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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처음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할 때 만다린 오리엔탈이라는 선택지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MBS)라는 워낙 강력한 선택지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직접 두 번을 묵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MBS를 가장 제대로 즐기려면, 오히려 그 맞은편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

부채꼴 건물이 만든 전망: 마리나베이뷰와 오션뷰의 차이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는 건물 자체가 부채꼴(fan-shaped)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부채꼴 구조란 건물이 한 꼭짓점을 중심으로 호를 그리며 펼쳐지는 형태를 말하는데, 이 덕분에 객실마다 전혀 다른 방향의 전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전망은 크게 시티뷰, 마리나 베이뷰, 오션뷰 세 가지로 나뉩니다.

제가 직접 묵었던 건 마리나 베이뷰 객실이었습니다. 커튼을 처음 걷었을 때의 그 장면은 솔직히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통창 가득 마리나 베이 샌즈가 들어오고, 왼편으로는 머라이언 파크, 오른편으로는 두리안 모양이 특징적인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 극장이 보였습니다. 에스플러네이드란 반구형 돔 외관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복합 공연 예술 센터로, 독특한 외관 때문에 마리나베이 스카이라인의 상징 중 하나로 꼽히는 곳입니다.

MBS에 묵으면 정작 그 건물 자체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의견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멀리서 내려다보는 뷰와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뷰는 압도감이 다릅니다. 만다린 오리엔탈 마리나 베이뷰는 랜드마크들이 횡단보도 하나 거리에 몰려 있어서 건물이 크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게 진짜 매력입니다.

오션뷰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쪽은 싱가포르 플라이어(Singapore Flyer)와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까지 이어지는 탁 트인 시야가 인상적이라고 합니다. 싱가포르 플라이어란 높이 165m에 달하는 대형 관람차로, 날씨가 맑은 날에는 인도네시아 바탐 섬까지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Singapore Tourism Board). 오션뷰의 소소한 장점 하나를 더 얘기하자면, 야외 수영장이 내려다보여서 사람이 얼마나 몰렸는지 방에서 미리 확인하고 내려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꽤 실용적인 정보였습니다.

싱가포르 국경일(National Day) 시즌인 8월 초에 방문하면 마리나베이 불꽃축제와 패러글라이딩 퍼레이드를 객실에서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군중 속에서 땀 흘리며 고개를 젖히는 대신, 에어컨 바람 맞으며 유리창 너머로 감상하는 경험은 솔직히 꽤 달랐습니다.

수영장과 조식, 그리고 공식 예약이 진짜인 이유

만다린 오리엔탈 수영장은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 방식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인피니티 풀이란 수영장 끝부분이 하늘이나 바다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풀 형태를 말하는데, MBS 루프탑 풀이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곳을 비교해 본 분들 사이에서는 MBS 인피니티 풀의 상징성이 더 높다는 의견과, 만다린 오리엔탈 수영장이 실제 체험 면에서는 낫다는 의견이 나뉩니다.

저는 후자 쪽에 가깝습니다. MBS 인피니티 풀은 예약제 운영과 대기 줄, 그리고 사람으로 꽉 들어찬 수면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만다린 오리엔탈 수영장은 조용히 수영을 즐기거나 카바나에 누워 책을 읽는 게 실제로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카바나(cabana)란 수영장 주변에 설치된 반개방형 개인 휴식 공간으로, 보통 럭셔리 리조트에서 별도 비용을 받는 시설인데, 이곳에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그늘 아래 눕아서 마리나 베이를 바라보는 그 시간이 여행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조식(breakfast) 퀄리티는 이 호텔을 고르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광동식, 인도식 등 로컬 푸드 섹션이 충실하게 갖춰져 있어서 싱가포르 현지 음식을 한 끼라도 더 챙겨 먹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특히 반가운 구성입니다. 연어 종류만 네다섯 가지가 있던 시절과 비교하면 조금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제 경험상 현재 수준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만다린 오리엔탈 내에는 체리 가든(Cherry Garden)이라는 광동식 레스토랑도 있습니다. 공휴일과 주말 점심에는 딤섬 뷔페를 운영하는데, 테이블에서 직접 주문하면 원하는 딤섬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일반 뷔페처럼 미리 만들어놓은 음식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주문 즉시 조리해서 내오기 때문에 온기가 살아 있는 딤섬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MO BAR는 아시아 베스트 바 5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곳으로, 호텔 투숙객이 아닌 방문객도 예약 후 찾아오는 바입니다(출처: Asia's 50 Best Bars).

예약과 관련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멤버십(Fans of M.O.)에 가입한 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레이트 체크아웃이나 다이닝 크레딧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레이트 체크아웃(late check-out)이란 기본 퇴실 시간인 오전 11~12시보다 늦게 퇴실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대부분이 늦은 밤이나 새벽 편인 만큼, 이 혜택을 활용하면 마지막 날 동선을 훨씬 여유 있게 짤 수 있습니다.

만다린 오리엔탈에서 꼭 챙겨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망은 마리나 베이뷰 또는 오션뷰 선택. 시티뷰는 랜드마크 조망 불가
  • 수영장 카바나 무료 이용 가능. 사람이 적은 오전 시간대가 여유롭고 좋음
  • 체크아웃 후에도 샤워룸 또는 시티뷰 객실을 최대 2시간 이용 가능
  • 공홈 Fans of M.O. 멤버십 가입 후 예약 시 레이트 체크아웃·다이닝 크레딧 혜택 확인
  • 체리 가든 딤섬 뷔페는 공휴일·주말 점심만 운영, 사전 예약 필수

결국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는 "보이는 것"보다 "머무는 것"에 집중하는 여행자에게 맞는 호텔이라고 생각합니다. MBS처럼 압도적인 인지도는 없을지 몰라도, 실제로 방에서 보내는 시간과 수영장에서 흘려보내는 오후의 질은 제가 경험한 싱가포르 숙소 중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마리나베이 주변 호텔을 두고 고민 중이라면, 한 번쯤 이 선택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GgrfNLWHCs&list=PLZFrmIhUHXj8bKsM_wcUiZhyrs1p4ebwZ&index=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