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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 식당에서 베슈바르마크 한 그릇을 비우고 영수증을 받아든 순간, 솔직히 멈칫했습니다. 동남아 수준의 물가를 기대하고 왔다가 한국 외식비와 비슷한 금액을 마주한 것입니다. 카자흐스탄 현지 음식이 맛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어느 식당에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지갑 사정이 크게 달라집니다. 먹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카자흐스탄 외식 물가, 동남아랑 다릅니다
저도 처음엔 중앙아시아라고 하면 동남아시아와 비슷한 저물가 여행지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알마티에 도착해 실제로 식당 몇 군데를 다녀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화폐 단위는 텡게(Tenge)입니다. 여기서 텡게란 카자흐스탄의 공식 법정 통화로, 2024년 기준 1텡게는 한화 약 0.29원 수준에서 움직입니다. 환율 계산이 낯설어서 메뉴판 숫자만 보면 저렴해 보이지만, 실제로 변환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알마티 현지인들에게 자주 추천받는 전통 식당에서 베슈바르마크(Beshbarmak)를 주문했을 때, 710g 기준으로 약 12,000원이 나왔습니다. 콜라 한 병을 추가하니 총 19,400원. 한국의 분식집 수준을 기대했다면 다소 당황스러운 가격입니다. 저녁에 현지인 친구와 샤슬릭(Shashlik) 식당을 찾았을 때는 두 명이서 약 38,000원가량이 나왔는데, 그 친구의 한 달 월급이 약 70만 원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카자흐스탄의 구매력 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 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현지 외식 물가는 평균 임금 대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PPP란 같은 돈으로 각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재화를 살 수 있는지를 비교하는 경제 지표로, 단순 환율과는 별개로 실질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데 쓰입니다. 카자흐스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카자흐스탄의 평균 월 임금은 약 330,000텡게(한화 약 95만 원) 수준이지만, 도시 외곽이나 비전문직 종사자의 실수령액은 이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카자흐스탄 통계청).
정리하면, 카자흐스탄 외식 물가를 가늠할 때 기억해 두면 좋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통 식당 한 끼는 보통 10,000~15,000원 선으로 형성됩니다.
- 가장 저렴한 로컬 식당도 7,000~8,000원 이하로 내려가기 어렵습니다.
- 마트에서 직접 식재료를 구매하면 외식 대비 절반 이하 비용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 음료는 기본적으로 1L 단위로 팔며, 작은 용량보다 큰 용량이 단가가 유리합니다.
베슈바르마크와 샤슬릭, 제대로 먹으려면 이것만 알면 됩니다
베슈바르마크는 카자흐어로 '다섯 손가락'을 뜻하는 단어에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납작하고 얇게 민 면 위에 말고기나 양고기, 소고기를 올리고 진한 육수인 쇼르파(Shorpa)를 끼얹어 먹는 방식입니다. 쇼르파란 고기를 오래 끓여 만든 카자흐스탄 전통 육수로, 국물 요리의 베이스가 되는 핵심 재료입니다. 제가 직접 먹어보니 국물 맛이 한국의 도가니탕과 굉장히 비슷했고, 고기 식감은 아롱사태 수육과 거의 같았습니다. 잡내가 전혀 없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가지 실전 팁을 드리자면, 베슈바르마크는 면의 양이 고기보다 훨씬 많습니다. 기름진 면을 계속 먹다 보면 중반 이후에 느끼함이 올라오는데, 이때 고추기름을 얹어 먹으면 확실히 달라집니다. 제가 식당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추기름이 고추를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 볶은 형태였는데, 이걸 곁들이자 처음과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나바트(Navat) 같은 현지인 단골 식당에서는 바우르삭(Baursak)이라는 전통 튀김 빵이 웰컴 드링크와 함께 서비스로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먼저 유료인지 확인하고 나서 먹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샤슬릭은 고기 덩어리를 쇠꼬치에 꿰어 숯불에 구워내는 요리로,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대중적으로 즐기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숯불 직화 방식이 핵심인데, 이를 직화 조리(Open Fire Cooking)라고 부릅니다. 직화 조리란 불꽃이나 숯의 열기를 음식에 직접 가하는 방식으로, 표면에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일으켜 고기 특유의 불향과 겉바속촉 식감을 만들어 냅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고온에서 아미노산과 당이 결합하면서 갈변과 동시에 복합적인 풍미를 생성하는 화학 반응입니다.
저는 샤슬릭을 먹으면서 한 가지를 크게 후회했는데, 야채를 따로 주문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고기와 기름 위주의 식사가 이어지다 보면 절반도 가기 전에 입이 텁텁해지는데, 양파나 토마토 같은 생채소를 옆에 두면 느끼함을 중간중간 리셋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현지인처럼 먹고 싶다면, 언어 장벽부터 해결하세요
카자흐스탄 식당 메뉴판은 대부분 카작어와 러시아어로 쓰여 있습니다. 영어 메뉴가 있는 곳도 있지만, 나바트처럼 현지인 위주 식당은 그림 메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다녀보니 그림 메뉴만 있어도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었지만, 고기 종류를 구분하는 러시아어 단어 세 개만 미리 알아두면 훨씬 수월합니다.
- 소고기: 고뱌지나(Говядина)
- 양고기: 바라니나(Баранина)
- 말고기: 코니나(Конина)
음료 주문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카자흐스탄 식당에서는 전통 발효유인 샬랍(Shalap)이나 쿠미스(Kumis)를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쿠미스란 암말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카자흐스탄의 전통 발효 음료로, 약한 알코올 성분과 독특한 신맛이 특징입니다. 카자흐스탄 문화부가 운영하는 공식 관광 정보에 따르면, 쿠미스는 카자흐스탄 유목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식음료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출처: 카자흐스탄 관광청).
식당에서 실수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기 종류는 러시아어 단어 세 개만 메모해 두면 충분합니다.
- 영수증은 받는 즉시 확인하세요. 서비스 차지가 10~15% 자동 포함되는 곳이 있습니다.
- 음료는 처음부터 1L 단위로 주문하는 게 단가 면에서 유리합니다.
- 바우르삭 등 서비스 음식은 유료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카자흐스탄 음식이 낯설거나 느끼함이 걱정된다면, 사실 그게 정상 반응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말고기라는 사실 자체에 약간 망설였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소고기 수육과 거의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담백합니다. 외식 물가를 파악하고 기본 단어 몇 개만 준비해 두면, 알마티의 전통 식탁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습니다. 다음 알마티 방문을 계획 중이라면, 나바트 같은 현지 단골 식당에서 식사 한 끼를 시작점으로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fNW_HFCglM&list=PLZ1jpyFbYCRmQmE0ej0gnStCctpQ69kZp&index=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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