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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거기가 얼마나 발전했겠어?"라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십니까? 저도 솔직히 그랬습니다. 알마티에 발을 딛는 순간까지만 해도 먼지 날리는 시장 골목이나 허름한 가판대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그 선입견이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전동 킥보드가 거리마다 줄지어 있고, 횡단보도 신호에는 초읽기 카운트다운까지 표시되는 도시. 제가 직접 걸어 다니며 확인한 알마티의 실제 모습입니다.

내륙국 카자흐스탄이 이렇게 깔끔할 수 있는 이유
카자흐스탄은 국토 면적 기준으로 세계 9위에 해당하는 대국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내륙국(Landlocked Country)이라는 사실입니다. 내륙국이란 국경 어느 쪽으로도 바다와 접하지 않는 나라를 뜻하는데, 해상 무역로를 직접 활용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지리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카자흐스탄은 구소련(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에서 1991년 독립한 이후, 구소련 해체 국가들 중 도시화와 경제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힙니다.
알마티는 그 성과가 가장 집약된 도시입니다. 걷다 보면 대형 전기 버스가 조용히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자전거 전용 도로가 우리나라 웬만한 도시보다도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쓰레기통이 블록마다 배치되어 있어 길바닥에 쓰레기가 거의 없고, 공원 조성 수준도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제가 직접 하루 종일 걸어 다녀봤는데, 솔직히 서울 중구 어딘가를 걷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배경을 이해하려면 벤치마킹(Benchmarking) 전략을 짚어봐야 합니다. 벤치마킹이란 선도 사례를 분석해 자국의 제도나 시스템에 적용하는 정책 수단으로, 카자흐스탄은 도시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한국, 일본, 영국, 두바이 등을 주요 참조 모델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도로 설계나 공공시설 배치에서 그 흔적이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닙니다. 또한 알마티는 물류 허브(Logistics Hub)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인데, 물류 허브란 해상 접근이 어려운 내륙에서 항공과 육상 운송을 집중시켜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맡는 거점을 의미합니다. 바다 없이 성장한 나라의 생존 전략이 도시 곳곳에 배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카자흐스탄 경제 규모와 인프라 투자 현황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중앙아시아 경제 보고서를 통해 꾸준히 분석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이 역내 GDP 규모 1위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국제통화기금(IMF)).
그린 바자르에서 마트까지, 알마티 물가의 민낯
알마티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그린 바자르(Green Bazaar)에 들어서는 순간, 생각보다 훨씬 정돈된 모습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은 물건이 아무렇게나 쌓인 재래시장 분위기였는데, 실제로는 구역이 명확히 나뉘어 있고 통로도 깔끔했습니다. 향신료 냄새와 말린 고기 특유의 냄새가 섞인 공기는 분명 이국적이었지만, 전체적인 정돈 수준은 예상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제가 그린 바자르에서 사과 1kg을 1,500텡게(약 4,000원)에 샀는데, 나중에 대형 마트에서 확인해 보니 똑같은 알마티산 사과가 735텡게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절반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그린 바자르 방문 전에 호스텔 직원이 "거기 비싸니까 가지 말라"고 했던 말이 그제야 이해됐습니다. 당시에는 반신반의했는데, 마트 가격표를 직접 보고 나서야 그 말이 맞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린 바자르에서 눈에 띄었던 것 중 하나는 말고기였습니다. 소고기, 양고기보다 말고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슬람 율법인 할랄(Halal) 기준에서는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대신 말고기는 허용됩니다. 여기서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식품이나 행위를 뜻하는 개념으로, 카자흐스탄 인구의 약 70%가 이슬람교도인 만큼 시장 전체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정육 매대에 소, 양, 말 그림이 그려진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 옆에서 저를 보자마자 "삼겹살, 목살" 하고 말을 거는 상인을 만났을 때는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알마티 물가를 빠르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과 1kg: 그린 바자르 약 1,500텡게 / 마트 약 735텡게
- 버드와이저 캔 맥주: 마트 기준 약 400텡게(약 1,300원)
- 신라면 1개: 마트 기준 약 2,000원 이하
- 생맥주(외식): 가장 저렴한 것 기준 약 6,000원~7,000원
- ATM 수수료: 무료 (현지 ATM 사용 기준)
알마티 여행, 어디서 뭘 사야 손해를 안 볼까
그러면 실제로 알마티를 여행할 때 어떻게 움직이는 게 효율적일까요? 제가 직접 하루를 돌아다니며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ATM 수수료가 무료라는 점은 여행자 입장에서 정말 반가운 조건입니다. 현금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서 카드가 안 될 때도 있었기 때문에, ATM에서 현지 화폐인 텡게(Tenge)를 바로 출금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텡게는 카자흐스탄의 법정 화폐로, 한화 기준 1텡게가 대략 2.5원에서 3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습니다(환율은 변동되므로 출발 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식재료나 생필품 구매는 그린 바자르보다 마그눔(Magnum) 같은 현지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입니다. 제가 직접 비교해 봤더니 가격 차이가 30%에서 많게는 두 배까지 났습니다. 반면 그린 바자르는 현지 분위기를 오감으로 체감하는 공간으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말고기 육포를 시식하거나, 고려인(카자흐스탄에 정착한 한국계 주민)이 만든 반찬류를 구경하는 것은 마트에서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구경은 그린 바자르, 구매는 마트. 이 두 가지를 나누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이동할 때는 얀덱스 고(Yandex Go) 앱을 사용하는 방식이 보편적입니다. 얀덱스 고는 러시아 기반의 차량 호출 서비스로,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앱입니다. 길거리에서 즉흥적으로 택시를 잡는 것보다 앱을 통한 사전 가격 확인이 훨씬 안전합니다. 카자흐스탄 관광청의 공식 여행 정보에서도 현지 교통수단 이용 시 앱 기반 서비스 활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카자흐스탄 관광청).
알마티의 도시 완성도는 제가 중앙아시아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한 번에 뒤집기에 충분했습니다. 깨끗한 도로, 잘 조성된 공원, 친절한 상인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높은 생활 수준. 다만 알마티는 카자흐스탄 내에서도 물가가 특히 높은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고 예산을 짜는 게 좋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사는지에 따라 지출이 두 배 가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알마티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그린 바자르에서는 눈으로 즐기고 지갑은 마트에서 여시기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알마티 외곽 산악 지대로 캠핑을 떠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mr7zCuhQZI&list=PLZ1jpyFbYCRmQmE0ej0gnStCctpQ69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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