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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칼레 사진을 보면서 "저기는 꼭 가야지" 결심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홍보 이미지에서 본 그 푸른 물이 찰랑이는 계단식 석회붕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안탈리아에서 몸이 무너지고, 파묵칼레에서 더위에 질리고, 페티예행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그 사흘을 있는 그대로 적어봅니다.

안탈리아 컨디션: 지중해 휴양지에서 앓아누운 현실
지중해 연안의 최대 휴양 도시인 안탈리아는 일반적으로 에게해와 지중해가 교차하는 청정 수역에 접한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벨트로 유명합니다. 여기서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란 숙박비 하나로 식사, 음료, 레크리에이션이 모두 포함되는 패키지형 숙박 형태를 뜻하는데, 유럽 관광객들이 장기 체류를 위해 즐겨 찾는 방식입니다. 저는 당연히 멋진 골목과 해안을 돌아다닐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카파도키아에서 버스를 타고 내리자마자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38도의 기온에 태국 열대 해안보다도 강렬하게 내리꽂히는 직사광선이 즉각적인 탈수 증상을 유발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 정도 더위는 단순히 "덥다"는 수준이 아니라 걷는 것 자체가 체력 소모로 이어지는 수준입니다. 결국 약국에서 두통약을 사서 먹고 한숨 자고 나서야 겨우 칼레이치(Kaleici) 구시가지 방향으로 발을 뗄 수 있었습니다.
안탈리아가 무언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도시인 건 분명했습니다. 파란색 간판의 작은 생선 샌드위치 가게, 홍합 돌마(Dolma) 노점, 구시가지 골목의 화분들까지 분위기 하나만큼은 확실했습니다. 여기서 돌마란 쌀이나 고기 등을 속재료로 채워 포도잎이나 채소에 싸서 찐 튀르키예 전통 요리입니다. 아쉽게도 컨디션이 반쯤 돌아온 상태에서 둘러보다 보니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안탈리아를 여행 블로그에서 묘사하면 "완벽한 휴양지"라고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컨디션이 좋을 때 이야기입니다. 몸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어떤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석회붕 실제: 사진과 현실 사이의 간극
파묵칼레의 석회붕(travertine terraces)은 탄산칼슘이 풍부한 온천수가 흘러내리면서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계단식 지형입니다. 여기서 트래버틴(travertine)이란 탄산칼슘이 침전되어 굳은 석회화 암석으로, 온천수가 지속적으로 흐르는 곳에서만 자연 형성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합니다(출처: UNESCO).
제가 직접 올라가 보니, 홍보물에서 보이던 하얀 계단마다 물이 가득한 모습은 일부 구역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상당 부분은 메말라 있었고, 석회질이 그냥 하얗게 굳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주변 숙박 시설들이 온천수를 다량으로 끌어 쓰면서 유적지로 공급되는 수량이 줄어들었다는 건 여러 환경 보고에서도 지적되어 온 문제입니다. 물이 있는 구역에 들어가면 맨발로 걸어야 하는데, 석회질 바닥의 부드러운 촉감은 확실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파묵칼레 방문을 고려한다면 아래 사항은 미리 알고 가는 게 좋습니다.
- 입장 시간: 오전 8시부터이지만, 석회붕 일부 구역은 더 일찍 접근 가능한 입구가 따로 있습니다.
- 복장: 석회붕 안으로 들어갈 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끈으로 묶는 신발보다 슬리퍼가 편리합니다.
- 타이밍: 오전 일찍 갈수록 인파가 적고 온도가 낮습니다. 오전 10시 이후엔 단체 관광버스가 대거 몰립니다.
- 수건 필수: 석회 진흙이 발에 묻으므로 작은 수건이나 물티슈가 필요합니다.
석회붕 위에는 기원전 190년에 건설된 히에라폴리스(Hierapolis) 유적지가 있습니다. 원형 극장은 15,000명까지 수용 가능했다고 전해지는 규모로, 실제로 올라가 보면 2,200년 전 건축물이 이 정도로 온전하게 남아 있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클레오파트라 고대 수영장은 고대 로마 시대의 원주 기둥들이 물속에 그대로 가라앉아 있고 그 사이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유물 조각들 사이를 헤엄치는 경험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석회붕 자체보다 이쪽이 더 인상적이었을 정도입니다.
다만 히에라폴리스 전체를 돌아보려면 폭염 속에 수 킬로미터를 걷는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늘이 거의 없고 하얀 석회 바닥이 빛을 전방위로 반사하기 때문에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선크림과 물 한 병 이상을 챙겨야 합니다.
페티예 이동: 튀르키예를 마치는 방식에 대하여
파묵칼레에서 페티예(Fethiye)로 가는 이동은 직통편이 없습니다. 먼저 인근 도시인 데니즐리(Denizli)까지 이동한 뒤, 거기서 다시 페티예행 버스로 환승해야 합니다. 데니즐리까지는 파묵칼레 마을에서 돌무쉬(dolmuş)라는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돌무쉬란 일정 노선을 운행하는 튀르키예 특유의 소형 공유버스로, 정해진 정류장 없이 승객이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리는 방식입니다.
제가 직접 이 경로를 타고 이동해 봤는데, 전체 이동 시간은 예상보다 길었고 환승 과정에서 한 번은 그냥 따라오라는 현지인을 믿고 무작정 따라가야 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결국 페티예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이동 동선을 미리 정리해 두지 않으면 시간이 상당히 낭비됩니다.
튀르키예 장거리 버스 예약은 오비렛(Obilet)이나 비렛비박(BiletBayar) 같은 플랫폼에서 미리 할 수 있습니다. 튀르키예 교통관광부에 따르면 성수기 남부 노선은 당일 매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최소 하루 전 예매를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페티예는 패러글라이딩 명소인 올뤼데니즈(Ölüdeniz)와 가까운 도시이자, 그리스 로도스(Rhodes) 섬으로 향하는 정기 페리가 출발하는 관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리스로 넘어가기 위해 이곳에 잠시 머물렀는데, 안탈리아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파묵칼레에서 더위에 치이고,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며 "나 지금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파묵칼레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꼈던 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시원한 온천수에 발을 담갔을 때의 그 감각이나, 고대 수영장에서 유물 옆을 헤엄쳤던 순간은 돌아오고 나서도 생각납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날씨가 너무 뜨거울 때, 인파가 넘칠 때도 여행은 계속되고 그 기억은 쌓입니다. 파묵칼레를 계획하고 있다면 아침 일찍, 충분한 물, 그리고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가시길 권합니다. 그러면 홍보 사진의 반이라도 닮은 풍경을 만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ZJXZ2CJ_qw&list=PLD7Ss_NVlYEnWv1-i55ogPyAP6BJ2YEW5&inde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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