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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키나와 본섬 말고 야에야마 제도까지 가야 할 이유를 몰랐습니다. 이시가키에서 또 배를 타고 25분을 더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처음엔 망설였거든요. 그런데 고하마지마(小浜島) 항구에 내려 셔틀을 타고 리조나레 고하마지마에 들어서는 순간, 그 망설임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바로 알게 됐습니다. 36만 평 부지에 객실 60개. 숫자 하나가 이곳의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리조나레 고하마지마

프라이빗 해변과 바다 사우나, 이 리조트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리조트 업계에서 '점유 밀도(Occupancy Densit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점유 밀도란 일정 면적 대비 투숙객 수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각 투숙객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집니다. 리조나레 고하마지마는 이 수치가 국내 유명 제주 리조트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낮습니다. 제주 중문 단지의 대형 리조트들이 수백 개의 객실을 비슷한 규모의 부지에 밀어 넣는 것과 달리, 이곳은 36만 평에 딱 60개의 독채 빌라만 흩어져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평일 기준, 프라이빗 해변에는 딱 두 팀만 있었습니다. 코발트 블루 바다와 하얀 백사장을 사실상 전세 낸 셈이었죠.

해변의 구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작은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이 설치되어 있는데, 인피니티 풀이란 수영장의 한쪽 벽을 제거하거나 수면 높이를 맞춰 물이 바다나 하늘과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한 수영장 형태입니다. 깊이는 최대 1.5미터 수준으로, 성인이 제대로 수영을 즐기기에 충분한 깊이입니다. 바다에서 직접 스노클링을 할 수도 있고, 수영을 못하는 아이들은 구명조끼와 튜브를 갖춰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이 리조트에서 가장 예상 밖의 경험을 꼽으라면 단연 바다 사우나입니다. 처음엔 솔직히 무더운 날씨에 굳이 사우나까지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예약제로 운영되어 완전한 프라이빗 공간이 보장되고, 사우나 후 곧장 에메랄드빛 바다로 뛰어드는 순간의 감각은 어떤 스파에서도 경험한 적 없는 것이었습니다. 핀란드식 사우나 용어로 '아빌뢰일리(Avantouinti)'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이 경험, 쉽게 말해 뜨거운 사우나 후 찬 자연수에 몸을 담그는 온냉 교차 요법은 피로 회복 효과가 일반 목욕보다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일본 온천·사우나 연구소).

이 리조트에서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프라이빗 해변: 평일 기준 이용 인원이 극히 적어 사실상 독점 사용 가능
  • 바다 뷰 사우나: 예약제 운영, 사우나 후 바다 입수 가능
  • 인피니티 풀: 해변과 라군 두 곳에 각각 위치, 어린이 안전 장비 완비
  • 고하마지마 특산 흑설탕 버거: 패티 두 장, 흑설탕 소스, 흑설탕 맥주 세트로 구성

골프와 다이닝으로 완성되는 리조트의 숨겨진 가치

고하마지마 컨트리클럽은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18홀 정규 골프장입니다. 야에야마 제도를 통틀어 18홀 풀 라운딩(Full Round)이 가능한 곳은 여기가 유일합니다. 풀 라운딩이란 18홀 전체를 한 번에 도는 정규 코스를 의미하며, 보통 4~5시간이 소요됩니다. 투숙객 기준 18홀 요금이 13,500엔 수준인데, 현재 환율 기준으로 국내 주요 회원제 골프장 그린피(Green Fee)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입니다. 그린피란 골프장 코스를 이용하는 데 지불하는 기본 이용료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라운딩해보니 카트 경로 일부가 패여 있고 그린 컨디션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코스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공작새들과 함께하는 라운딩은 다른 어느 골프장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골프채와 골프화 모두 대여가 가능해서 가방 없이 가볍게 방문해도 됩니다.

다이닝은 올리올리 뷔페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야에야마 제도의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테루아(Terroir)' 개념을 식사에 적용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테루아란 원래 와인 업계에서 쓰는 용어로, 특정 지역의 토양·기후·환경이 식재료나 음식에 고유한 특성을 부여한다는 개념입니다. 고하마지마에서만 잡히는 구루쿤 생선 튀김, 오키나와 천일염을 활용한 소금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입니다. 소금 아이스크림은 달콤함과 짠맛의 균형이 절묘해서 제가 이 리조트에서 먹은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걸 선택하겠습니다. 뷔페 메뉴 외에 틴갈라 나이트 디너를 신청하면 동일한 음식을 바구니와 상자에 담아 해변 피크닉 형태로 즐길 수 있는데, 석양이 지는 해변에서 먹는 식사는 레스토랑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오키나와 관광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야에야마 제도를 포함한 오키나와 전역의 관광객 수는 2023년 기준 약 979만 명을 기록했습니다(출처: 오키나와현 관광진흥과). 본섬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역설적으로 고하마지마 같은 외딴 섬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붐비지 않는 바다를 원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타이밍일 수 있습니다.

3박을 지내며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리조트는 시설 자체의 완성도보다 '어디에 있는가'가 핵심 가치입니다. 객실 인테리어나 골프 코스 컨디션에서 연식이 느껴지는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36만 평 부지를 60팀이 나눠 쓰는 프라이빗함, 손때 묻지 않은 에메랄드빛 바다, 바다 사우나 후 느끼는 완전한 이완감은 시설 스펙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쇼핑과 밤문화를 원하는 여행이라면 맞지 않겠지만, 가족 혹은 파트너와 외부 자극 없이 온전히 집중하고 싶은 여행이라면 이 리조트는 그 목적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uW02LB4Ens&list=PLZFrmIhUHXj-vM6k-NU9Z5UYboC-7qxyK&index=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