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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에서 트레킹을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묻는 게 "투어 예약했어요?"입니다. 근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내버스 한 번으로 해발 1,700m 등산로 입구까지 갈 수 있는 도시가 카자흐스탄 알마티입니다. 버스비는 600원. 저는 실제로 12번 버스를 타고 콕자일리(Kok Zhailau) 트레킹을 다녀왔는데, 가성비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그 안에서 마주친 사람들이었습니다.

12번 버스와 얀덱스 맵: 숫자로 보는 알마티 접근성

알마티 시내버스 요금은 편도 80텡게, 우리 돈으로 약 600원입니다. 콕자일리 등산로 입구까지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약 8,000원 안팎이니, 버스와 택시의 비용 차이가 13배 이상 납니다. 물론 혼자 이동할 때는 버스가 유리하고, 두세 명이 함께라면 택시가 시간 대비 효율이 나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봤는데, 3명이 택시를 나눠 타면 인당 2,700원 수준이라 어느 쪽이 낫다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버스를 처음 타는 외국인에게 제일 큰 장벽은 배차 간격과 정류장 위치 파악입니다. 여기서 얀덱스 맵(Yandex Maps)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얀덱스 맵이란 러시아와 CIS 국가들에서 구글 지도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로 대중교통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서비스입니다. 구글 지도가 알마티 버스 노선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는 반면, 얀덱스 맵은 12번 버스가 몇 분 뒤 어느 정류장에 도착하는지를 초 단위로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정류장을 헷갈려서 숙소 앞을 지나쳐 한 블록 돌아온 것만 빼면 오차 없이 작동했습니다.

버스를 타기 전에 챙겨야 할 실전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노선: 알마티 시내에서 12번 버스 탑승, 콕자일리 등산로 입구 하차
  • 요금: 80텡게(약 600원), 오나이(Onay) 교통카드 또는 QR 결제 가능
  • 소요 시간: 시내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약 30분
  • 택시 대안: 얀덱스 택시(Yandex Taxi) 앱 이용, 시내에서 입구까지 약 8,000원
  • 얀덱스 맵 오프라인 지도: 데이터 음영 구간 대비, 한국 출발 전 사전 다운로드 권장

등산로 입구 약수터에서 식수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실용적인 포인트입니다. 저는 물 두 병을 여기서 채우고 출발했는데, 올라가면서 한 병을 거의 다 마셨습니다. 고도 상승에 따른 탈수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고산 환경에서의 고도 적응(Acclimatization)이란 해발이 높아질수록 기압이 낮아져 산소 흡입량이 줄어드는 신체 변화를 말하며, 이 과정에서 수분 보충과 보행 속도 조절이 체력 소모를 결정합니다. 콕자일리는 해발 2,200m 이상의 고원 지대라 평지 체력만 믿고 올라갔다가 저처럼 오르막 중간에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도 오랫동안 쉬었다가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고도 영향이 체력 저하를 훨씬 가속시킵니다.

등산 스틱(Trekking Pole) 사용도 빠뜨리기 쉬운 부분입니다. 등산 스틱이란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체중을 분산시켜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는 보조 장비입니다. 저는 올라갈 때 안 쓰다가 내려올 때 꺼냈는데, 그때서야 왜 챙겨왔는지 이해했습니다. 무릎 보호 측면에서 하산 시 스틱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습니다. 알마티 카자흐스탄 관광청 공식 자료에도 콕자일리 코스는 초보자에게 적합하지만 적절한 장비 착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카자흐스탄 관광청).

고원 위의 사람들: 대학생, 다람쥐, 그리고 알마티 사과

콕자일리를 단순한 하이킹 코스로만 보면 절반만 본 겁니다. 제가 직접 올라가며 확인한 건 이 공간이 현지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였습니다. 당일치기로 올라온 가족 단위 방문객, 알마티 대학교 주관 행사로 두 명씩 팀을 이뤄 식재료와 텐트를 나눠 짊어지고 오르는 학생들, 그리고 40kg에 달하는 배낭을 메고 거침없이 오르는 장거리 트레커까지. 28kg짜리 배낭을 메고 가파른 오르막에서 숨을 헐떡이던 저는, 40kg 짐을 진 사람과 마주친 순간 입을 다물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젊은 층의 영어 실력은 제가 기대한 수준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등산로에서 마주친 대학생들과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는데, 한국 아이돌 이야기부터 삼양라면 취향까지 꽤 구체적인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이건 알마티 도심의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층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중장년층이나 외곽 지역에서는 러시아어나 카자흐어가 아니면 소통이 어렵습니다. 영어가 통한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연령대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상당합니다.

고원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는데, 생각지 못한 교류가 있었습니다. 옆 캠핑객이 텐트 설치를 실패한 채 두 시간을 씨름하고 있길래 도와드렸더니, 고맙다며 알마티 사과와 체리를 건네줬습니다. 알마티(Almaty)라는 도시 이름 자체가 카자흐어로 "사과의 도시"를 뜻할 만큼, 이 지역 사과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품종입니다. 현대 재배 사과(Malus domestica)의 야생 원종이 카자흐스탄 텐산 산맥 일대에서 기원했다는 것은 식물 유전학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사실입니다(출처: 국제식물유전자원연구소 IPGRI).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맛은 우리나라 사과가 더 맛있었습니다. 아삭하다기보다 바스락거리는 질감이었는데, 그 독특한 식감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저녁에는 캠핑용 가스버너로 라면을 끓이고, 시장에서 사 온 말고기 소시지를 구웠습니다. 말고기(Horse Meat)는 카자흐스탄 전통 식문화에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기르던 말이 식재료로도 활용되어 온 오랜 식문화입니다. 한국인에게는 낯선 식재료지만, 소시지 형태로 먹으니 거부감 없이 담백했습니다. 맥주 한 캔과 구독자에게 받은 스위스 캐러멜 초콜릿까지. 고원 위 2,200m에서 먹는 밥이 이런 맛인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콕자일리 트레킹은 완주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것들이 더 기억에 남는 코스입니다. 올라가면서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고, 고원에 도착해서는 구름이 많아 뷰가 아쉬웠고, 내려올 때는 무릎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얀덱스 맵 덕분에 길을 잃지 않았고, 약수터 물 한 모금이 생각보다 훨씬 시원했으며, 모르는 사람에게 사과 한 봉지를 받았습니다. 알마티에서 가장 저렴하게 갈 수 있는 산이 이 정도라면, 다음에는 좀 더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시 오를 생각입니다. 버스비 600원이 아깝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그 600원이 시작점이었을 뿐이라는 뜻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DOT_ZRG0fI&list=PLZ1jpyFbYCRmQmE0ej0gnStCctpQ69kZp&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