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티 마을에서 두 번째 호수까지 편도 약 12km, 왕복 다섯 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저는 그 길에서 카메라를 한 번, 핸드폰을 한 번 떨어뜨렸고, 엉뚱한 방향으로 한 시간을 헛걸었습니다. 그러고도 막상 도착하니 텐트를 치고 싶어졌습니다. 콜사이 호수가 그런 곳입니다.

콜사이 호수

루트: 차가 끊기는 지점부터가 진짜 시작

콜사이 호수는 총 세 개의 호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번째 호수까지는 비포장 차도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사티 마을에서 첫 번째 호수까지의 거리는 약 25km로, 대부분의 방문객은 현지인 차량을 이용합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구조인데, 제가 갔을 때는 동행한 현지인이 대신 내줘서 정확한 금액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700원 언저리라는 말은 들었습니다.

첫 번째 호수의 둘레는 약 1km, 폭은 300m 정도이며 최대 수심은 80m에 달합니다. 데크길이 잘 닦여 있어서 가벼운 산책 코스로도 충분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두 번째 호수로 넘어가는 분기점입니다. 저는 데크길이 예쁘게 이어지는 쪽으로 당연히 걸어 들어갔는데, 그게 두 번째 호수로 가는 트레킹 루트가 아니었습니다. 한 시간을 걸어가다가 현지인 아저씨가 손을 흔들어 저를 불러세웠고, 그제야 방향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강을 바라보고 오른쪽, 그쪽이 트레킹 루트입니다.

고도 프로파일(altitude profil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트레킹 루트의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고도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으로, 어느 구간에서 얼마나 가파르게 올라가는지 미리 파악하는 데 씁니다. 콜사이 2호수 루트는 고도 약 2,300m에서 시작해 최고 2,500m 수준까지 오르는 구간이 포함되어 있어, 고도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중간에 페이스 조절이 필요합니다. 고산 트레킹에서 고도 프로파일을 미리 확인해두면 체력 배분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트레킹 전 확인해두면 좋은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분기점은 강을 바라보고 오른쪽. 데크길이 있는 왼쪽은 일반 관광 구역
  • 2호수까지 왕복 시 가방 없이도 최소 5시간 이상 소요
  • 구간 곳곳에 랜드슬라이드(산사태) 흔적이 있어 발 디딤을 확인하며 이동

날씨: 맑아도 우비를 꺼내야 할 이유

텐산 산맥(Tian Shan)은 중앙아시아를 동서로 가르는 대규모 산계로, 카자흐스탄 동남부와 키르기스스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걸쳐 있습니다. 이 산계의 영향을 직접 받는 콜사이 호수 일대는 기상 변화가 빠르고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출발하던 날 아침 알마티에서 본 날씨 앱에는 '광역성 뇌우' 가능성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정작 사티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파란 하늘이었고, 저는 그걸 믿었습니다.

광역성 뇌우(widespread thunderstorm)란 국지적으로 특정 지점에만 내리는 소나기와 달리, 넓은 범위에 걸쳐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수가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고산 지역에서는 기압 차이로 인해 평지보다 훨씬 빠르게 뇌우가 발달할 수 있어 기상 예보의 신뢰도가 높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항상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제가 1호수에서 2호수로 올라가는 도중, 천둥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짙어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고, 랜드슬라이드 구간을 지나는 내내 진흙이 발바닥에 달라붙었습니다. 비를 맞으면 이 구간에서 미끄러지면 어디로 갈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2호수에 도착한 뒤에야 본격적인 비가 내렸고, 텐트를 치고 나서 빗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마셨습니다. 간발의 차이였습니다.

기상청 카자흐스탄 기상 서비스에 따르면 알마티주 산악 지역은 5월에서 9월 사이 오후 시간대에 대류성 강수(convective precipitation) 발생 빈도가 높다고 합니다. 대류성 강수란 지표면이 가열되어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강수로,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전 출발, 오후 2시 이전 하산 완료를 목표로 잡는 게 안전합니다(출처: 카자흐스탄 기상수문환경부).

캠핑: 2호수에서 혼자 잔 밤

캠핑 장비를 들고 2호수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일반 트레커들은 1호수까지만 차로 이동한 뒤 2호수를 다녀오는 당일 코스를 선택합니다. 실제로 제가 2호수에 도착했을 때 현지인 유목민 가족 한 팀 외에 캠퍼는 저 혼자였습니다. 고요했습니다. 물고기가 수면을 치는 소리, 새 소리, 가끔 바람 소리가 전부였습니다.

저는 라면과 말고기 치즈를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라면은 현지에서 산 185텡게짜리, 한화로 600원 정도입니다. 향신료 맛이 강해서 중국에서 먹던 라면 맛과 비슷했습니다. 말고기 치즈는 카자흐스탄에서 먹은 가장 인상적인 식재료 중 하나인데, 특유의 기름진 감칠맛이 라면 국물과 예상 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백패킹(backpacking)에서 LNT 원칙(Leave No Trac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연환경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생태 야영 윤리로, 쓰레기 되가져가기, 야생동물 먹이 주지 않기, 화로 사용 자제 등이 포함됩니다. 콜사이 호수 일대는 카자흐스탄 국립공원 관할 구역이며, 이 원칙을 지키는 방문객이 많을수록 생태계 보전에 유리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도 포함된 지역인 만큼 방문객 스스로의 태도가 중요합니다(출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

다음 날 아침, 비가 그쳤고 텐트는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하산길에서 군인 한 명을 만났고, 사티 마을 쪽으로 내려가다 낯선 차량이 먼저 멈춰 서서 태워주겠다고 했습니다. 도착 후 숙소에서는 수도관 공사 때문에 온수가 나오지 않았고, 투어 팀이 도착하고 나서야 물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이 여행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콜사이 2호수까지 다녀오려면 체력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더 필요합니다. 길을 잃어도 되고, 비가 와도 됩니다. 다만 방향을 잃었을 때 되돌아올 줄 알아야 하고, 비가 올 것 같을 때 우비를 꺼낼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합니다. 숙소 수도가 안 나오는 날에는 드라이 샴푸가 의외로 유용합니다. 저는 그걸 캠핑장 강물 앞에서 처음 써봤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03WXbyB6v8&list=PLZ1jpyFbYCRmQmE0ej0gnStCctpQ69kZp&index=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