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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료칸 여행을 검색하다 보면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못 고르는 상황,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수십 개의 후기를 읽으면서도 "그래서 어디가 진짜 좋다는 거야?" 싶었는데, 결국 직접 홋카이도 시라오이까지 가서 카이 포로토에 묵고 나서야 물음표가 정리됐습니다.

훗카이도 시라오이 카이 포로토

호수를 통째로 빌린 것 같은 공간, 그 배경

홋카이도는 겨울 눈 풍경을 보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제가 직접 가보니 사계절 어느 때든 이유가 생기는 곳이었습니다. 카이 포로토가 위치한 시라오이는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서 차로 40분 거리로, 접근성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시라오이역에서 북쪽 출구로 나와 도보로 10분이면 료칸 입구에 닿을 수 있고, 짐이 많다면 기본요금 거리의 택시를 이용하면 됩니다.

카이 포로토는 호시노 리조트 그룹이 운영하는 온천 료칸 브랜드 '카이(KAI)'의 지점 중 하나입니다. 호시노 리조트는 최상위 럭셔리 라인인 호시노야(HOSHINOYA), 온천 중심의 카이(KAI), 액티비티 리조트 리조네어(RISONARE), 여행자 호텔 오모(OMO), 감성 중심의 베이브(BEB) 등 다섯 개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카이는 그 중에서도 지역 문화와 온천 경험을 핵심으로 삼는 브랜드로, 일본 전국에 21개 지점이 있습니다.

료칸 입구에서부터 이 공간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밖에서는 안이 전혀 보이지 않고, 디귿자로 꺾인 긴 나무 통로를 따라 들어가야 비로소 건물로 진입하게 됩니다. 자작나무 소재가 로비에서 객실까지 이어지는데,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자연 소재만으로 공간을 채운 선택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통창 너머로 포로토 호수가 펼쳐지는 순간, 이 공간이 왜 '호수'의 이름을 품고 있는지 바로 납득이 됐습니다.

객실은 총 42실 규모로, 타입은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

  • 스탠다드룸 TA3: 기본형, 호수 전망 통창 포함
  • 노천탕 딸린 객실 RA3: 객실에서 바로 온천 이용 가능
  • 패밀리 코너룸 FA4: 최대 4인 투숙 가능

저는 스탠다드룸에 묵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본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창 앞의 패브릭 소파와 탁자, 낮은 침대 구성이 전통 료칸의 다다미 이부자리보다 훨씬 편안하게 느껴졌거든요. 객실 곳곳에는 이 지역 선주민인 아이누(Ainu) 민족의 문양과 예술품이 배치되어 있어, 단순한 숙소가 아닌 공간 자체가 지역 문화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몰 온천과 가이세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미 값어치를 한다

카이 포로토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온천입니다. 이곳의 온천수는 일반적인 무색투명한 온천과 달리 갈색빛을 띱니다. 이것이 바로 몰 온천(Moor Onsen)인데, 몰 온천이란 수만 년에 걸쳐 퇴적된 식물성 유기질이 용해된 온천수를 의미합니다. 피부에 흡수되는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보습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으며, 피부 표면의 각질을 부드럽게 정돈해주는 성질도 있습니다. 일본 환경성 고시에 따르면 몰 온천은 신경통, 근육통 완화에 효능이 인정된 천연 온천수로 분류됩니다(출처: 일본 환경성).

제가 직접 새벽 4시에 노천탕에 들어가 봤는데,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포로토 호수를 혼자 바라보고 있자니 이게 꿈인가 싶었습니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사실상 전세 낸 것과 다름없었고, 온천수가 피부에 닿는 느낌이 유독 부드럽고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용 온천 시설이 워낙 잘 갖춰져 있어서, 객실 샤워부스를 전혀 쓰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식사는 1층 다이닝에서 이루어집니다. 저녁은 가이세키(懐石) 요리로 제공됩니다. 가이세키란 제철 식재료를 소량씩 다양한 조리법으로 내놓는 일본 전통 코스 요리 형식을 말합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재료의 산지와 계절, 그릇과 담음새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미식 경험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저는 게살 만두 위에 간 참마를 얹은 메뉴와 곶감으로 푸아그라를 감싼 요리가 특히 기억에 남는데, 처음엔 "이 조합이 맞나?" 싶었지만 입에 들어가는 순간 조화로웠습니다.

아이누 민족의 교역에 사용하던 통나무 배를 본뜬 호라쿠모리(法楽盛り) 위에 음식을 담아 내오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호라쿠모리란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담은 전통 식기 양식을 뜻하는데, 카이 포로토에서는 이를 아이누 문화와 연결해 지역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활용합니다. 아침은 연어구이, 닭고기 콩비지 완자, 감자와 연어를 이용한 일식 라멘, 가오리 된장국 등이 포함된 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자극적이지 않아 온천 이후 속을 정돈하기에 딱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비용은 2023년 비수기 기준 1인 20만 원대부터 석식 가이세키와 조식이 모두 포함됩니다. 성수기에도 1인 30만 원대 수준입니다. 호시노야 같은 상위 브랜드와 비교하면 가격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면서도, 호시노 리조트 특유의 서비스 감도는 거의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아이누 문화 체험, 기념품 하나에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담긴다

카이 브랜드만의 차별점은 숙박 중에 제공되는 지역 문화 체험 프로그램입니다. 카이 포로토에서는 아이누 민족이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몸에 지니던 부적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케마(イケマ)라는 식물의 뿌리와 홋카이도 지역 허브를 조합해 작은 주머니 형태의 부적을 만드는 방식인데, 이케마란 아이누 민족의 샤머니즘 의례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되던 식물로, 나쁜 기운을 차단하는 영적 의미를 지닌다고 전해집니다.

제가 직접 참여해 보니, 손을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이 땅의 역사와 정신적 세계관을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아이누 민족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문화 체험을 통해 그 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완성된 부적을 가방에 넣어 들고 나올 때 괜히 뿌듯한 감정이 생겼는데, 그 감정이 단순한 기념품 그 이상이었습니다.

저녁에는 로비 벽난로 주변에 투숙객이 모여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자작나무 공간에 모닥불 분위기까지 더해지면 한겨울 시라오이의 체감 온도가 한층 높아집니다. 료칸 체험이 온천과 식사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은데, 카이는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이 지역에 왜 왔는지"를 계속 상기시켜 줍니다.

아울러 카이 포로토 바로 옆에는 우포포이(ウポポイ), 즉 국립 아이누 민족 박물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2020년 개관한 이 시설은 아이누 문화 보존과 계승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가 시설로, 체크아웃 전후로 방문하면 카이에서의 문화 체험과 연결되어 이해의 깊이가 달라집니다(출처: 우포포이 국립 아이누 민족 박물관).

"호시노야와 카이 중 어디가 낫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호시노야가 일상으로부터의 완전한 차단과 극도의 몰입을 추구한다면, 카이는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함께 탐색하는 합리적인 여정에 가깝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는 여행의 목적이 다른 것이라고 보는 쪽이 맞습니다. 저는 오히려 카이의 담백한 환대가 더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과한 의전 없이 공간과 음식과 온천이 알아서 말을 걸어오는 방식이, 제가 료칸에서 원했던 것과 더 잘 맞았습니다.

처음 료칸을 고르는 분들께 카이 포로토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이곳은 여행자가 나중에 "그때 거기 갔더라면"이라고 아쉬워할 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직접 가보고 나면 또 가고 싶은 곳이 됩니다. 계절을 달리해서, 아니면 방 타입을 바꿔서라도 한 번 더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TuaBIRfp-Y&list=PLZFrmIhUHXj8Op0_gN4xAcVXpbVE0jsll&index=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