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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마운트 쿡은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여러 분들이 꼭 가보라고 하셔서 기대를 잔뜩 품고 갔는데, 막상 도착하던 날 산 전체가 구름에 푹 잠겨 있었습니다. 그때의 그 허탈함, 그리고 걷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열리던 그 풍경. 그 경험을 공유하려고 이 글을 씁니다.

후커 밸리 트랙: 쉽다는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후커 밸리 트랙은 뉴질랜드 남섬 캔터베리 지방,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Aoraki/Mount Cook National Park) 안에 있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여기서 아오라키란 마오리어로 '구름을 뚫는 자'라는 의미이며,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해발 3,724m)를 가리킵니다. 왕복 약 10km, 소요 시간은 3~4시간으로 안내되어 있고, 대부분의 구간이 평탄한 그래블 트랙(gravel track), 즉 자갈이 고르게 깔린 길로 이루어져 있어 등산화 없이도 걸을 수 있습니다.
트레킹이라고 하면 체력적으로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직접 걸어보니 정상 호흡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걸을 수 있었습니다. 가파른 경사 구간이 거의 없어서 걷는 내내 풍경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코스 중간에는 총 세 개의 스윙 브릿지(swing bridge)를 건너게 됩니다. 스윙 브릿지란 양쪽 고정점에서 케이블로 연결되어 사람의 하중과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현수교를 말합니다. 걸을 때마다 출렁출렁 흔들리는 느낌이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오히려 스릴이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최대 수용 인원이 20명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사람이 몰릴 때는 잠깐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트랙 종착지에서 마주하는 후커 레이크(Hooker Lake). 제가 직접 봤는데, 색이 정말 오묘합니다. 회색과 청록색의 중간쯤 되는 묘한 빛깔인데, 그 위에 빙하 조각들이 둥둥 떠 있습니다. 여기서 빙하(glacier)란 수십 년에서 수천 년에 걸쳐 압축된 적설이 얼어붙어 형성된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말합니다. 후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 조각들이 호수 위를 떠다니는 장면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저게 진짜 빙하인가?" 싶을 정도로 작아 보였는데, 실제로 마주하니 스케일이 달랐습니다.
날씨가 흐린 날은 마운트 쿡 정상이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맑은 날을 노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산악 기상 특성상 당일 예보도 빗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질랜드 기상청(MetService)에 따르면 마운트 쿡 지역은 연중 강수일이 170일을 넘기도 하며, 특히 서쪽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기상 변화가 매우 잦습니다(출처: MetService). 저도 출발할 때 비가 오다가 걷는 도중 잠깐 개고, 돌아올 때는 오히려 날씨가 좋아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니 "날씨가 흐리면 어떡하지" 하고 포기하기보다는 일단 출발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후커 밸리 트랙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알파인 메모리얼(Alpine Memorial): 트랙 초반에 있는 추모비로, 뉴질랜드 산악 등반 역사를 간직한 장소입니다. 히말라야 분위기가 느껴져 잠깐 멈춰 보기 좋습니다.
- 세 개의 스윙 브릿지: 각각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각도의 설산 뷰를 보여줍니다. 두 번째 다리 위에서 보이는 폭포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 후커 레이크 뷰포인트: 빙하 조각이 떠 있는 호수와 만년설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종착점. 돌탑 쌓기를 즐기는 여행자들도 많습니다.
마운트 쿡 도미토리 숙소: 10만 원짜리 침대의 정체
마운트 쿡 빌리지 안에서 숙소를 구하는 일은 여행 계획 중 가장 머리 아팠던 부분이었습니다. 원래는 다른 일정을 먼저 소화하고 마운트 쿡에 올 계획이었는데, 숙소 가능일이 특정 날짜에만 열려 있어서 일정을 통째로 앞당겼습니다. 이 정도로 마운트 쿡 빌리지 내 숙박은 선택지가 좁습니다.
도미토리(dormitory)란 여러 명이 한 방을 공유하는 형태의 숙박 시설을 말합니다. 1인실이나 더블룸보다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사생활 보호가 제한되고 다른 투숙객과의 공간을 나눠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도미토리를 이용하는 것이 오랜만이라 어떻게 될지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시설이 꽤 쾌적했습니다. 침대마다 커튼이 달려 있고, 샤워실과 세면대가 분리되어 있으며, 주방에는 오븐과 가스레인지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1박에 약 10만 원. 이 금액이 아깝지 않은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숙소 창문에서, 그리고 공용 라운지에서 바라보는 설산 뷰입니다. 몇십만 원짜리 리조트에서 보는 뷰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는 방 크기나 시설 수준이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마운트 쿡 빌리지 내 숙소가 꽉 찼다면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트와이젤(Twizel)을 노려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일반적으로 빌리지 내 숙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트와이젤에서 출발해도 충분히 당일 하이킹이 가능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숙박 선택지도 훨씬 다양합니다.
또 한 가지, 마운트 쿡 빌리지 안에는 큰 마트가 없고 편의 시설이 제한적입니다. 뉴질랜드 관광부(Tourism New Zealand) 공식 안내에 따르면 마운트 쿡 빌리지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고립된 산악 마을로, 생활 편의 시설이 최소한으로만 갖춰져 있습니다(출처: Tourism New Zealand). 콜라 한 캔, 라면 한 봉지가 절실할 때 차로 왕복 두 시간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들어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저는 직접 겪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트레킹 전날 저녁 식사 재료와 간식은 푸카키(Pukaki) 호수 근처 마트나 테카포(Tekapo)에서 미리 넉넉히 사두시는 걸 강력히 권장합니다.
마운트 쿡은 이렇게 불편하기도 하고 예측 불가능하기도 한 곳입니다. 그런데 후커 밸리 트랙 끝에서 빙하 호수를 바라보던 그 순간, 바람 소리와 물소리만 들리던 그 고요함은 다른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날씨가 변덕스럽더라도, 숙소가 좁더라도, 마트가 멀더라도 일단 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마운트 쿡을 계획 중이시라면 숙소는 최소 3개월 전에 예약하시고, 트레킹 당일 아침 일찍 출발하셔서 인파가 몰리기 전 조용한 트랙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WZ9MOFZdc&list=PLD7Ss_NVlYEny-0hZyox4domuFigH_EGP&index=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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