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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온천 여행, 어디로 가야 하지?" 검색창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기억이 납니다. 유후인인지 벳푸인지, 심지어 두 곳이 얼마나 가까운지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직접 다녀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 두 곳은 성격이 전혀 다른 도시이고, 그래서 오히려 함께 묶어야 더 완성도 높은 여행이 된다는 것을.

규슈 온천 사진

유후인: 작은 마을이 지켜낸 것들

유후후 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 정면으로 보이는 유후다케의 실루엣에 말을 잃었습니다. 뾰족하게 솟은 이중 봉우리가 그냥 산이 아니라 마을의 상징처럼 서 있더라고요. 이 산을 배경으로 퍼져 있는 논밭과 낮은 건물들,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온천 수증기. 사진으로는 절대 다 담기지 않는 풍경이었습니다.

유노츠보 거리는 유후인 여행의 공식 코스라 할 수 있는데, 그렇게 길지 않은 골목 하나에 간식 가게, 기념품점, 소품샵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저는 두 번 다녀왔는데 솔직히 이 거리 자체보다 거리 끝에서 만나는 긴린코 호수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일교차가 큰 날 새벽에 피어오르는 수증기 안개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거든요. 이 안개 현상은 호수 밑에서 차가운 지하수와 뜨거운 온천수가 동시에 솟아오르면서 생기는 것인데, 새벽 산책 한 번으로 유후인에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렌터카를 빌렸다면 사기리다이 전망대를 절대 빠뜨리지 마시길 권합니다.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면 논밭 사이사이에 료칸들이 옹기종기 박혀 있는 게 보이는데, "아, 이게 진짜 산촌 온천 마을이구나"라는 감각이 비로소 들어옵니다. 오른편으로 유후다케가 나란히 서 있어서 마을의 매력을 두 가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거의 불가능해서, 이 전망대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 여행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게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유후인 숙소를 고를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유후인역 도보권 료칸: 역 근처라 교통 편리, 긴린코 호수 접근성 좋음
  • 북쪽·남쪽 외곽 료칸: 더 조용하고 프라이빗하지만 송영 서비스 확인 필수
  • 요금 기준: 중간급 3만 엔대(약 30만원), 고급 4~5만 엔대(약 40만원), 하이엔드 6~7 만 엔대(약 60만원) (1인 1박, 석식·조식 포함)

료칸 요금이 1인 기준으로 책정된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셔야 합니다. 여기서 1인 기준 요금이란, 2인이 1실을 사용할 경우 각자의 요금을 합산하여 지불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커플 여행이라면 1인 3만 엔 료칸이 실제로는 2인 6만 엔이 되는 셈이죠. 예약 전 이 부분을 꼭 확인해 두셔야 예산 계획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벳푸: 온천 도시가 가진 진짜 스케일

유후인이 "감성"이라면 벳푸는 "규모"입니다. 마을 어디서나 온천 수증기가 솟아오르는 광경은 처음에는 신기하다가, 나중에는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일본 내 원천수 온천 용출량 1위 도시라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지는 곳이에요.

지옥 온천 순례는 벳푸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입니다. 일곱 개의 지옥 온천은 각각 성격이 다른데, 저는 일곱 곳 모두 돌아봤습니다. 한 곳만 꼽으라면 단연 바다 지옥(우미지고쿠)입니다. 코발트 블루의 연못 색이 워낙 강렬하고, 부지 규모가 가장 넓어서 볼거리가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혈지 지옥인데, 이것은 온천수에 녹아든 철 성분이 산화되면서 진흙이 붉은빛으로 변한 것으로, 자연 화학 반응이 만들어낸 색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일곱 곳 전체 입장 패키지는 2,200엔으로, 관심 있는 두세 곳만 골라 방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프리칸 사파리는 벳푸에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곳입니다. 온천 도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파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렌터카를 직접 몰고 사파리 구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독보적인 장점입니다. 아이와 함께 다녀온 경험상, 버스 탑승 대기 시간 없이 차 안에서 원하는 속도로 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자유인지 실감했습니다. 정글 버스(사파리 내 운행 버스)를 이용하면 먹이 주기 체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장에서만 시간 예약이 가능해 오픈런하지 않으면 대기가 상당하다는 점은 알아두셔야 합니다.

우미타마고 수족관도 한 번은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워진 돌고래 공연과 바다코끼리 쇼를 볼 수 있는데, 공연 스케줄이 평일과 주말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므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우미타마고 수족관 공식 홈페이지).

렌터카로 달라지는 여행의 밀도

두 도시를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쾌속 버스 유후인 노선을 이용하면 유후인-벳푸 구간을 오갈 수 있고, 산큐패스(Sanq Pass)라는 패스권을 활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산큐패스란 규슈 지역 고속버스를 일정 기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정액 패스권으로, 후쿠오카 공항에서 유후인까지의 왕복 버스 요금과 북규슈 산큐패스 2일권 가격이 비슷해 후쿠오카 일정이 있다면 패스 구매가 유리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렌터카를 권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기리다이 전망대, 유후다케 등산로 입구, 아프리칸 사파리처럼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곳들이 이 지역 여행의 진짜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렌터카 예약 시 챙겨야 할 핵심 사항은 세 가지입니다.

  1. NOC 풀커버 보험 가입: NOC(Non-Operation Charge)란 사고나 차량 손상 발생 시 차량이 운행 불가 상태가 된 기간에 대해 렌터카 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휴차 손해금을 말합니다. 이 보험에 가입해두면 해당 비용을 면제받을 수 있어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
  2. ETC 카드 신청: ETC(Electronic Toll Collection)는 일본 고속도로 하이패스 시스템입니다. 카드가 없으면 현금 납부 차선만 이용해야 하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므로 렌터카 예약 시 필수로 신청하세요.
  3. KEP 패스 검토: KEP(Kyushu Expressway Pass)는 외국인 관광객 전용 규슈 고속도로 정액 이용권입니다. 일본 고속도로 통행료가 상당히 비싼 편이라, 이동 구간이 많다면 KEP 도입으로 통행료 부담을 고정시키는 것이 실질적으로 유리합니다.

일본 관광청(JTA) 자료에 따르면 규슈 지방은 외국인 관광객의 렌터카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지역으로, 특히 온천 명소를 복수 방문하는 여행자일수록 자동차 이동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출처: 일본 관광청).

유후인과 벳푸, 두 도시를 함께 경험하고 나서야 이 여행의 완성도가 어디서 오는지 알았습니다. 감성과 활동, 조용한 료칸과 대형 온천 호텔, 걷는 여행과 달리는 여행이 한 루트 안에서 균형을 이루는 곳이 바로 이 코스입니다. 오이타현으로의 첫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렌터카 한 대를 빌려 이 두 도시를 천천히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bUHpkOFFFk&list=PLZFrmIhUHXj8Op0_gN4xAcVXpbVE0jsll&index=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