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행기 문이 열리는 순간, 저는 제가 실제로 뛰어내릴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15,000피트 상공에서 내려다본 퀸스타운은 장난감 마을처럼 작았고, 그 아래로 와카티푸 호수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을 지금도 또렷이 꺼낼 수 있는 건, 그만큼 몸 전체로 새긴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 퀸스타운 스카이다이빙

15,000피트 자유낙하, 실제로는 어떤 느낌인가

스카이다이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가장 궁금한 게 하나 있을 겁니다. "막상 떨어질 때 진짜 무섭지 않나요?" 저도 그 질문을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고도는 15,000피트였습니다. 피트(ft)는 높이를 나타내는 야드파운드법 단위로, 15,000피트는 약 4,572미터에 해당합니다. 쉽게 말해 한라산 높이의 두 배 반 이상을 단번에 올라간 셈입니다. 이 고도에서는 자유낙하(Free Fall) 구간이 60초 가까이 이어집니다. 자유낙하란 낙하산이 펼쳐지기 전, 중력만으로 떨어지는 구간을 말하며, 이때 속도는 시속 200km를 훌쩍 넘습니다.

막상 떨어졌을 때, 저는 속도보다 다른 것을 먼저 느꼈습니다. 귀가 찢어질 듯 아팠고,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어요. 지상이 따뜻해도 해당 고도의 기온은 영하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10초도 안 돼 사라졌고, 그 뒤에는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퀸스타운의 전경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공포가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낙하산이 펼쳐지고 나서는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 구간이 약 5분간 이어집니다. 패러글라이딩이란 낙하산과 행글라이더의 중간 형태로 바람을 타며 활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구간이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숨을 고르면서 퀸스타운 전체를 내려다보는데, 그게 마치 영화 속 장면 같더라고요. 제 경험상 스카이다이빙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자유낙하가 아니라 이 패러글라이딩 구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카이다이빙은 기상 조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고위험 레저 스포츠입니다. 뉴질랜드 민간항공청(CAA, Civil Aviation Authority)은 스카이다이빙 운영 업체에 대해 정기적인 안전 감사와 장비 점검 기준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출처: 뉴질랜드 민간항공청). 그만큼 제도적으로 관리되는 스포츠라는 점을 알고 나니 뛰어내리기 전 조금 더 안심이 됐습니다.

스카이다이빙 전 꼭 챙겨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도 선택: 9,000ft / 12,000ft / 15,000ft 중 선택 가능하며, 높을수록 자유낙하 시간이 길어집니다.
  • 이퀄라이징(Equalizing): 급격한 기압 변화로 귀 통증이 올 수 있으므로, 비행 중 코를 막고 살짝 힘을 주는 발살바법을 미리 연습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 복장: 얇은 옷을 여러 겹 레이어드하고, 업체에서 제공하는 점프 수트를 겉에 착용합니다.
  • 영상 패키지: 강사 손목 카메라 단독 촬영과 외부 카메라맨 동행 촬영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가격 차이가 상당합니다.

19세기 금광 마을 애로우타운, 시간이 멈춘 곳

스카이다이빙을 마치고 나면 몸은 내려왔는데 정신은 아직 하늘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 그 흥분을 가라앉힐 장소로 저는 버스를 타고 애로우타운(Arrowtown)으로 향했습니다. 퀸스타운에서 버스로 약 25분 거리에 있는 이 마을,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애로우타운은 1860년대 골드러시(Gold Rush) 시대에 형성된 마을입니다. 골드러시란 특정 지역에서 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을 말하는데, 애로우 강(Arrow River)에서 사금이 대거 발견되면서 이 마을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건물들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어 마을 자체가 야외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제가 직접 강가에 내려가 봤는데, 물이 정말 맑았습니다. 그냥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됐고, 모래가 햇빛에 반짝이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금 채취 체험도 할 수 있는데, 박물관에서 5달러에 세트를 빌려줍니다. 저는 패스했지만, 직접 강바닥을 걸러보는 체험 자체가 19세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마을 거리를 걷다 보면 아이스크림 가게, 서부풍 간판들, 그리고 한국의 전통 마을 같은 정겨운 골목이 이어집니다. 새소리가 어찌나 크고 선명한지, 녹음기를 틀어 놓은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저는 애로우타운을 그냥 '근교 관광지' 정도로 생각하고 갔는데, 막상 걸어보니 퀸스타운의 화려함과는 전혀 다른 결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관광청(Tourism New Zealand)에 따르면 애로우타운은 퀸스타운 레이크스 지역 내 문화유산 보존 지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역사적 건축물의 원형 유지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출처: 뉴질랜드 관광청). 그러니 10년 뒤에 다시 가도 지금과 같은 모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날 먹은 아이스크림은 진하고 고급스러운 초콜릿 맛이었는데, 가격이 좀 있는 편이었지만 한 입 먹는 순간 "이래서 비싼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여행 중 이런 소소한 만족이 쌓이면 그게 결국 여행 전체의 온도를 올려주더라고요.

퀸스타운에서 스카이다이빙을 마쳤다면, 그다음은 렌터카를 빌려 밀포드 사운드로 이동하는 일정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도 그 여정을 앞두고 있었는데, 퀸스타운에서 왕복 6시간 이상의 드라이브인 만큼 연료 충전과 출발 시간 조율이 중요합니다. 스카이다이빙으로 몸의 감각을 깨우고, 애로우타운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 다음, 밀포드 사운드에서 대자연에 압도당하는 것이 퀸스타운 여행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순서대로 움직이면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가장 알맞은 흐름이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Pg5Sa-2s-Y&list=PLD7Ss_NVlYEny-0hZyox4domuFigH_EGP&index=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