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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에서 야간 기차를 타고 약 7시간, 프라하 중앙역에 내린 순간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기, 파리보다 낫겠다"였습니다. 역에서 숙소로 향하는 트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건물 하나하나가 전부 그림 같아서, 목적지를 앞두고도 자꾸 시선이 밖으로 향했습니다.

트램 한 번으로 시작하는 프라하 첫날, 어떻게 움직일까

프라하 교통의 핵심은 트램(Tram)입니다. 트램이란 도심의 일반 도로 위에 레일을 깔고 운행하는 노면 전차로, 지하철이나 버스와 달리 창밖 풍경을 고스란히 즐기면서 이동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프라하는 특히 노선 수가 많고 구시가지 주요 명소 사이사이를 꼼꼼하게 연결하고 있어서, 이 도시에서 트램을 타지 않는다는 건 절반의 여행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첫날 24시간 교통 패스를 모바일로 구매했습니다. 처음엔 앱이 말을 듣지 않아 실패했는데, 재도전하니 그냥 됐습니다. 이런 게 여행이죠. 프라하 대중교통 공식 앱인 PID Lítačka에서 24시간권을 구매하면 종이 티켓 없이 스마트폰으로 탑승과 검표가 모두 해결됩니다. 탑승 전 앱 내에서 '활성화(Validate)' 버튼을 눌러야 유효한 티켓이 되는데, 이 과정을 빠뜨리면 무임승차로 간주될 수 있으니 꼭 챙겨야 합니다.

체코 정부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프라하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유럽 주요 도시 중 상위권에 속하며, 트램 노선 단독으로만 26개가 운행 중입니다(출처: 체코관광청). 여기에 지하철 3개 노선과 버스까지 합치면 도심 어디든 환승 없이 30분 이내에 닿는다고 보면 됩니다.

프라하에서 이동할 때 실제로 유용한 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PID Lítačka 앱에서 24시간권 구매 후 탑승 직전 반드시 Validate(활성화)
  • 프라하성 방향은 22번 트램을 이용하면 입구 바로 앞 정류장(Pražský hrad)까지 이동 가능
  • 구시가지 광장 인근은 도보 이동이 더 빠를 때가 많으므로 트램과 도보를 섞어서 활용

구시가지 광장과 천문시계탑, 기대 이상인 이유가 있습니다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에 처음 들어섰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잠깐 멍했습니다. 유럽 도시의 광장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 싶었는데, 이곳은 달랐습니다. 중세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 건축물이 광장 한 면을 통째로 채우고 있고, 그 중심에 1410년에 제작된 천문시계탑(Astronomical Clock, 체코어로 Orloj)이 서 있습니다.

여기서 천문시계탑이란,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아닙니다. 태양과 달의 위치, 황도 12궁 별자리, 일출·일몰 시각, 구(舊) 체코 시간까지 한 번에 표시하도록 설계된 중세 천문학의 집약체입니다. 매 정시마다 시계 상단의 두 창문이 열리며 12사도 인형이 순서대로 등장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지는데, 제가 갔을 때는 이미 수백 명이 광장을 가득 메운 상태였습니다. 막상 퍼포먼스 자체는 2분이 채 되지 않아 끝나서 "이게 전부야?"라고 약간 허탈해하는 분들도 꽤 보였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고요.

그래서 저는 시계탑 전망대 입장권을 끊고 올라갔습니다. 엘리베이터로 약 7층 높이까지 올라간 뒤 계단 몇 개를 더 오르면 사방이 유리로 된 전망 공간이 나오는데, 붉은 지붕이 파도처럼 펼쳐진 구시가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장면 앞에서는 감동이 덜해질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벅찼습니다. 여행이 주는 특이한 감각이죠.

프라하성과 성 비투스 성당, 줄이 길어도 올라가야 할 이유

프라하성(Prague Castle)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성 단지 중 하나로, 그 면적이 약 70,000㎡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단순한 성 하나가 아니라 성당, 왕궁, 박물관, 정원이 모두 한 울타리 안에 모여 있는 복합 역사 지구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프라하 역사 지구의 핵심 구역이기도 합니다(출처: 유네스코).

성 내부에서 가장 압도적인 건 단연 성 비투스 성당(St. Vitus Cathedral)입니다. 고딕 양식(Gothic Architecture)으로 지어진 이 성당의 특징은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에 있습니다. 플라잉 버트레스란 성당 외벽을 바깥에서 아치 형태로 받쳐주는 석조 구조물로, 벽면에 창을 크게 낼 수 있게 해줘 내부에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오도록 만드는 중세 건축의 핵심 공법입니다. 덕분에 성당 내부는 천장이 높고 공간감이 상당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의 경우, 입구 쪽 창은 꽤 근사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보다 조금 아쉬웠습니다. 제 경험상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이나 파리 노트르담 쪽이 색감에서 한 수 위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둥과 천장의 리브 볼트(Rib Vault) 구조, 즉 천장에 뼈대처럼 솟아오른 석조 아치들의 교차가 만들어내는 입체감은 단연 최고 수준입니다.

길거리 음식의 현실과 프라하에서 돈 쓰는 법

프라하에 도착해 한참 걷다 보니 허기가 졌습니다. 구시가지 광장 근처 노점에서 핫도그를 하나 샀는데, 솔직히 맛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소시지 자체가 너무 짜고 토마토 소스도 아쉬웠습니다. 더 황당했던 건 콜라 가격이었어요. 관광지 한복판이라 그런지 콜라 한 캔이 맥주 한 잔 가격과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체코는 물가가 서유럽보다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구시가지 관광 동선 위에 있는 노점과 레스토랑은 예외입니다. 특히 소시지나 고기 요리를 파는 노점은 그람(g) 단위 가격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람 단위 가격제란 메뉴판에 100g당 가격을 표시하고, 직원이 임의로 담아주는 양에 따라 최종 금액이 달라지는 방식입니다. 주문 전에 원하는 양이나 금액 상한선을 미리 말하지 않으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내게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베네치아에서 호되게 배운 교훈을 이번에는 미리 떠올려서 다행이었습니다.

체코의 화폐는 코루나(CZK, Czech Koruna)입니다. 코루나란 체코 고유의 법정 화폐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유로(EUR)를 채택하지 않고 독자 통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길거리 사설 환전소는 수수료를 과도하게 떼는 곳이 많으니 카드 결제나 공인된 환전소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프라하에서 저는 결국 남은 코루나 665코루나를 물 한 병으로 털어내며 딱 맞게 소비를 끝냈습니다. 이 순간의 쾌감은 여행자만 압니다.

프라하는 발길 닿는 곳마다 사진을 찍게 만드는 도시입니다. 구시가지를 걸으면서 "이거 어떻게 다 담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4박이 짧게 느껴질 것 같다는 직감이 왔습니다. 처음 프라하를 방문한다면 트램 이동과 도보를 섞고, 천문시계탑 전망대는 꼭 올라가되 정시 퍼포먼스에 큰 기대는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은 광장에서 벗어난 골목 식당에서 해결하는 쪽이 맛과 가격 모두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m7r3DuE3SA&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