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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에서 제일 먼저 무릎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아줄레주(Azulejo) 타일 골목과 도루 강변을 걷는 낭만은 SNS에 넘쳐나지만, 아무도 '그 낭만에 도달하는 계단 수'는 얘기해 주지 않더군요. 교통 카드 하나 사는 것부터 일몰 명소 오르기까지, 포르투에서 실제로 마주친 문제들과 제가 찾은 해결 방향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안단테 카드, 제대로 써야 돈이 안 새는 이유
리스본에서 기차를 타고 약 3시간 15분을 달리면 포르투 캄파냐역에 도착합니다. 역에 발을 딛자마자 첫 번째 과제가 생겼는데, 바로 안단테 카드(Andante Card) 구매였습니다. 안단테 카드란 포르투의 메트로·버스·트램 등 대중교통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IC칩 기반 교통 카드를 말합니다. 서울의 T-머니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포르투는 여기에 '존(Zone)' 시스템을 얹어놓아 초보 여행자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존 시스템이란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구간을 Z2, Z3 등으로 구분하고, 이동하는 존 수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관광 명소들이 여러 존에 걸쳐 흩어져 있다는 점인데, 매번 존을 계산해 충전하다 보면 어느 순간 1.4유로를 날리는 저처럼 허탕을 치게 됩니다. 제가 직접 겪은 실수인데, 충전 후 1시간 내 환승이 가능한 규칙을 몰라 한 정거장 거리에 1.4유로를 그냥 태워버렸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깔끔한 방법이 안단테 투어 카드(Andante Tour Card)입니다. 안단테 투어 카드란 존 구분 없이 포르투의 모든 대중교통을 기간 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을 말합니다. 24시간권과 72시간권 두 종류가 있으며, 3박 이상 체류한다면 72시간권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다만 이 카드는 아무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안단테 투어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포르투에서 딱 두 군데입니다.
- 포르투 공항
- 상벤투역(São Bento) 창구
저는 상벤투역까지 직접 걸어가 창구에서 72시간권을 16유로에 구입했습니다. 자판기에서는 투어 카드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처음부터 창구 직원에게 "Andante Tour 3 days"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카드를 손에 쥐고 나서야 버스를 마음 놓고 탈 수 있었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버스에 잘못 탔을 때도 그냥 내려서 다음 버스를 잡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안단테 투어 카드 하나가 교통 스트레스를 90%는 덜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르투갈 교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포르투 도시권 대중교통 네트워크는 메트로 6개 노선을 포함해 130개 이상의 버스 노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출처: 포르투 메트로 공식 사이트). 이 모든 네트워크를 존 계산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이 투어 카드의 핵심 가치입니다.
아줄레주 성당과 동 루이스 1세 다리, 낭만의 실체
포르투 구시가지(히스토리컬 센터)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구역입니다. 여기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란 해당 지역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녔다고 국제사회가 공식 인정한 것을 의미하는데, 포르투 역사 지구는 1996년에 이 인정을 받았습니다(출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식 사이트). 그 핵심에 아줄레주가 있습니다.
아줄레주(Azulejo)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발전한 유약 처리 도자기 타일 장식 예술을 말합니다. 파란색과 흰색의 대비가 가장 유명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 섬세한 묘사력에 한동안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알마스 성당(Igreja das Almas) 외벽은 약 16,000장의 아줄레주 타일로 뒤덮여 있는데, 1929년에 제작된 것들입니다. 타일 한 장 한 장을 손으로 그려서 구웠을 장인의 손길을 떠올리면, 인증샷 한 장 찍고 지나치기가 아깝습니다. 성당 맞은편 인도에서 전체를 프레임에 담을 때 구도가 가장 잘 나오는 점은 제가 직접 여러 각도를 시도해 보고 확인한 사실입니다.
동 루이스 1세 다리(Ponte Dom Luís I)는 에펠탑 설계로 유명한 귀스타브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가 설계해 1886년에 완공한 복층 아치형 철교입니다. 복층 구조란 상층부와 하층부가 분리된 이중 교량 형식을 뜻하며, 상층부로는 메트로가 다니고 하층부로는 자동차와 보행자가 오갑니다. 제가 실제로 상층과 하층을 모두 걸어봤는데,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상층에서는 도루 강과 히베이라 광장의 주황빛 지붕이 내려다보이고, 하층에서는 강물이 코앞에서 찰랑이는 기분이 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리 위에서 그냥 사진 한 장 찍고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상층을 건너고 다시 수도원 전망대에서 내려와 하층을 또 건너면서 두 시간 넘게 그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세하 두 필라 전망대(Miradouro da Serra do Pilar)에서 바라보는 다리와 강의 조합은 포르투에서 제가 본 풍경 중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포르투 대성당(Sé do Porto)은 1110년경 공사가 시작된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입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이란 두꺼운 석조 벽과 반원형 아치를 특징으로 하는 중세 유럽의 건축 양식으로, 외관이 요새처럼 묵직하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외관만 보고 실망하고 돌아서는 분들을 가끔 봤는데, 그건 진짜 아깝습니다. 회랑(Cloister)에 들어서면 14세기에 제작된 아줄레주 타일이 벽면 가득 이어지고, 타워까지 올라가면 도루 강과 동 루이스 1세 다리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성당 내부 관람은 무료이지만 박물관 구역은 3유로입니다.
포르투에서 하루를 더 보내는 분이라면 볼량 시장(Mercado do Bolhão)도 꼭 들러보십시오. 19세기 중반 개장 이후 2022년에 현대식으로 재단장한 곳인데, 겉은 깔끔해졌어도 안에서는 여전히 홍합, 가리비, 거북손 같은 해산물을 신선하게 팔고 있습니다. 2층 타파스 코너에서 2유로짜리 육회 한 접시를 집어 먹었는데, 참치 살과 육회 중간 어딘가의 식감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포르투는 리스본보다 더 예쁘다는 말이 많은데, 제 경험상 그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그 아름다움을 두 발로 직접 올라가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안단테 투어 카드로 교통 걱정을 털어버리고, 체력을 아끼고 싶은 구간은 버스나 메트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십시오. 그래야 모루공원(Jardim do Morro)에서 일몰까지 버틸 힘이 남습니다. 포르투는 정복하는 도시가 아니라,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천천히 스며들어야 하는 도시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cxvv2umr54&list=PLD7Ss_NVlYEk4EHCDiIi3WVR3FAII2Dqo&index=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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