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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뉴질랜드 입국 검역이 그냥 짐 뒤지는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호주 입국 때 꽤 혼났던 기억이 있어서 나름 준비한다고 했는데, 막상 퀸스타운 공항에 내리고 보니 세관 앞에서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과는 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제 예상과는 꽤 달랐습니다.

뉴질랜드 퀸스타운 공항

뉴질랜드 검역, 생각보다 훨씬 꼼꼼합니다

뉴질랜드의 생물보안(Biosecurity) 검역 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축에 속합니다. 여기서 생물보안이란 외래 병해충이나 동식물 병원균이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국가 방역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뉴질랜드는 섬나라 특성상 한 번 외래종이 유입되면 고유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유독 민감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진짜 가방을 통째로 꺼내서 음식물 하나하나 다 확인하더라고요. 라면, 포장된 간식류까지 스캔을 다 돌렸습니다. 엑스레이(X-ray) 검색도 빠짐없이 통과해야 합니다. 엑스레이 검색이란 물리적으로 짐을 열지 않고도 내용물을 투시하여 금지 품목을 판별하는 장비 검사 방식입니다. 한 가지 의외였던 건 세관 직원들이 생각보다 훨씬 밝고 유쾌했다는 점입니다. 음식 가방을 따로 분리해서 검사하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고, 덕분에 긴장이 풀렸습니다.

"검역은 그냥 신고서만 잘 쓰면 되지 않나?" 하고 가볍게 보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그 생각이 위험하다고 봅니다. 뉴질랜드 1차 산업부(MPI)에 따르면 생물보안 위반 시 최대 10만 뉴질랜드 달러(약 8천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출처: 뉴질랜드 1차 산업부 MPI). 정직하게 신고하면 그냥 웃으며 통과시켜 줍니다. 숨기다 걸리는 쪽이 훨씬 손해입니다.

검역 통과 시 주의해야 할 핵심 품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 라면, 김, 건어물 등 동식물성 가공식품
  • 등산화, 트레킹화 밑창에 묻은 흙
  • 캠핑 장비(텐트, 침낭 등) — 흙이나 씨앗이 묻어 있을 경우 문제
  • 육류, 생과일, 채소류
  • 나무로 만든 공예품 및 목재 제품

비카드(Bee Card), 뚜벅이 여행자의 필수 교통 도구

퀸스타운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처음으로 산 게 비카드(Bee Card)였습니다. 비카드란 퀸스타운과 더니든을 포함한 뉴질랜드 남섬 일부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대중교통 전용 선불 카드입니다. 한국의 교통카드(T-money)와 개념이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에 "현금으로 내도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제 경험상 이건 비카드를 무조건 쓰는 쪽이 맞습니다. 현금 탑승 대비 요금이 50% 이상 할인되고, 45분 이내 환승은 추가 요금 없이 무료로 처리됩니다. 저는 공항 안내 데스크 근처에서 카드를 구매하고 그 자리에서 20뉴질랜드 달러를 충전했습니다. 카드 자체 가격은 5달러입니다.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카드 한 장으로 여러 명이 함께 탑승할 수 있습니다. 일행이 있다면 한 명만 카드를 대면 됩니다. 그리고 버스를 내릴 때도 카드를 단말기에 찍어야 하는 태그 오프(Tag Off) 방식을 사용합니다. 태그 오프란 하차 시에도 카드를 단말기에 접촉하여 실제 이동 구간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을 빠뜨리면 최대 요금이 자동으로 부과됩니다. 처음에 몰랐다가 기사님이 알려줘서 겨우 찍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는데 진짜 말이 안 나왔습니다.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가 펼쳐지는 순간 버스 안에서 혼자 "대박"을 중얼거렸습니다. 숙소는 언덕 위에 있어서 가방을 끌고 올라가는 게 고역이었는데, 창문으로 보이는 호수 뷰 하나로 그 고생이 싹 사라졌습니다. 에어비앤비로 방 한 칸을 빌렸는데 가격이 좀 나갔지만, 침대에 누워서 보이는 경치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스카이라인 루지, 풍경을 보는 곳인가 스릴을 즐기는 곳인가

퀸스타운 여행에서 스카이라인 곤돌라(Skyline Gondola)와 루지(Luge)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코스입니다. 곤돌라란 와이어에 매달린 케이블카 방식의 운송 수단으로, 퀸스타운에서는 해발 약 450m의 봅스 피크(Bob's Peak) 정상까지 운행합니다. 올라가는 내내 와카티푸 호수와 리마커블스 산맥(The Remarkables)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 경치 하나만으로도 곤돌라 요금이 아깝지 않습니다.

루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루지는 아이들 놀이기구 아닌가요?"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봅니다. 조작 자체는 단순합니다. 두 개의 핸들을 당기면 브레이크, 놓으면 가속이 됩니다. 그런데 스피드 코스에서 핸들을 놓고 코너를 돌 때 느껴지는 원심력과 가속감은 어른도 소리를 지르게 만들 수준입니다. 루지의 원심력이란 곡선 구간을 달릴 때 몸이 바깥쪽으로 쏠리는 물리적 힘으로, 코너를 빠르게 돌수록 그 강도가 커집니다.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풍경을 보면서 여유롭게 즐기는 어트랙션은 아닙니다. 내려가는 데 집중하다 보면 주변 경치를 즐길 여유가 없습니다. 전망을 제대로 보고 싶으시면 정상의 뷰 포인트에서 충분히 시간을 쓰시고, 루지는 스릴 자체를 즐기는 용도로 구분해서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퀸스타운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스카이라인 루지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뉴질랜드 대표 어트랙션 중 하나입니다(출처: 퀸스타운 공식 관광 사이트). 예약 없이 현장 구매도 가능하지만 성수기엔 대기 시간이 길어지므로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루지 내려와서 퍼그버거(Fergburger)로 향하는 건 퀸스타운의 정석 코스라고 보셔도 됩니다. 오후 5시가 넘으면 주변 가게들이 대부분 닫히는 걸 제가 직접 경험했습니다. 동선 짤 때 이 부분을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퀸스타운 첫날은 선글라스를 버스에 두고 내리는 실수까지 저질렀습니다. 알고 보니 버스 분실물 센터에 있었는데, 찾으러 갔더니 관리자가 오는 데 20분을 기다려야 했고 결국 다른 승객이 가져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냥 웃고 넘겼습니다. 이 정도 해프닝이면 여행의 일부죠. 퀸스타운은 그런 소소한 실수를 덮어버릴 만큼 경치가 압도적인 곳입니다. 남섬 렌트카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퀸스타운에서 대중교통으로 시내 감각을 먼저 익혀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p30pgS0vk&list=PLD7Ss_NVlYEny-0hZyox4domuFigH_EGP&index=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