보는 브리즈번 야경까지 보고 나서야 "이 도시, 제대로 왔다" 싶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hkWlsgGvyg&list=PLD7Ss_NVlYEny-0hZyox4domuFigH_EGP&inde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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