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리스본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 도시가 그냥 '예쁜 유럽 도시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페인 세비야에서 버스를 타고 약 6시간 반을 달려 처음 발을 디딘 리스본은, 그 예상을 단박에 뒤집었습니다. 파스텔톤 건물들이 언덕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풍경을 처음 봤을 때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런데 그 낭만의 이면에는 제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현실도 있었습니다.

리스본 카드로 누리는 도시 이동 전략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을 꼽으라면 단연 리스본 카드(Lisboa Card)입니다. 24시간, 48시간, 72시간 권이 있는데, 저는 72시간 권을 선택했습니다. 일정이 빽빽할수록 본전을 뽑기 쉬운 구조입니다.
리스본 카드는 단순한 교통 패스가 아닙니다. 여기서 리스본 카드란 지하철(Metro), 버스, 트램, 엘리베이터 등 리스본 시내 대중교통 전체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고, 동시에 주요 관광지 무료 입장 및 할인 혜택까지 묶어놓은 통합 관광 패스를 의미합니다. 카르모 수녀원(Convento do Carmo) 입장 시 일반 요금 7유로가 리스본 카드로 5유로로 줄었는데, 이런 할인이 두세 곳만 쌓여도 카드값이 충분히 상쇄됩니다.
그런데 제가 첫날 오후에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트램 결제기에 카드를 댔더니 계속 오류가 났고, 결국 카드를 교환받으러 코메르시우 광장(Praça do Comércio)까지 다시 걸어 내려가야 했습니다. 나중에 직원에게 확인하니 문제는 제 사용법이었습니다. 리스본의 NFC 리더기는 한국 교통카드 단말기와 달리 반응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NFC(Near Field Communication)란 두 기기가 수 센티미터 이내 거리에서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근거리 통신 기술로, 교통카드나 간편결제에 주로 쓰입니다. 한국 단말기는 터치 즉시 반응하지만 리스본 단말기는 카드를 리더기에 갖다 댄 뒤 1~2초 가만히 기다려야 인식됩니다. 조급하게 떼면 무조건 오류입니다.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기분 낭비를 한꺼번에 경험하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이었습니다.
리스본 카드를 200% 활용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카드는 처음 사용하는 순간부터 시간이 차감되므로, 관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날 아침 첫 탑승 시 개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 트램·버스 단말기에 카드를 댈 때는 '삑' 소리 또는 화면 변화가 있을 때까지 1~2초 이상 가만히 유지해야 합니다.
- 실물 카드 교환은 공항 또는 코메르시우 광장 인근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Ask Me Lisboa)에서 가능합니다.
-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는 공사나 운영 중단 시기가 있으니 방문 전 현지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리스본 관광청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리스본 카드 포함 관광지 목록과 혜택 안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Turismo de Lisboa).
칼사다 포르투게사와 리스본의 맛, 그 낭만과 현실 사이
리스본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파두(Fado)와 에그타르트(Pastel de Nata), 그리고 도시 전체를 뒤덮은 독특한 돌바닥입니다. 이 돌바닥의 공식 명칭은 칼사다 포르투게사(Calçada Portuguesa)입니다. 여기서 칼사다 포르투게사란 포르투갈 전통 방식으로 석회암 조각을 손으로 박아 만든 물결 문양 보도 포장 공법을 의미합니다. 코메르시우 광장부터 골목 구석구석까지 이 돌이 깔려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패턴을 이루는데, 보기엔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걸어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수십 년, 수백 년간 사람들 발에 닳고 닳은 이 돌은 생각보다 훨씬 미끄럽습니다. 특히 비가 살짝 내린 직후의 오르막길에서는 운동화 바닥이 좋아도 발이 헛디뎌질 정도였습니다. 리스본은 '7개의 언덕을 가진 도시'라는 별명답게 미라도로(Miradouro), 즉 전망대들이 전부 고지대에 자리해 있습니다. 미라도로란 포르투갈어로 '전망 좋은 장소'를 뜻하며, 리스본 시내에만 여러 곳이 산재해 있습니다. 세뇨라 두 몬테(Senhora do Monte) 전망대가 리스본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는 그 언덕을 무제한 교통권을 가진 채로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왜 걸었냐고요? 명소들 사이 거리가 가깝다 보니 발이 먼저 움직였고, 그 대가는 다음 날 종아리 통증으로 돌아왔습니다.
음식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포르투갈 여행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것이 바칼라우(Bacalhau) 요리입니다. 바칼라우란 소금에 절여 건조시킨 대구를 말하며, 포르투갈의 국민 식재료로 조리법이 수백 가지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먹은 대구 요리는 간이 거의 안 되어 있고 살이 생각보다 단단해서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런 게 포르투갈 정통 스타일인지, 아니면 그 식당의 문제인지 지금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에그타르트는 기대를 훨씬 넘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집어든 0.79유로짜리 에그타르트가 페이스트리 겹겹이 층이 살아 있고, 식은 상태인데도 입에서 녹는 수준이었습니다. 포르투갈 음식관광청에 따르면 파스텔 드 나타(Pastel de Nata)는 리스본 벨렝 지구의 수도원에서 유래한 포르투갈 전통 커스터드 타르트로, 오늘날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디저트로 공식 지정되어 있습니다(출처: Turismo de Portugal).
리스본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포르투갈식 해물밥(Arroz de Marisco)이었습니다. 아로즈 드 마리스코(Arroz de Marisco)란 새우, 조개, 홍합, 오징어 등 해산물을 토마토와 향신료로 끓여낸 국물 있는 포르투갈 쌀 요리를 말합니다. 처음 한 입 먹었을 때 고급스러운 치즈 향과 토마토 베이스가 어우러져 '이게 포르투갈 맛이구나' 싶었습니다. 쌀에 찰기가 없어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국물에 풀어 먹다 보니 금방 적응이 됐습니다.
리스본 여행을 마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도시는 분명 '역대급'이라는 말을 꺼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테주 강을 바라보던 순간, 노란색 클래식 트램이 좁은 골목을 비집고 지나가던 장면, 카르모 수녀원의 천장 없는 폐허 위로 쏟아지던 햇살까지. 다만 그 낭만을 제대로 즐기려면 발이 튼튼해야 하고, 미끄럼 방지 밑창을 가진 운동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리스본 카드 사용법 하나를 미리 알고 갔다면 첫날 오후를 허비하지 않았을 텐데, 그 아쉬움은 다음 방문 때 제대로 되갚겠다는 다짐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7sLPINVnY&list=PLD7Ss_NVlYEk4EHCDiIi3WVR3FAII2Dqo&index=9
- Total
- Today
- Yesterday
- 남섬 여행
- 스페인 여행
- 오키나와여행
- 일본여행
- 인피니티풀
- 튀르키예여행
- 발리여행
- 호캉스
- 홋카이도 료칸
- 퀸스타운
- 런던여행
- 유럽여행
- 싱가포르여행
- 뉴질랜드 남섬
- 스페인여행
- 파리여행
- 가이세키
- 우붓 리조트
- 발리 여행
- 남섬여행
- 이탈리아여행
- 유럽 기차 여행
- 유럽기차여행
- 뉴질랜드 여행
- 렌터카여행
- 호주여행
- 료칸
- 호시노 리조트
- 동남아여행
- 뉴질랜드여행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5 | 6 | |
| 7 | 8 | 9 | 10 | 11 | 12 | 13 |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 28 | 29 | 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