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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뉴질랜드 남섬을 렌터카로 여행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어디가 제일 기억에 남았냐"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푸카키 호수에서 마운트 쿡으로 향하는 그 짧은 구간이 남섬 전체 일정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풍경으로 남았습니다.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터키석 빛 호수, 뉴질랜드 최고봉을 마주하는 트레킹 코스, 그리고 영화 세트장 같은 독특한 바위 지형까지 하루 안에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루트였거든요.

뉴질랜드 클레이 클리프

마운트 쿡 국립공원과 후커 밸리 트랙, 실제로 걸어본 소감은?

마운트 쿡은 해발 3,724m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출처: 뉴질랜드 환경보전부). 여기서 해발고도란 평균 해수면을 기준으로 측정한 지표면의 높이를 의미합니다.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는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후커 밸리 트랙(Hooker Valley Track)은 왕복 약 10km, 소요시간 3시간 정도로 초보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제가 직접 걸어본 후커 밸리 트랙은 생각보다 평탄했습니다. 출발 지점부터 빙하 호수까지 고도 차이가 크지 않아 가족 단위 여행객들도 많이 보였고요. 중간에 세 개의 흔들다리가 나오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세 번째 다리에서는 바람이 정말 강하게 불어 솔직히 좀 무서웠습니다. 다리 위에서 흔들리는 느낌이 생각보다 강해서 난간을 꽉 잡고 건넜던 기억이 납니다.

 

트레킹 중 마주한 풍경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빙하수(glacial meltwater)였습니다. 빙하수란 빙하가 녹으면서 흘러내린 물로, 미세한 암석 입자가 섞여 있어 독특한 회백색을 띱니다. 이 물은 차갑고 탁한데, 실제로 손을 담가보니 얼음물처럼 차가웠습니다. 트레킹 종착점인 후커 호수(Hooker Lake)에서는 빙하 조각들이 떠다니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제가 방문한 날은 비가 많이 와서 빙하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 방문하면 호수 위에 떠 있는 빙하 조각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은 운에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후커 밸리 트랙을 걸으며 느낀 점은 이 코스가 '접근성 좋은 빙하 트레킹'이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빙하를 보려면 헬리콥터를 타거나 험난한 등산을 해야 하는데, 여기는 평탄한 길을 걸으면서도 빙하, 빙하수, 설산을 모두 경험할 수 있거든요. 트레킹 난이도가 낮아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이나 노년층 여행자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푸카키 호수와 클레이 클리프, 렌터카로 둘러본 남섬의 숨은 보석

푸카키 호수(Lake Pukaki)는 마운트 쿡으로 향하는 8번 국도 옆에 위치한 빙하호입니다. 여기서 빙하호란 빙하가 녹은 물이 모여 형성된 호수를 의미하며, 빙하에서 흘러나온 미세한 광물 입자 덕분에 물빛이 밀키 터키석(milky turquoise) 색을 띱니다. 제 경험상 이 색은 사진으로는 절대 다 담기지 않습니다. 실제로 보면 형광 파란색에 가까운데, 카메라로 찍으면 그 생생함의 절반도 표현이 안 되더군요.

 

푸카키 호수 주변에는 차를 세울 수 있는 전망대(Viewpoint)가 여러 곳 있습니다. 저는 호수 옆 전망대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는데, 멀리 마운트 쿡이 보이고 그 앞으로 터키석 빛 호수가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 그림 같았습니다. 호수 근처에는 연어 양식장에서 운영하는 판매점도 있어, 신선한 연어 회를 구입해 바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여기서 연어를 샀는데, 얇게 썰어준 회를 초장과 와사비에 찍어 먹으니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클레이 클리프(Clay Cliffs)는 남섬 중부 오마라마(Omarama) 근처에 있는 독특한 지형입니다. 수백만 년에 걸친 풍화작용(weathering)과 침식작용(erosion)으로 형성된 뾰족한 바위 기둥들이 모여 있어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여기서 풍화작용이란 바위가 기온 변화, 비, 바람 등에 의해 서서히 부서지는 과정을 말합니다. 클레이 클리프는 대중적인 관광지는 아니지만, SNS에서 독특한 풍경 사진을 보고 호기심에 찾아갔습니다.

 

클레이 클리프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라 차가 상당히 흔들렸습니다. 제가 렌터카로 운전하며 느낀 건, 뉴질랜드 남섬은 정말 렌터카 여행에 최적화된 곳이라는 것입니다. 퀸스타운에서 마운트 쿡까지는 약 3시간 거리인데, 중간에 푸카키 호수, 클레이 클리프 같은 명소들을 자유롭게 들를 수 있거든요.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렵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곳들이 많아, 남섬 여행은 렌터카가 거의 필수라고 봅니다(출처: 뉴질랜드 관광청).

 

남섬 렌터카 여행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제 운전 면허증을 미리 발급받아야 하며, 뉴질랜드는 좌측 통행이므로 적응 시간이 필요합니다
  • 주유소가 드문 구간이 많아 연료는 여유 있게 채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 비포장도로 구간이 있으므로 SUV 차량을 렌트하면 편리합니다

저는 처음에 뉴질랜드에서 운전하는 게 걱정됐는데, 막상 해보니 도로가 한산하고 풍경이 아름다워 운전 자체가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만 푸카키 호수에서 마운트 쿡으로 가는 8번 국도는 바람이 매우 강하므로 핸들을 꽉 잡고 운전해야 합니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마운트 쿡과 푸카키 호수 구간은 자연 풍경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곳입니다. 제가 여행을 마치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사진으로는 그 느낌을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그랬습니다. 후커 밸리 트랙을 걸으며 마주한 빙하수의 차가움, 푸카키 호수의 비현실적인 물빛, 클레이 클리프의 독특한 바위 지형까지 모두 직접 가서 느껴야 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예산이 허락한다면 남섬 렌터카 여행 일정에 이 구간을 꼭 포함하시길 추천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Sp3761AC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