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와나카에서 하루면 충분하지 않나요?"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퀸스타운에서 1시간 거리, 작은 호수 마을 하나 보는 데 이틀씩이나 필요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와나카에 도착해서 호숫가를 걷다 보니, 이상하게 발걸음이 느려지더군요. 퀸스타운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액티비티 도시라면, 와나카는 그 반대편에 있는 조용한 휴양 마을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계획보다 하루를 더 머물렀습니다.
와나카 호수를 따라 걷는 시간
와나카의 중심은 단연 Lake Wanaka입니다. 이 호수는 빙하기 동안 빙하가 깎아낸 U자형 계곡에 물이 채워져 만들어진 빙하호(glacial lake)인데요. 여기서 빙하호란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깊고 긴 호수를 의미합니다. 그래서인지 물 색깔이 유난히 맑고 깊은 청록색을 띱니다.
호수를 따라 조성된 레이크프론트 산책로(Lakefront Walkway)는 와나카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코스입니다. 아침 일찍 나가면 물이 거울처럼 잔잔해서 주변 산이 그대로 반사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산책로를 두 번 걸었는데, 한 번은 아침에, 한 번은 해질녘에 걸었습니다. 같은 길인데도 시간대에 따라 풍경이 완전히 달라 보이더군요.
특히 해 질 때쯤 호수 색이 계속 바뀌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렌지빛이 수면에 번지다가, 어느새 보라색으로 물들고, 결국 짙은 남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냥 벤치에 앉아 지켜봤습니다. 뉴질랜드 남섬 여행 중 가장 여유로웠던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이때를 꼽겠습니다(출처: 뉴질랜드 관광청).
와나카를 방문했던 여행자들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는 "특별히 계획하지 않았던 호수 산책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점입니다. 관광 명소를 빠르게 보는 여행과 달리, 와나카에서는 풍경 속을 천천히 걷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여행의 중심이 됩니다.
물속의 나무, 와나카 트리
와나카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스팟은 That Wanaka Tree입니다. 이 나무는 호수 안에 홀로 서 있는 버드나무(willow tree)로, SNS에서 워낙 많이 본 풍경이라 처음엔 "직접 보면 별로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이 나무가 특별한 이유는 호수 수위 변화 때문입니다. 와나카 호수는 계절에 따라 수위가 달라지는데, 수위가 높아지면 나무가 물에 잠긴 듯한 모습이 되고, 낮아지면 뿌리가 드러나면서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비가 온 직후라 수위가 높았고, 나무가 물속에서 자라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침 일찍 가면 사진 찍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저는 오전 7시쯤 도착했는데도 이미 서너 명이 삼각대를 펴놓고 있더군요.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으려면 일출 시간대를 노리는 게 좋습니다. 다만 이 나무는 자연적으로 자란 것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모습이 조금씩 바뀐다고 합니다. 몇 년 후엔 지금과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나무 한 그루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분위기가 묘하게 차분하고 평화로와 사람들이 왜 이곳에서 오래 머무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조용한 풍경 속에서 사진을 찍거나 잠시 앉아 쉬는 사람들이 많아 와나카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가장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풍경 바로 그 단순함이 이 장소의 매력입니다. 거대한 자연 풍경 속에서 홀로 서 있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여행의 기억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로이스 피크, 숨이 차도 후회 없는 풍경
와나카를 대표하는 트레킹 코스는 Roy's Peak Track입니다. 이 코스는 왕복 약 16km, 고도 차이 1,228m를 오르는 고강도 트레킹 루트(trekking route)인데요. 여기서 트레킹 루트란 일반 산책로보다 길고 가파른, 체력 소모가 큰 등산 코스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걸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정상까지는 보통 5~6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왕복 6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중간에 휴식을 여러 번 했기 때문입니다. 경사가 꽤 가파른 구간이 많아서 평소 운동을 안 하시는 분들은 무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그늘이 거의 없어서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깁니다.
그런데 정상에 올라서면 모든 게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와나카 호수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날씨가 좋으면 멀리 마운트 쿡(Mount Cook)까지 보입니다. 제가 올라갔을 때는 구름이 살짝 껴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정상에서 본 풍경은 뉴질랜드 남섬에서 제가 본 것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출처: 뉴질랜드 환경보전부).
이 코스는 특히 일출 트레킹으로 유명합니다. 새벽에 출발해서 정상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체력 문제로 포기했습니다. 대신 오전 8시쯤 출발해서 정오쯤 정상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다녀왔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와나카에서 며칠이 적당할까
많은 여행자들이 와나카를 하루 코스로 계획합니다. 퀸스타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거나, 하루만 자고 가는 식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와나카에 머물러보니, 2박 3일 정도가 이 마을의 리듬에 맞는 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나카는 화려한 관광 도시가 아닙니다. 이곳의 매력은 오히려 조용함에 있습니다. 호숫가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산책로를 천천히 걷고, 저녁엔 레스토랑에서 뉴질랜드산 양고기(New Zealand lamb)를 먹는 그런 여유로운 일정이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여기서 뉴질랜드산 양고기란 목초지에서 방목해 키운 고품질 양고기를 의미하는데, 이곳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양고기는 냄새가 거의 없고 육즙이 풍부했습니다.
퀸스타운에서 와나카로 넘어오는 크라운 레인지 로드(Crown Range Road)도 그 자체로 볼거리입니다. 이 도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포장도로 중 하나인데,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다 보면 구름 위를 달리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이 길을 지나면서 차를 세우고 풍경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와나카는 결국 "어떤 여행을 원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립니다. 빠르게 관광지를 도는 일정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하루면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자연 속에서 천천히 쉬어가는 여행을 좋아하신다면, 와나카는 남섬에서 꼭 2박 이상 머물러볼 만한 곳입니다. 퀸스타운의 북적임에 지쳤다면, 이곳에서 하루 이틀 숨을 돌리고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테카포별
- 터널비치
- 테카포 여행
- 뉴질랜드주유소
- 캔버라로얄쇼
- 퀸스타운대안
- 다크스카이보호구
- 뉴질랜드남섬
- 뉴질랜드 남섬 여행
- 남섬여행
- 캐롤라인 베이
- 뉴질랜드 자외선
- 호주여행
- 크라이스트처치 렌터카
- 로열알바트로스
- 남섬 로드트립
- 국회의사당투어
- 로이스피크
- 오타고반도
- 클레이클리프
- 뉴질랜드여행
- 레이크벌리그리핀
- 후커밸리트랙
- 티마루 맛집
- 스카이라인곤돌라
- 퀸스타운
- 시티트램
- 에스트로카페
- 모에라키 볼더스
- 뉴질랜드후기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5 | 6 | 7 |
| 8 | 9 | 10 | 11 | 12 | 13 | 14 |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29 | 30 | 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